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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어회무침과 홍어찜 그리고 토하젓 본문

음식&요리/Food & Cooking

홍어회무침과 홍어찜 그리고 토하젓

dhgfykl; 2010. 4. 22. 03:09

홍어회무침과 홍어찜 그리고 토하젓
전라남도 광주 음식은 구수하고 쿰쿰한 토속의 맛을 지닌 것이 특징이다. 예로부터 잔칫날이면 홍어에 색색의 고명을 얹어 찜을 해 먹고 남은 홍어는 얇게 포를 떠 고추장 양념에 무쳐 먹었다는 한예자 씨. 입맛 없을 때 제격인 토하젓은 사계절 즐겨 먹던 밑반찬으로 지금은 무척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 친정어머니에게 물려받은 이 곰삭은 맛은 이제 세 딸이 이어받아 그 맥을 이어갈 별미 중의 별미다.

우리 어머니는 종갓집 종부였다. 얼마나 알뜰한 살림꾼이었는지 조용조용, 나긋나긋하게 집안일을 하고 아이들을 키우고 집안 어르신을 모시고, 그렇게 살림하며 사는 것이 최고의 행복이라 여기셨다. 어머니가 만들어주신 음식은 내가 먹어본 것 중에 단연 으뜸이었다. 그 음식을 먹으면 편안하고 행복한 기운이 온몸에 번져왔다. 어머니는 언제나 음식의 맛은 정성이 반, 재료가 반이라고 말씀하시곤 했다. 전라도 지역은 해산물과 민물고기, 곡식 등이 풍성해 제철 재료만 잘 활용하면 양념이 따로 필요 없을 정도로 맛이 풍부하고 영양이 가득했다. 재료를 고르고 구입하는 데 공을 들였던 어머니의 지혜와 손맛은 둘째 딸인 내가 이어받았다. 전남 장성으로 시집가기 전까지 맛깔난 광주 토속 음식을 배운 터라, 젊은 시절에는 동네 잔치 음식을 도맡았다.
내게 고향의 냄새는 쿰쿰하고 알싸하다. 전라도 하면 뭐니 뭐니 해도 홍어. 홍어를 담백하게 쪄내 미나리와 색색의 고명을 곁들인 홍어찜 맛은 가히 일품이다. 시큼털털한 막걸리 한잔에 코가 뻥 뚫리는 듯한 홍어찜 한 젓가락이면 오후의 나른함과 무기력증이 시원하게 해소되곤 했다. 고향 광주 역시 홍어 사랑이 유별났는데, 홍어가 잔칫상에 오르지 않으면 먹을 것이 없다고 혀를 찰 정도였다. 종갓집이라 제사가 많았던 친정집 역시 제삿날이면 홍어찜을 준비했다. 항아리에서 3~4일 정도 삭힌 홍어를 물로 씻지 않고 껍질에 묻은 곱(점액)을 짚이나 오래된 신문지로 벗겨낸 다음 마른행주로 잘 닦는다. 이렇게 손질한 홍어는 배를 갈라 내장을 빼내는데, 삭히고 다듬는 과정만 해도 벌써 반이 끝난 것이다. 요즘은 홍어 파는 곳에서 대강 손질을 해주어 집에서는 간단하게 씻어 조리만 하면 되지만, 매일 머리를 빗고 옷매무새를 다듬는 것처럼 식재료도 잘 다듬어놓아야 훌륭한 요리가 완성된다. 이 과정이 귀찮다고 대충하거나 그냥 넘어가면 볼품없는 요리가 될 수밖에 없다고 어머니는 딸들에게 강조하곤 한다. 홍어는 살이 연하고 부드러워 너무 오래 찌면 부스러지기 쉬우므로 알맞게 쪄내야 하는데, 껍질에 칼집을 넣으면 찜을 할 때 오그라들지 않는다. 제사상에 올릴 때는 통째로 찌지만, 손님상에 낼 때는 간편하게 5~6cm 크기로 잘라 찜을 해도 좋다. 살이 단단한 것을 골라 적당한 크기로 자른 뒤 꾸덕꾸덕하게 말려 찜을 하면 쫀득쫀득 씹히는 식감이 일품이다. 홍어 뼈는 물렁물렁한 연골로 이루어져 있어 씹어 먹을 수 있고 씹을 때 오도독한 게 식감이 좋다. 홍어 내장은 보리 싹과 함께 끓이면 진국인데, 이를 ‘홍어 앳국’이라 하며 예로부터 귀한 음식으로 여겼다. 전라도에서는 시집가는 날 이바지 음식으로 홍어찜을 하는 전통이 있는데, 익혀서 보내는 것이 정석이다. 홍어는 회뿐만 아니라 탕과 무침으로도 먹을 수 있는데, 삭힌 홍어를 싫어한다면 무침을 한다. 회무침을 할 때 매실즙을 넣으면 잡내도 없애고 더 새콤한 맛을 낼 수 있다.
홍어가 특별한 날 먹는 별미였다면, 토하젓은 밥반찬으로, 김치 양념으로, 소화제로 활약한 밥상의 감초였다. 어린 시절 강이나 냇가로 물놀이를 가면 민물새우를 그물에 한가득 잡아오곤 했다. 민물새우는 바다와 강 경계에 많았는데, 이 새우를 잡아 질그릇에 넣고 수염이 떨어지게 문질러 씻어 젓갈을 담갔다. 이렇게 담근 토하젓은 전라도의 오랜 식문화와 함께해온 식품이다. 입맛이 없을 때는 토하젓 하나만 가지고 밥 한 그릇 뚝딱 해치웠다. 어린 시절 체했을 때면 할머니가 죽을 쑤어 토하젓과 함께 밥을 먹이곤 했는데, 이러면 소화가 잘되어 체기가 쑥 내려갔다. 찰밥과 섞어 잘 삭힌 토하젓은 그냥 무쳐 먹기도 하지만, 김치 담글 때 넣으면 풍미가 좋아지고 무와 함께 찜을 해 먹거나 조려 먹으면 이 또한 별미다.
홍어를 삭히는 것, 민물새우로 젓갈을 담그는 것은 바로 시간으로 익히는 것이다. 사람과 자연이 만나야 비로소 완성되는 것. 홍어찜, 토하젓 같은 광주의 토속 음식을 한번 먹어보면 그 맛을 잊지 못하고 마니아가 되는 이유는 바로 시간과 함께 숙성된 우리 발효의 맛이기 때문일 것이다. 건강하고 맛있고 좋은 조리법일수록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눠야 하기에 나는 오늘도 곰삭은 맛의 토속 음식을 만든다.

종갓집 종부였던 어머니의 손맛을 이어받아 고향 광주의 맛을 이어가고 있는 한예자 씨. 가족, 친척, 이웃까지 잔치를 할 때면 여기저기 불려 다니며 참모 역할을 도맡다가 아이들이 다 자라고 출가한 이후부터 아예 폐백 음식만을 하고 있다. 멀리 광주에서 새벽차를 타고 올라온 어머니를 서울 사는 셋째딸 손근희 씨가 마중했다.

이 칼럼은 궁중음식연구원 한복려 원장의 추천과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는 평소 우리나라 각 지역의 다양하고 특색 있는 토속 음식이 잊혀가는 현실이 안타까웠다고 말합니다. 매달 궁중음식연구원 지미재 회원과 함께 전국 각 지역의 어머니와 고향의 맛을 추억하고 소개합니다.


홍어회무침・홍어찜・토하젓 만들기
 
홍어회무침
재료 홍어 400g, 매실즙 1/2컵, 무 200g, 청오이 1개, 미나리・배 100g씩
초절임 양념 설탕・식초 1큰술씩, 소금 1/2작은술
고추장 양념장 고추장・식초 4큰술씩, 고춧가루・다진 파 2큰술씩, 설탕 3큰술, 다진 마늘・깨소금 1큰술씩, 다진 생강・참기름 1작은술씩

만들기
1
홍어는 깨끗이 씻어서 껍질을 벗긴 다음 5cm 정도로 토막 낸 후, 살결 반대 방향으로 얄팍하게 회를 뜬다.
2
①의 홍어회에 매실즙을 부어 주물러두었다가 꼭 짜서 부들부들해지도록 한다.
3 오이는 길게 반으로 잘라 어슷하게 썰고 무는 0.5cm 두께로 굵게 채 썬다. 각각 분량의 초절임 양념에 절인 다음 물기를 꼭 짠다.
4 미나리는 깨끗이 씻은 다음 줄기만 다듬어 끓는 물에 살짝 데친다. 찬물에 담갔다가 건져 물기를 짠 다음 5cm 길이로 썬다.
5 배는 껍질을 벗기고 굵게 채 썬다.
6 큰 볼에 홍어, 무, 오이, 미나리, 배를 넣고 분량의 고추장 양념장을 넣어 버무린다.


홍어찜
재료 말린 홍어 1/2마리, 실파 2뿌리, 마늘 3쪽, 붉은 고추・달걀 1개씩, 석이버섯 1개, 양파 1/2개
양념장 간장・다진 파 2큰술씩, 다진 마늘・물 1큰술씩, 깨소금・참기름 1작은술씩

만들기
1
말린 홍어는 깨끗이 씻어 칼집을 넣는다.
2 실파는 3cm 길이로 어슷 하게 채 썰고 마늘도 채 썬다. 붉은 고추는 반으로 갈라 씨를 빼고 3cm 길이로 어슷하게 채 썬다. 석이버섯은 물에 불려 곱게 채 썬다. 달걀은 흰자와 노른자를 따로 잘 풀어 지단을 부친 뒤 3cm 길이로 채 썬다.
3 양파는 동그란 모양으로 약간 굵게 썬다. 찜통에 김이 오르면 짚 또는 양파를 깔고 홍어를 얹은 다음 양념장을 바르고 15분간 찐다. 홍어는 꺼내어 식힌 다음 고명을 얹어 다시 한 번 찐다. 꺼내어 식힌 다음 초고추장이나 초장을 찍어 먹는다.


토하젓
재료 민물새우・찹쌀 1kg씩, 소금 150g, 소금물 5컵(물 5컵, 소금 1/2컵)
양념장 고춧가루 1 2/3큰술, 깨소금 1큰술, 다진 마늘 1 1/2큰술, 생강즙・실깨 약간씩

만들기
1 작은 항아리에 굵은 소금을 한 켜 깔고 민물새우를 한 켜 올린 뒤 위에 소금을 뿌린다. 민물새우와 소금을 한 켜씩 반복하여 차곡차곡 담는다. 새우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소금을 넉넉히 뿌리고 무거운 돌로 눌러서 밀봉한 다음 뚜껑을 덮어 시원한 곳에 1개월 이상 둔다.
2 찹쌀은 물에 5시간 이상 불려 찰밥을 지은 다음 절인 새우와 버무려서 5일 정도 두면 푹 삭는다.
3 잘 삭은 토하에 준비한 양념장을 넣어 무쳐서 반찬으로 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