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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자 씨에게 배우는 군산 토속 음식/꽃게쌈 김치와 굴 파김치 본문

음식&요리/Food & Cooking

유현자 씨에게 배우는 군산 토속 음식/꽃게쌈 김치와 굴 파김치

dhgfykl; 2011. 1. 3. 02:43

유현자 씨에게 배우는 군산 토속 음식
꽃게쌈 김치와 굴 파김치
우리나라 최대 곡창 지대인 호남평야의 관문이자 항구 도시인 전라북도 군산은 기름진 땅과 넓은 바다를 끼고 있어 곡식과 해산물이 풍부하고, 예로부터 타 지역과 외래 문물 교류가 활발해 다양한 음식 문화가 발달했다. 그중 군산이 고향인 유현자 씨 친정의 내림 음식, 꽃게쌈 김치와 굴 파김치를 소개한다.
김장철을 앞두고 배추 파동이 일어 전국이 어수선한 것을 보니 여러 생각이 교차한다. 다른 지역에 비해 비교적 피해가 적었다는 내 고향 군산도 태풍이 지나간 뒤 벼가 도복 倒伏(작물이 비나 바람 따위에 쓰러지는 일)돼 많은 농민이 시름에 잠겼다. 전국적으로 채소가 귀하다는 소식까지 들리니 그저 날씨가 야속할 뿐이다. 대신 꽃게가 풍년이라니 이참에 꽃게살을 넉넉히 넣어 담그는 별미 김치를 즐겨보는 건 어떨까. 꽃게쌈 김치 역시 배추나 무,미나리 등 다양한 채소가 들어가지만 꽃게가 주재료이며, 별다른 반찬 없이도 밥 한 그릇을 뚝딱 해치울 수 있어 밥도둑이라 부를 만하다. 또 이곳저곳에서 농작물의 작황이 나쁘다는 소식뿐인데, 유일하게 풍년인 꽃게를 저렴한 가격에 기분 좋게 즐길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아닌가. 꽃게쌈 김치는 어릴 때부터 자주 먹던 우리 집안의 내림 음식이다. 꽃게는 봄과 가을이 제철인데 희한하게도 내어머니는 7월에 태어난 내 생일날이면 어디서 구하셨는지 꽃게를 잔뜩 사다가 꽃게쌈 김치를 담가주셨다. 그래서 더 잊을 수 없는 꽃게쌈 김치. 이 김치를 만들려면 우선 싱싱하게 살아 있는 꽃게를 구입해 깨끗이 씻고 다듬어 살만 발라낸다. 무와 배추는 굵게 채 썰어 절였다가 고춧가루 양념에 섞은 다음 꽃게살과 함께 버무려 게딱지에 담고 우거지로 게딱지를 감싼 뒤 냉장고에 두고 먹는다. 꽃게는 물론 배추와 무가 가장 맛있는 계절인 가을에 꽃게쌈 김치를 즐겨 담근 어머니는 겨울이면 싱싱한 굴을 사다 파와 함께 버무려 굴 파김치를 담그셨다. 굴 파김치를 담글 때면 깐깐하게 재료를 고르고, 또 정성으로 다듬던 어머니의 모습이 생각난다. 어머니는 굴을 살 때 꼭 굴이 담겨 있던 바닷물을 넉넉하게 담아 오셨다. 그러고는 굴을 씻을 때면 꼭 이 바닷물을 사용하셨는데 맹물에 씻으면 굴 특유의 맛과향이 모두 달아나기 때문이다. 굴을 씻기 전에는 복주머니 모양의 무(무청이 달린 무를 골라 무청의 아래 무 부분을 약 5~7cm 길이로 자르고 무청은 손잡이 삼아 잡는다)를 먼저 준비하셨다. 그런 다음 굴에 함께 담아 온 바닷물의 절반을 붓고 복주머니 모양의 무로 살살 비빈다. 그래야만 굴에 상처를 내지 않고 손쉽게 불순물을 제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로 비벼 씻은굴은 체에 한 번 밭친 다음 나머지 바닷물로 다시 한 번 헹궈 체에 밭치면 손질이 끝난다. 실파 역시 깨끗이 씻어 물기를 완전히 빼고 파 끄트머리의 뾰족한 부분을 모두 자른 다음(잘 절여지고 양념이 고루 배도록) 밴댕이 액젓을 부어 하룻밤 동안 절이셨다. 그다음 절인 실파를 일일이 한 뿌리씩 잡고 돌돌 만다. 이때 여러 번 돌려만 뒤 끝 부분을 꼼꼼히 끼워 넣어야 김치를 버무릴 때 파가 풀어지지 않고 말린 모양을 유지한다. 이 과정이 여간 힘든 게 아닌데 실파 1관을 마는 데만 3명이 꼬박 서너 시간이 걸릴 정도로 정성이 많이 필요하다. 굴과 실파를 다듬고 나면 나박 썬무를 절인 다음 고춧가루 양념과 나머지 재료를 고루 섞어서 김치를 담근다. 이때 양념을 버무리는 순서도 중요하다. 우선 절인 무, 굴, 돌돌 만 실파에 각각 약간의 고춧가루를 넣어 먼저 물을 들인다. 그 후 미리 만들어둔 고춧가루 양념에 각종 부재료와 고춧가루 물을 들인 무를넣고 설설 버무린다. 실파와 굴은 맨 마지막에 넣어 한번만 살짝 섞어야 모양이 흐트러지지 않는다.


1 접시에 수를 놓은 듯한 아름다운 이 음식의 이름은 ‘청사초롱’이다. 지난해 열린 제2회 세계 한식 요리 경연 축제 에서 일반부 1등을 수상한 작품으로, 유현자 씨가 개발했다. 호박꽃 속에 쇠고기ㆍ두부ㆍ해삼 등을 갈아 만든 완자를 넣었으며, 잣 겨자 소스에 찍어 먹는다.
2 유현자 씨와 그의 딸인 서수미, 서수정 씨가 나란히 섰다. 음식 솜씨를 칭찬받을 때 가장 행복하다는 그는 현재 군산에서 궁중 한정식을 선보이는 지미원(063-463- 3900)을 운영하고 있다.


음식을 만들 때 유독 엄하셨던 어머니는 김치를 버무리는 손의 위생 상태와 손놀림까지도 일일이 알려주셨다. ‘음식 맛은 손맛’이라는 생각에 고무장갑은 절대 끼지 않으셨고, 손톱은 재료에 상처가 나지 않도록 둥글려 짧게 깎은 다음 향이 없는 비누로 깨끗하게 씻어야 했다. 또 김치를 버무릴 때는 손의 힘을 빼고 손가락 사이로 재료가 빠져나가듯 슬슬 섞어야 하는데, 어쩌다 대충 버무리는 모습을 들키면 호된 야단을 들었다. 어릴 땐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얕은 생각도 들었지만 세월이 흐른 지금의 나 역시 딸들에게 똑같이 교육을 시킨다. 한발 더 나아가 보기 좋게, 먹음직스럽게 담는 법도 가르친다. 굴 파김치는 맛이 잘 어울리는 배채와 함께 담고, 꽃게쌈 김치는 접시에 보기 좋게 담은 다음 채 썬 대추와 잣을 활용해 꽃잎을 수놓는 식이다. 이렇게 정성을 다해 음식을 만들면 재료를 아껴서 사용하게 되고, 먹는 사람도 남김 없이 깨끗하게 그릇을 비운다. 그렇게 음식을 ‘정성’으로 생각하며 살면 기후 변화로 인해 애써 기른 농산물이 피해를 보는 일도 적어지지 않을까. 그래야 우리는 물론 후손까지 이 풍성하고 맛있는 음식을 더 자주, 마음껏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음식을 만들 때마다 자연의 이치대로 사는 삶의 소중함을 깨닫는 횟수가 점점 더 많아지는 요즘이다.

이 칼럼은 궁중음식연구원 한복려 원장의 추천과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는 평소 우리나라 각 지역의 다양하고 특색있는 토속 음식이 잊혀가는 현실이 안타까웠다고 말합니다. 매달 궁중음식연구원 지미재 회원과 함께 전국 각 지역의 어머니와 고향의 맛을 추억하고 소개합니다.

꽃게쌈 김치와 굴 파김치 만들기

꽃게쌈 김치
재료 꽃게 5~6마리, 무 700g, 배추 200g, 미나리 10뿌리, 대파 2대, 양파 1개, 밤 5톨, 깐 호두 2큰술, 마늘 10쪽, 생강 2톨, 홍고추 1개, 청각 1/2큰술, 곱게 채 썬 인삼·더덕·대추 1큰술씩, 잣 2큰술, 배춧잎 20장
양념 재료 배 1개, 양파 1개, 찹쌀풀 5큰술, 고춧가루 1컵, 물엿 3큰술, 통깨·소주·밴댕이 액젓·소금 적당량

만들기
1 꽃게는 게딱지를 떼고 안쪽의 살만 눌러 뺀 다음 액젓과 소주를 넣어 비린내를 제거한다. 게딱지는 소금물에 슬슬 씻어 한 김 오른 찜통에 살짝 찐다.
2 무와 배추는 5cm 길이로 굵게 채 썰어 각각 소금을 뿌려 재운 다음 숨이 죽으면 체에 밭쳐 물기를
뺀다.
3 미나리는 5cm 길이로 자르고 대파는 가늘게 어슷 썬다. 밤은 껍질을 벗겨 편으로 저미고, 호두는 4등분한다. 양파, 마늘, 생강, 홍고추는 가늘게 채 썰고, 청각은 다진다. 양념 재료 중 양파와 배는 적당한 크기로 썰어 믹서에 간 후 나머지양념 재료를 넣어 고루 섞는다.
4 넓은 볼에 ②를 담고 고춧가루를 약간 넣고 버무려 고춧가루 물을 들인다. 다른 볼에 꽃게살을 제외한 모든 재료를 한데 넣어 고루 섞어 버무린다(액젓, 소금 등은 약간씩만 넣는다). 마지막에 ①의 꽃게살을 넣어 한번 더 섞은 다음 소금이나 액젓으로 간을 한다.
5 ①의 게딱지에 ④를 담는다.
6 소금에 절인 배춧잎으로 ⑤를 둘둘 말아 싼 다음, 잣과 채 썬 대추로 수를 놓는다. 남은 소는 절인 배춧잎 가운데에 적당량을 담은 다음 돌돌 말아 싼다.

굴 파김치

재료 굴 2kg, 실파 1관, 무 1/2개, 밴댕이 액젓 1컵, 대추 500g, 잣 1/2컵, 청·홍고추 400g씩, 미나리 10뿌리, 대파(흰 부분) 1대 분량, 양파 1개, 밤 1kg, 호두 2큰술, 마늘 10쪽, 생강 2톨, 청각 200g, 곱게 채 썬 인삼·더덕·대추 1큰술씩
양념 재료 배 1개, 양파 1개, 찹쌀 풀 5큰술, 고춧가루 1컵, 물엿 3큰술, 통깨·소주·밴댕이 액젓·소금 적당량

만들기
1 굴은 찰랑찰랑 잠길 정도의 바닷물을 붓고(없을 땐 옅은 소금물로 대체한다) 복주머니 모양의 무(무청이 달린 무를 골라 무청의 아래 무 부분을 약 5~7cm 길이로 자르고 무청은 약 10cm만 남기고 나머진 잘라낸 다음 무의 단면을 둥글려 만든다)로 살살 비빈다. 체에 한 번 밭친 다음 다시 바닷물을 부어 헹군 다음체에 밭쳐 물기를 뺀다.
2 실파는 깨끗이 씻어 물기를 빼고 파 끄트머리의 뾰족한 부분을 모두 자른 다음 밴댕이 액젓을 부어 하룻밤 절인다.
3 무는 나박나박 썰어 소금에 절였다가 체에 밭쳐 물기를 뺀다.
4 청ㆍ홍고추와 대파, 대추는 곱게 채 썰고, 밤은 껍질을 벗겨 편으로 저민다. 양념 재료 가운데 양파와 배는 적당한 크기로 썰어 믹서에 간 후 나머지 양념 재료를 넣어 고루 섞는다.
5 넓은 볼에 ①, ②, ③을 각각 담고 고춧가루를 약간 넣어 가볍게 버무려 고춧가루 물을 들인다.
6 다른 넓은 볼에 ⑤의 재료를 뺀 나머지 재료를 모두 넣어 버무린다(액젓, 소금 등은 약간씩만 넣는다). 간을 보고 부족하면 소금이나 액젓으로 간한다. 마지막에 ⑤를 넣고 가볍게 버무려 통에 담는다. 냉장고에서 반나절 정도 숙성한 뒤에 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