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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제과계의 대표 피에르 에르메와 그의 달콤한 디저트 이야기 본문

음식&요리/Food & Cooking

프랑스 제과계의 대표 피에르 에르메와 그의 달콤한 디저트 이야기

dhgfykl; 2010. 5. 23. 23:36

프랑스 제과계의 대표 피에르 에르메와 그의 달콤한 디저트 이야기
PIERRE HERME의 DESSERT
마카롱과 초콜릿. 세상에 이보다 더 섬세하고 달콤한 디저트가 또 있을까? 프랑스 제과계에서 마카롱과 초콜릿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 피에르 에르메가 한국을 찾았다. 서울 신라 호텔의 ‘패스트리 부티크’에서 그 모습을 드러낸 피에르 에르메와 그의 달콤한 디저트를 만나보았다.


(왼쪽) Earl Grey Macaron
초콜릿과 커피가 그의 디저트에 자주 등장하는 재료지만, 최근에는 파리에 있는 차 전문 숍 ‘메종 데 투아 테Maison des Trois Thes’에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얻고 있다고. 머랭 반죽에 진하게 우려낸 얼 그레이 티를 넣고 카카오 함량 40%의 발로나 초콜릿과 얼그레이 티, 크렘 프레슈creme fraiche를 섞어 머랭 쿠키 사이를 채운다.

마카롱을 올린 바닥재‘리사이클링 우드recycling wood’. 윤현상재Younhyun

(오른쪽) Tarte Plenitude
피에르 에르메의 초콜릿 디저트의 법칙은 “초콜릿 디저트에 캐러멜, 견과류 등의 부재료를 넣을 수는 있지만, 결국 마지막에는 진한 초콜릿 맛이 입 안에 가득 남아야 한다”는 것.
그런 의미에서 부드러운 타르트 반죽에 캐러멜 초콜릿과 초콜릿 생크림을 넣고 캐러멜로 장식한 타르트 플레니튜드는 재료 본연의 맛에 가장 충실한 타르트다.


(왼쪽) Plaisir Sucre
피에르 에르메의 디저트에 큰 기대를 걸었던 이들이 놀라는 부분은 지나치게 미니멀한 그의 데커레이션이다. 하지만 한번 맛을 보면 숨어 있는 맛이 하나씩 모습을 드러낸다. 그 대표 메뉴가 바로 플레저 수크레. 샤블레 쿠키로 베이스를 만든 후 밀크 초콜릿 가나슈 크림을 올리고, 헤이즐넛과 프라린 비스퀴를 더해 다양한 맛을 만들어냈다.

(오른쪽) Macaron Passion Fruit
패션 프루트는 유자, 시트론과 더불어 피에르 에르메가 마카롱에 자주 사용하는 과일이다. 한입 물었을 때 처음 느껴지는 산도가 입 안을 깔끔하게 정리해 마카롱의 달콤함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단맛을 좋아하지 않는 어른이나 남성에게도 셔벗처럼 상큼한 디저트가 될 듯.

유럽을 찾았을 때 대형 서점의 디저트 섹션을 찬찬히 둘러본 사람이라면 백과사전 두께의 디저트 바이블을 본 적이 있을 터. 그중 프랑스 최고의 파티셰로 추앙받는 피에르 에르메의 디저트 교본과 마카롱・초콜릿 책은 정교한 레서피를 담은 제과책이라기보다는 수수께끼 책이나 아트 북 같은 느낌이다. 16세에 제과계에 입문한 파티셰 피에르 에르메가 30년이 다 된 지금까지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것은 그만의 독특한 창작 세계 덕분이다. 파리를 찾는 관광객이 줄을 서서 먹어야 하는 마카롱 전문점 ‘라 뒤레’에서 기본기를 다진 후, 지금까지 어느 제과장도 시도하지 않았던 스타일의 마카롱 케이크, 마카롱 타르트 등을 선보였고 푸아그라와 트뤼플 등 재료도 다양하게 사용하며 유명세를 누렸다.
파리는 물론 도쿄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주얼리 숍 못지않게 고급스러운 ‘피에르 에르메 부티크’를 방문해본 이라면, 귀국 후에도 한동안 피에르 에르메 향수병에 걸릴 정도다. 그런 이유 때문일까? 그가 서울 신라 호텔과 손잡고 대표 메뉴를 선보인다는 소식을 듣고 찾은 ‘패스트리 부티크’에는 피에르 에르메를 아끼는 이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 마카롱 세 알에 1만1000원, 미니 타르트 8500원. 결코 만만한 가격이 아니지만 피에르 에르메의 팬들은 “서울에서 파리까지 비행기 값을 생각한다면 오히려 저렴한 수준 아니냐”며 기꺼이 지갑을 열었다.

최고의 디저트, 재료만 잘 파악하면 된다
‘피에르 에르메=마카롱’이다. 다른 디저트보다 마카롱에 집중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마카롱은 나에게 일종의 도전이자 창작 활동이다. 머랭 쿠키 사이에 어떤 크림을 넣느냐에 따라 그 맛과 모양이 달라지고, 머랭 쿠키 자체도 플레인부터 와사비까지 다양한 맛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나의 창의력을 인정받는 데 가장 큰 기여를 했다. 무엇보다 한입에 그렇게 달콤함을 선사하는 디저트가 어디 또 있겠는가?
한국에 소개한 마카롱은 당신의 주특기인 화려한 마카롱보다는 초콜릿과 바닐라, 프랑부아즈Framboise 등 클래식한 마카롱이 대부분이더라. 기교를 부리기보다는 원재료의 맛을 살린 마카롱을 한국에 알리고 싶었다. 나는 ‘Simple is the Best’를 주장하는 파티셰 중 하나로 데커레이션은 부수적인 요소일 뿐 맛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믿는다. 다만 앞서 말했듯 모양보다는 머랭 사이를 채우는 필링filling에 새로운 시도를 하는 편이다. 바삭한 머랭을 한입 깨어 물었을 때 묵직한 크림 대신 가벼운 느낌이 드는 폼foam 형태를 넣거나 크림과 젤리를 함께 넣는 등 다양한 질감을 표현하는 데 주목하고 있다.
파티셰 하면 디저트의 모양새를 스케치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할 것 같다. 당신은 어떤 타입인가? 글쎄…. 나는 디저트의 모양보다는 질감과 원재료의 맛을 갖고 노는 사람에 가깝다. 디저트는 섬세한 분야라고들 이야기하는데 그것이 꼭 테크닉과 관련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남들이 생각하지 않는 희귀한 재료를 찾아다니고, 또 그 맛을 살리는 데 집착하는 편이다. 굳이 말하자면 와사비 마카롱Wasabi Magnifique 같은 것이다. 와사비는 뿌리가 2~3cm일 때 단맛이 난다는 말을 듣고 와사비를 키우는 농장을 찾아가 맛을 보고, 바로 계약을 맺었다.
한국의 식재료 중 마카롱으로 응용할 만한 것이 있을까? 서울 신라 호텔 ‘패스트리 부티크’의 제과장들이 만든 메뉴 중 인삼 마카롱을 먹어봤다. 인삼은 한국이 자랑하는 보양 식재료가 아니던가? 특히 뿌리에서 나는 은근한 스모키함, 씹을수록 배어나오는 달콤함이 인상적이어서 다음 메뉴에 대한 영감을 많이 얻었다.

제과계의 피카소? 매일 새로운 꿈을 꿈꾸는 몽상가!
미국의 유명 푸드 에디터가 당신을 ‘제과계의 피카소’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솔직히 얘기해서 본인이 정말 듣고 싶은 찬사가 있는가?
나는 예술적 감각보다는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다. 그 호기심은 재료에 대한 호기심이 될 수도 있고, 맛의 조화에 대한 호기심이 될 수도 있다. 어차피 피카소라는 표현은 한 개인의 의견이기 때문에 감사하게 받아들이지만 그것이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명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내가 죽기 전에 듣고 싶은 말이 있다면, “평생 새로운 것을 꿈꾸는 자유인”이라는 말이다.
지금까지 만든 디저트 중 최고를 꼽을 수 있나? 그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항상 “다음번에 내가 만들 디저트”라고 이야기한다. 모두들 황당해하지만 그게 사실이다. 최선을 다해 프로젝트를 끝내면, 다음에는 어떤 디저트를 만들어낼지, 어떤 아이디어를 어디서 얻어낼지 꿈을 꾼다.
당신에게 디저트란? 행복이며 그날 정찬의 진정한 하이라이트다. 행복이라는 메시지의 연장선에서 최근 5년간 자선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매년 3월 20일을 ‘마카롱 데이Jour du Macaron’로 지정해 마카롱을 구입하는 이들에게 공짜 마카롱을 3개씩 나누어준다. 그리고 모든 수익금을 희귀병 전문 재단에 기부한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죽기 전에 꼭 만들어보고 싶은 디저트가 있나? 이건 비밀인데(웃음). 마카롱에 크렘 브륄레를 넣어볼까 한다. 설탕을 뿌려 살짝 토칭한 크렘 브륄레의 윗부분과 머랭 쿠키의 바삭한 식감이 만나면 재미날 것 같다. 마치 두 가지 디저트를 한번에 먹는 듯한 경험을 할 수 있지 않겠나.

‘감성의 건축가Architect of Emotion’, ‘디저트계의 디올’ 등 미식가들은 그를 두고 미사여구를 아끼지 않는다. 직접 만난 그는 타고난 디저트 신동도 아니고, 거창한 기교를 부리는 파티셰도 아니었다. 인터뷰 내내 이야기했듯 “호기심이 없어지는 날, 내 디저트도 없다”고 믿는 순수한 장인일 뿐이었다.

For Korean, Tango
인터뷰를 마치며 피에르 에르메는 <럭셔리> 독자에게 도쿄와 파리에서도 아직 공개하지 않은 디저트 ‘탕고Tango’를 바쳤다.
이탈리아의 한 슬로 푸드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던 중 오렌지 마멀레이드와 파르메산 치즈가 디저트로 나오는 것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진한 파르메산 치즈 크림에 레드 페퍼를 살짝 넣어 크림의 부드러운 맛을 극대화하고 프랑부아즈로 상큼하게 마무리했다.













파리의 유명 제과장이자 그 이름 자체가 브랜드인 ‘피에르 에르메’. 16세에 제과계에 입문해 프랑스의 국민 베이커리인 ‘포숑’, 마카롱 전문 부티크 ‘라 뒤레’를 거쳐 본인의 이름을 건 부티크 스타일의 제과점만 현재 10군데 이상을 운영하며, 올 상반기에 프랑크푸르트에도 새 매장이 생길 예정이다. 수많은 디저트가 있지만 그와 마카롱은 서로 뗄 수 없는 관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