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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옥 씨에게 배우는 황해도 토속 음식 본문

음식&요리/Food & Cooking

최현옥 씨에게 배우는 황해도 토속 음식

dhgfykl; 2010. 3. 10. 00:28

최현옥 씨에게 배우는 황해도 토속 음식
두부김치와 김치말이 메밀국수
한반도가 아무리 작다지만 각 지방의 토속 음식을 들여다보면 그 세계가 얼마나 깊고 다양한지 새삼 놀라게 된다. 유독 겨울이 길고 추운 황해도 지방에서는 간수 대신 김치를 넣어 두부를 만들고 김치 국물에 메밀국수를 말아 먹었다. 한 끼 식사는 물론 긴 겨울밤 허기를 달래주는 야참으로도 제격인 이 겨울 황해도의 맛.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곳, 내 아버지의 고향은 황해도 장연군 삼천리다. 한국전쟁 당시 남한으로 내려와 자리를 잡은 아버지는 어린 시절 먹었던 음식을 즐기는 것으로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곤 하신다. 나 역시 아버지 옆에서 그런 음식을 함께 먹어서일까? 한 번도 가보지 않은 황해도가 무척이나 가깝고 친숙하게 느껴진다. 친정어머니가 어린 나이에 돌아가셨기에 내 기억에 남아 있는, 내가 만들 줄 아는 황해도 음식의 대부분은 고모에게 배웠다.
황해도 음식의 특징은 간이 슴슴하고, 향신료나 양념을 적게 사용하며, 국수나 만두처럼 밀가루를 사용한 음식이 많고, 김치를 활용한 요리가 발달했다는 점이다. 다른 지방보다 겨울이 길어 채소를 구하기 어려웠던 황해도에서는 10월경에 담근 김장 김치를 이듬해 4월까지 먹으며 다양한 요리에 이용했다고 한다. 그 때문에 황해도 겨울 음식을 만들려면 우선 황해도식 김치부터 담가야 한다. 물김치와 일반 김치의 중간 정도로 국물을 넉넉히 잡아 담그는 황해도 김치는 물 대신 사골 국물이나 양지머리 육수로 담가 국물까지 알뜰하게 먹는다. 시원하고 개운한 제맛을 내려면 서늘한 곳에서 보름 이상 천천히 익혀야 배추가 아삭아삭하고 맛있다. 또 젓갈은 거의 사용하지 않거나 멸치액젓 정도만 약간 넣어야 김치가 시어도 맛이 깔끔하다.
김치 덕을 톡톡히 보는 메뉴는 김치말이 메밀국수다. 아버지는 하루 세끼를 모두 국수로 드시겠다고 할 만큼 면 요리를 좋아하셨는데, 덕분에 우리 집은 면 뽑는 기계까지 별도로 두고 국수를 만들어 먹었다. 국수 먹는 날, 고모가 밀가루로, 또는 밀가루에 메밀가루를 섞어 반죽을 시작하면 나는 곁에 서서 조바심을 내며 국수 삶는 걸 기다렸다. 펄펄 끓는 물에 국수를 흩트려 넣은 다음 찬물을 한두 차례 부어가며 면을 삶는다. 면이 다 익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끓어오른 국수 몇 가닥을 집어 찬물에 슬쩍 담갔다가 ‘쪽’ 빨아 입에 넣는 그 순간, 실은 그때 맛보는 국수가 제대로 차려놓은 국수보다 훨씬 더 맛있었다. 국수가 익으면 찬물에 여러 번 헹궈 물기를 뺀 다음 김치 국물에 말고 숭숭 썬 김치를 웃기로 소복하게 얹으면 한 그릇 음식이 완성된다. 김치말이 메밀국수는 간단하게 만들 수 있으면서 별다른 반찬이 필요 없는 우리 집 최고의 겨울 별식이었다.
황해도 김치는 오래 묵을수록 그 진가를 발휘하는데, 김장철에 담근 김치가 시어진 2월에는 두부김치를 만들어 먹었다. 황해도식 두부김치는 요즘 사람들이 흔히 먹는(모두부에 김치를 얹어 먹는) 두부김치와 전혀 다르다. 황해도식 두부김치를 만들려면 최소한 하루 전에 콩을 물에 담가두어야 한다. 콩이 충분히불면 깨끗이 씻어서 맷돌이나 믹서에 곱게 갈아 목면 자루를 펴놓은 큰 그릇에 옮겨 담는다. 이때 거품이 많이 생기는데, 들기름을 살살 뿌리고 잠깐 기다리면 신기하게도 서서히 가라앉는다. 거품이 가라앉으면 자루를 오므려 콩물을 꼭 짠다(자루 안에 남은 콩 건더기는 따로 모아두었다가 비지찌개를 끓여 먹었다). 이 콩물을 냄비에 담아 처음에는 센 불에서 끓이다가 끓어오르면 약한 불로 줄여 한동안 뭉근히 끓인다. 이때 주의할 점은 잠깐이라도 한눈을 팔면 쉬 끓어 넘치기 때문에 냄비 앞에 지켜 서서 나무 주걱으로 저어주고, 끓어오르면 찬물을 조금씩 부어 가라앉혀가며 익혀야 한다는 것이다. 콩 비린내가 가시고 콩물에서 고소한 맛이 나면 불을 끄고 한 김 내보낸 다음 푹 익은 묵은 김치를 송송 썰어 참기름과 후춧가루로 양념한 뒤에 콩물에 흩뿌리듯이 골고루 넣는다. 한 시간 남짓 그대로 두면 김치가 응고제(간수) 역할을 하면서 저절로 콩물이 엉겨 순두부와 김치가 섞인 상태가 된다. 이렇게 완성한 두부김치는 먹기 직전에 한 국자 푹 떠서 바글바글 끓여 국물까지 함께 떠먹었다.
김치말이 메밀국수, 두부김치 외에도 겨우내 빚어 먹었던 만두, 송송썬 김치와 쌀을 섞어 짓는 김치밥, 녹두를 갈아 김치와 고사리, 숙주 등을 넣고 부쳐 먹는 녹두전 등 김치를 이용해서 만드는 황해도 지방의 음식은 참으로 다양하다. 고향을 떠나온 지 50년을 훌쩍 넘긴 아흔넷의 아버지는 요즘도 겨울이면 황해도 음식을 먹으며 고향을 회상하신다. 겨울 막바지로 갈수록 더욱 자주 만들어 먹는 황해도 음식이 내게는 곧 아버지이자 또 다른 고향인 셈이다.

이 칼럼은 궁중음식연구원 한복려 원장의 추천과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는 평소 우리나라 각 지역의 다양하고 특색 있는 토속 음식이 잊혀가는 현실이 안타까웠다고 말합니다. 매달 궁중음식연구원 지미재 회원과 함께 전국 각 지역의 어머니와 고향의 맛을 추억하고 소개합니다.

두부김치와 김치말이 메밀국수 만들기

두부김치
재료 흰콩 2컵, 물 4컵, 들기름 1큰술, 새우젓 약간, 신 김치 1/4포기, 다진 마늘 2큰술, 참기름 1큰술, 후춧가루 약간 양념장 재료 간장 5큰술, 다진 파 3큰술, 다진 마늘 1큰술, 굵은 고춧가루 2큰술

만들기
1 흰콩은 하룻밤 물에 불린 다음 문질러 씻어 껍질을 벗긴다. 분량의 물을 넣어 믹서에 곱게 간다.
2 큰 그릇에 목면 자루를 펼치고 간 콩을 쏟은 다음 들기름을 뿌려 거품을 가라앉힌다.
3 목면 자루를 오므려 꼭 짜서 콩물을 밭는다(자루에 남은 콩비지는 따로 찌개를 끓여 먹는다).
4 솥에 ③의 콩물을 부어 처음에는 센 불에 끓이다가 한 번 끓어오르면 넘치지 않게 은근한 불에서 저으면서 끓이는데, 끓어 오르면 냉수를 3~4차례 넣어 거품을 가라앉히며 끓인다. 콩물이 익으면 불을 끄고 한 김 내보낸다.
5 신김치는 송송 썰어 마늘, 참기름, 후춧가루를 넣어 양념한다.
6 ④의 콩물에 ⑤의 김치를 솔솔 뿌려 넣는다. 한 시간 정도 두면 김치가 응고제 역할을 하며 콩물이 순두부처럼 엉긴다. 만일 잘 엉기지 않을 경우에는 새우젓을 조금 넣는다.
7 양념장 재료를 모두 섞어 양념장을 만든다.
8 두부김치가 응고되면 한소끔 끓여 ⑦의 양념장을 뿌려 먹는다.

김치말이 메밀국수

재료 배추김치 1/2포기, 김치 국물 10컵, 참기름・깨소금・설탕・식초・물・메밀국수・배・쇠고기 수육 적당량

만들기
1 배추김치는 곱게 채 썰어 참기름과 깨소금을 넣고 무친다.
2 김치 육수 10컵에 설탕, 식초, 물을 넣어 간을 보면서 새콤달콤한 국물을 만든다.
3 끓는 물에 메밀국수를 넣고 계속 저어가며 삶는다. 국수가 익으면 재빨리 건져 찬물에 씻어서 1인분씩 사리지어 소쿠리에 넣고 물기를 뺀다.
4 배와 쇠고기 수육은 고명으로 얹기 알맞은 크기로 썬다. 만약 없다면 생략해도 된다.
5 그릇에 메밀국수를 담고 김치와 배를 얹고 ②의 시원한 국물을 부어 낸다.

황해도식 김치
* 두부김치와 김치말이 국수는 황해도 김치로 만들어야 제 맛이기에 최현옥 씨의 황해도식 김치 레시피를 공개합니다.

재료 배추 3포기, 굵은소금 2컵, 물 10컵, 무 1개, 쪽파 1/4단, 대파 3대, 배 1/2개, 마늘・생강・양파・고춧가루・멸치액젓・소금・설탕 약간씩, 양지 육수 30컵

만들기
1 배추는 다듬어서 물 10컵에 소금 2컵을 녹인 물에 담가 5~6시간 정도 절인다. 배추 상태를 보아가며 중간에 2~3차례 뒤집어야 골고루 절여진다.
2 ①의 배추를 깨끗이 씻어 건져 물을 뺀다.
3 무는 반으로 자른 다음 한 쪽만 곱게 채 썬다.
4 쪽파와 대파는 다듬어 씻은 후 곱게 채 썬다.
5 배, 마늘, 생강, 양파, 나머지 무는 적당한 크기로 썰어 믹서에 넣고 곱게 간다.
6 큰 그릇에 ③의 무채를 넣은 후 고춧가루, 멸치액젓과 ④, ⑤를 섞어 버무린다. 소금과 설탕을 넣어 간간하게 간을 맞춘다.
7 ②의 배추 잎 사이에 ⑥의 소를 골고루 채워 넣고 항아리에 차곡차곡 담는다.
8 양지 육수 30컵에 소금을 적당히 풀어 간하고 ⑦의 김치 항아리에 부어 익힌 후 냉장고에 보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