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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統營) 새로운 음악의 성지를 꿈꾸다 본문
統營 새로운 음악의 성지를 꿈꾸다 |
빨간 꽃망울을 터뜨린 동백, 봄 내음 가득한 도다리 쑥국, 눈부시게 빛나는 250여 개의 섬…. 통영의 봄을 이 정도로 생각한다면 중요한 것 하나를 놓치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요소가 더해졌으니, 바로 클래식 선율! 매년 3월이면 작은 어촌 마을이 세계가 주목하는 음악 도시로 변신한다. 지난 9년간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정명훈 등 세계 정상급 음악가들이 연주를 펼쳤다. |
1 통영의 밤바다를 밝히는 등대 2 달아공원에서 내려다본 통영 바다 아스펜 음악제,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등 세계적 음악 축제를 동경해 온 이에게 통영에서 열리는 국제음악제는 반가운 이벤트가 아닐 수 없다. 올해 9회를 맞은 ‘통영국제음악제’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최고의 음악제로, 정명훈, 미샤 마이스키 등 세계 최정상 연주자들이 수준 높은 음악을 연주하며 매년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통영국제음악제의 가장 큰 특징은 클래식부터 평소 듣기 힘든 현대음악까지 마음껏 접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현대음악이란 20세기, 특히 2차 세계대전 이후 작곡된 음악으로 조성調性을 벗어나 자유롭고 파격적인 음정 배열이 특징이다. 쇤베르크Schonberg로 인해 음계 사이의 일정한 규칙이 무너지면서 개인이 자신만의 규칙으로 음계를 배열하기 시작한 것. 넓은 의미에서는 동시대, 지금 작곡한 음악을 통칭하기도 한다. 통영에서는 베토벤과 모차르트가 스트라빈스키, 칼 오르프와 공존하는 것이다. 통영국제음악제가 현대음악에 중점을 두는 데에는 작곡가 고 윤이상이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다. 1917년 통영에서 태어난 그는 30세에 음악 공부를 위해 독일로 떠난 뒤 베를린 음악대학 교수로 활동한 인물. 서양 약기에 한국 음악의 연주 기법을 접목한 작곡가로 독일연방공화국 대공로훈장, view함부르크 아카데미의 플라케테상, 괴테 메달 등을 수상한 20세기 현대음악의 거장이다. 그는 평소 “내 음악의 모태는 통영의 숲과 바다, 갈매기, 고기 잡는 소리다”라고 입버릇처럼 말했을 만큼 통영을 사랑했다. 그런 만큼 그의 고향에서 현대음악이 울려 퍼지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2002년 출범한 통영국제음악제의 전신이 타계한 윤이상을 기리고 그의 곡을 알리기 위해 만든 ‘윤이상 음악제’라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3 이병우의 <영화 콘서트> 4 안드레아스 숄 5 음악극 <에코> 6 2010 통영국제음악제를 찾은 외국인 7 페스티벌 홀 앞 거리 8 <오르페오 & 에우리디체> 축제를 성공적으로 만든 데에는 통영의 아름다운 자연경관도 한몫한다. 푸른 파도와 수백 개의 섬이 만들어내는 풍경은 사람의 마음을 흔들기에 충분하다. 현수막 몇십 장이 도시를 덮을 수 있을 정도로 도시가 작아 축제가 집약적으로 이루어진다는 것도 장점. 이 모든 요소가 유기적으로 결합해 매년 봄이면 인구 13만 명의 도시에 5만 명이 넘는 음악 마니아가 찾아든다. 지난 3월 음악제를 찾은 주한 독일문화원의 한스 게오르그 크놉Hans-Georg Knopp 사무총장은 “아름다운 섬과 푸른 바다, 세계적인 연주자의 공연이 어우러진 통영은 매력적인 도시다. 비슷비슷한 도시 축제가 많은데, 통영국제음악제는 근래 가장 인상적이었다”고 평한다. 익숙한 모차르트나 베토벤의 곡이 아닌 낯선 현대음악을 듣는다는 것은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다양한 변화음이 귀를 불편하게 만들어 클래식에 익숙한 이들에게는 조금 낯선 것이 사실. 그렇다고 실험적인 음악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지금은 너무도 유명해진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 존 케이지의 ‘4분 33초’도 처음에는 청중에게 놀라움과 충격을 안겨준 음악이었으니…. 팀프TIMF앙상블을 이끄는 서울대 작곡과 최우정 교수는 말한다. “현대음악은 컨템퍼러리 아트와 같다. 미술관에 들러 파격적이고 실험적인 작품을 흥미롭게 감상하는 것처럼 그저 편안한 마음으로 동시대에 탄생한 음악에 귀를 열어두면 된다.” 통영국제음악제를 제대로 즐기려면 최소 이틀 정도 체류하는 것이 좋다. 낮에는 아마추어 음악가들이 들려주는 200여 편의 프린지 행사를, 밤이면 항구가 내려다보이는 시민문화회관에서 2~3편의 공식 연주를 들으며 클래식과 현대음악의 다양한 변주에 흠뻑 취하면 된다. 금호 충무 마리나 리조트 등 숙소 로비에서 손쉽게 세계적 연주자와 마주치기도 한다. 여객선 터미널 주변 맛집에서는 지난 공연을 주제로 토론도 나눌 수 있다. 올해 봄 시즌은 끝났지만, 여름 아카데미(8월 14~28일)와 가을 윤이상 콩쿠르(10월 30일~11월 7일)가 기다리고 있으니 이 기간에 방문해보는 것도 좋겠다. 낯선 현대음악을 만나는 것이 부담된다면 미리 현대음악 연주 전문 단체, 팀프TIMF 앙상블의 다양한 공연을 감상하는 것도 한 방법. 국립오페라단의 오페라 <오르페오 & 에우리디체>(5월 15~21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 ‘디토 프렌즈’(6월 27일) 등이 예정되어 있다. 통영국제음악제의 주역 4인 통영을 세계적인 음악 도시로 만든 4인의 주역을 소개한다. 더불어 그들이 전하는 음악제의 의의와 매력, 제대로 즐기는 노하우까지! 빈 필과 정명훈을 섭외한 주인공 통영국제음악제 김승근 이사 “모차르트의 고향 잘츠부르크, 쇼팽의 고향 바르샤바처럼 세계적인 작곡가의 고향에서는 음악제가 열리는데, 윤이상의 고향에는 아무것도 없어 늘 안타까웠다.” 9년 전, 김승근 이사는 유럽 여행을 하며 문득 의문에 빠졌다. 그 길로 두 달짜리 유레일패스를 구입해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핀란드 사본린나 오페라 페스티벌까지 통영국제음악제의 롤모델을 찾아 유럽의 모든 음악제를 돌아다녔다. 그중에서 눈길을 끈 것은 현대음악 작곡가의 등용문이자 90년 전통을 자랑하는 독일의 도나우싱겐 음악제. 인구 4만 명의 작은 도시에 세계 각국의 음악가가 몰려드는 풍경에 ‘이거다’ 싶었다고. “볼거리라고는 아무것도 없이 작은 교회 몇 군데에서 공연을 펼치는 도나우싱겐에 비하면 맛과 멋이 살아 있는 통영은 정말 매력적인 도시다. ” 지난 9년간 음악제 공연을 총괄 기획한 그는 세계 최정상 연주자를 불러 모은 원동력으로 ‘열정’을 꼽는다. 첫 회 공연에 지휘자 정명훈, 2회 공연에 주빈 메타가 이끄는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불러왔는데, 이를 위해 시간이 날 때마다 유명 공연기획사에 연락하고, 직접 찾아가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처음이 어려웠지, 빈 필이 오고 난 후로는 자연스레 통영음악제 참가자 리스트가 세계 정상급으로 채워져 갔다. 다가올 10년, 통영국제음악제는 더 기대할 것이 많다. 2012년 음악당을 완공하고, 2017년 윤이상 탄생 100주년 기념식을 열면 아시아를 넘어 세계 유수의 현대음악제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것이다. 내년부터는 3년간 뮌헨 챔버 오케스트라의 수석 지휘자 알렉산더 리브라이히가 예술감독을 맡아 더욱 발전시킬 예정. “신예 아티스트들이 성장할 수 있는 세계적 등용문으로 발전해가는 것이 목표다. 통영이 클래식 애호가와 음악인 간에 만남의 장이 되고, 신예 음악인에게는 꿈의 무대가 되도록!” 김승근 이사는 통영국제음악제 내 문화 공연을 총괄하고 있으며,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국악과 교수로도 재직 중이다. 그의 명함에 찍힌 ‘국악’이란 단어가 낯설지만, 일찍이 서양 악기로 한국적 빛깔을 담아낸 윤이상 선생의 음악에 끌렸다고. 독일 유학 시절 윤이상과 인연을 맺은 것을 계기로 통영국제음악제를 성장시켰다. ‘미래의 윤이상’을 꿈꾸는 젊은 음악가 첼리스트 게오르기 아니첸코 통영국제음악제를 세계에 알리는 데에는 음악가 역시 큰 역할을 한다. 축제에 참가했던 연주자가 각자의 도시로 돌아가 친구와 동료에게 통영의 매력을 전할 것이기 때문이다. 종종 동료 아티스트에게 참석을 권하는 경우도 있다. 윤이상 국제 음악 콩쿠르가 배출한 신예 음악가의 잠재성은 더욱 무궁무진하다. 넓은 세계를 무대로 활동할 그들은 미래의 ‘통영 홍보 대사’이기 때문. 매년 가을이면 줄리아드 음악원, 베를린 예술대학 등 세계 유수의 음악대학에서 수학한 젊은 연주자들이 콩쿠르에 참여하기 위해 통영을 찾는다. 2003년부터 첼로, 바이올린, 피아노 3개 부문이 매년 한 부문씩 개최되어왔으며, 올해는 피아니스트의 경연이 예정되어 있다. 첼리스트 게오르기 아니첸코는 지난해 입상자로, 올해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 입상자 시리즈’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 통영을 다시 찾았다. 윤이상의 유일한 첼로곡 ‘첼로 독주를 위한 활주Glissees for Cello Solo’를 연주해 큰 주목을 받은 그는 보이 그룹의 기타리스트가 연상되는 준수한 외모의 소유자이다. 콩쿠르에 참가하기 전까지는 윤이상도, 통영도 미지의 단어였다. “콩쿠르를 준비하면서 윤이상의 음악을 처음 접했는데, 12분 내내 손가락으로 현을 뜯는 독특한 활주 테크닉을 어떻게 소화해야 할지 큰 고민이었다. 그야말로 충격 그 자체였다”고 회상한다. 윤이상을 알아가는 작업은 무척 어려웠지만, 그의 곡은 많은 것을 상상하게 만들었다. 윤이상을 만나면 가장 하고 싶은 질문이 무엇이냐는 말에, “어떻게 전혀 다른 요소들을 융화할 수 있었는지, 그 ‘복잡한 장르melange colors’에 대해 묻고 싶다”며 웃어 보인다. 세계적 거장을 배출하는 차이콥스키 콩쿠르, 쇼팽 콩쿠르처럼 언젠가 윤이상 콩쿠르도 세계적 음악인을 배출하는 꿈의 등용문이 되지 않을까. 2009년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 입상자인 게오르기 아니첸코Georgi Anichenko는 벨로루시 공화국 태생의 첼리스트다. 1996년 모스크바 콩쿠르에서 1위에 올랐고, 이듬해 영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올해 26세의 젊은 나이에 뛰어난 연주 실력으로 블라디미르 스피바코프 재단과 프랑스 정부의 후원을 받은 바 있다. 무대 뒤의 숨은 조력자 통영국제음악제 자원봉사자 김순선 단장 늘 보이지 않는 곳에서 관객과 연주자 사이의 숨은 도우미 역할을 하는 이가 바로 자원봉사자다. 통영국제음악제에서 매년 활동하는 자원봉사자는 70여 명으로, 40여 명이 연주자의 일정 관리와 프린지 행사 진행을, 약 30명이 공연장 안내를 진행한다. 통영시 여성합창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순선 씨는 지난 10년간 매년 봄이면 통영국제음악제 자원봉사 활동을 자처해온 숨은 일꾼이다. 관객에게 공연 에티켓을 주지시키고, 장내를 정돈하는 등 공연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그녀의 임무다. 객석에 편하게 앉아 명연주자의 공연을 감상할 수는 없지만, 음악제 자원봉사야말로 가치 있는 일이라고 믿는다. “비록 어깨너머지만 자원봉사자는 음악제의 모든 프로그램을 들을 수 있다. 게다가 세계적인 음악가를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다는 것도 큰 행운이다.” 음악제 준비 단계부터 마무리까지 지켜보다 보면 이것이야말로 살아 있는 음악 공부란 생각이 든다. “초창기만 해도 통영 시민의 공연 에티켓이 많이 부족했다. 악장과 악장 사이에 박수 치는 사람, 객석에서 사진 찍는 사람 등 국제음악제에 걸맞지 않는 행동을 하는 관객이 많았다. 지금의 수준 높은 공연장 매너를 만든 데에는 자원봉사자들의 숨은 노력이 있다.” 매 순간이 다 소중하지만,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지휘자 정명훈의 공연. 일찌감치 공연 티켓이 매진돼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공연이었는데, 자원봉사자들에게만 리허설이 공개되었다고.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단원을 압도하는 지휘자 정명훈의 모습에 과연 거장은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현대음악은 처음 한두 번 들을 때는 어렵지만 자주 듣다 보면 어느새 익숙해져 내 것이 되는 것 같다. 몸은 힘들지만, 누구보다 다양한 음악을 들으며 음악적 안목을 키울 수 있는 자원봉사 활동이 늘 기다려진다.” 통영에서 나고 자란 ‘통영 토박이’ 김순선 씨는 지난 10여 년간 통영국제음악제 자원봉사 활동을 해오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합창단 생활을 하는 등 음악에 대한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 통영시 여성합창단 단장으로 활동 중이다. 2년에 한 번 정기공연을 열며, 예술을 사랑하는 후원자 진의장 통영 시장 지난 3월 24일 통영국제음악제. 노르웨이 챔버 오케스트라와 레이프 오베 안스네스의 협연이 끝나자마자 누군가 객석에서 벌떡 일어나 격정적으로 박수를 쳤다. 연주에 감동한 듯 연신 고개를 끄덕이던 이는 진의장 통영 시장이었다. 흔히 연상되는 공직자의 딱딱하고 근엄한 모습과 달리 그는 풍류를 아는 예술가다. 동피랑 언덕에 직접 벽화를 그리고 개인전을 여는 등 미술적 재능이 뛰어나며, 다수의 시집을 출간한 문인이기도 하다. 예술에 조예가 깊은 그이기에 짧은 시간 안에 통영에 세계적 국제음악제가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전국 대부분의 축제가 특산물을 앞세운 주민 참여형 관광 축제라면, 통영국제음악제는 ‘음악’을 통해 타 지역 사람에게 통영을 알리는 수준 높은 축제다.” 그는 음악제의 가장 큰 성공 요인으로 통영의 예술적 정취를 꼽는다. “다도해의 아름다운 풍광, 거기에 윤이상과 박경리 같은 예술가의 삶이 통영을 한번쯤 가고 싶은 곳, 매력적인 도시로 만들었다.” 그 결과 통영국제음악제는 2006년 삼성경제연구소에서 장소 마케팅의 대표적 성공 사례로 꼽기도 했다. 지금까지 통영과 현대음악을 알리는 데 주력했다면, 앞으로는 세계적인 음악제로 도약하기 위해 각종 시설을 정비해나갈 계획. 무엇보다 세계적 연주자의 공연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음향 시설이 시급하다. 2012년까지 금호 충무 마리나 리조트 뒤편에 세계 최고 수준의 통영음악당을 완공할 예정. 지금까지는 850석 규모의 통영시민문화회관과 프린지 홀에서 공연했지만 2~3년 후면 1300석 규모의 콘서트 전용 홀과 300석 규모의 공연장 홀에서 제대로 즐길 수 있다. “TV를 통해 공연을 쉽게 즐길 수 있지만, 삶의 질을 좀 더 높이고 싶다면 불편함을 감수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통영에서 멋진 자연과 공연을 즐기는 것, 생각만 해도 근사하지 않은가.” 어렸을 때부터 통영에서 윤이상이 작곡한 교가를 부르고 자란 진의장 시장은 2003년부터 통영시의 행정을 책임져왔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뒤, 체신부 사무관으로 공무원 생활을 했으며, 일과 후에는 시를 쓰거나 그림을 그리고, 피아노와 색소폰 등을 연주하며 예술을 즐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클래식 전문가 3인, 통영국제음악제를 말하다 <객석> 박용완 편집장 통영국제음악제가 시즌제를 도입한 2004년 이후 거의 매해 봄, 여름, 가을을 그곳에서 보냈다. 오늘날 세계 음악계의 트렌드를 이끄는 연주 단체와 아티스트를 만나는 것보다 더 근사한 일이 있을까. 가장 인상 깊은 공연은 2007년 봄 시즌에 열린 미국 현악 4중주단 크로노스 콰르텟의 <중앙일보> 문화・스포츠 팀 김호정 기자 지난 3년간 꾸준히 통영국제음악제를 찾았는데, 그 작은 도시에 음악인과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인다는 것은 무척 흥미로운 풍경이다. 대도시에서도 쉽게 볼 수 없는 공연을 하루에 3~4차례 즐길 수 있다는 것이 무엇보다 큰 매력 아닐까? 매해 발전하는 음악제이다 보니 올해 프로그램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장르가 다른 예술끼리의 교류’라는 주제로 구성한 이번 프로그램은 대중성과 실험성을 적절히 조화시키는 데 성공했다. 바로크 시대의 오페라 <오르페오 & 에우리디체>, 지난해 갓 만들어진 음악극 <에코>를 같은 날 불과 1시간 간격으로 감상한 것도 특별한 경험이었다. 저녁에는 16~17세기의 아름다운 시에 노래를 붙인 음악을 들을 수 있었는데, 카운터테너 안드레아스 숄의 미성이 무대에서 빛나는 순간이었다. 기왕이면 통영에서만 볼 수 있는 단독 공연이 좋다. 올해 피아니스트 임동혁이 프랑스의 피아니스트 알렉상드르 타로와 함께한 듀오 연주가 좋은 예. 쇼팽 전문가인 두 피아니스트를 비교해서 볼 수 있는 기획이 돋보였다. 거리를 거닐며 프린지 공연의 패기 넘치는 예술가들을 만나는 것도 꼭 경험해봐야 할 일이다. 공연 기획사 빈체로 홍보 마케팅 팀 한정호 과장 2002년 통영국제음악제를 시작한 이래, 매년 봄이면 어김없이 통영을 찾고 있다. 벌써 7차례나 방문했으니 이쯤 되면 통영국제음악제의 산증인이라 할 만하지 않나. 통영국제음악제는 윤이상을 기리는 역사적 의무, 동시대 음악의 조류를 진단하는 감각, 이 두 가지의 밸런스를 절묘하게 유지하고 있다. 또한 아직 주목받지 못한 유능한 현대음악 연주자를 길러내는 교육・문화적 토대를 마련한다는 점에서 매우 가치 있는 연주회라고 생각한다. 지난해 하프시코드 연주자 셀린 프리슈의 연주회가 가장 인상적이었는데, 통영의 과감한 초청에 진심으로 박수를 보낸다. 수지 타산이 맞지 않는 비주류 악기 하프시코드, 국내 관객이라곤 200명 남짓한 그들의 공연은 서울에서는 좀처럼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내년에 통영을 찾는다면 메인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대극장 공연 대신 바로 옆 200석 규모의 소극장 공연에서 밤 10시에 시작하는 ‘나이트 스튜디오’ 프로그램을 즐기길 권한다. 마치 전주나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영화 한 편에 불면의 밤을 보내는 듯한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한밤중의 클래식이라니 얼마나 낭만적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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