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最古의 외식, 最高의 미식 -中食 본문

음식&요리/Food & Cooking

最古의 외식, 最高의 미식 -中食

dhgfykl; 2010. 3. 10. 00:18

最古의 외식, 最高의 미식
中食
세계 최고의 미식을 논할 때 가장 먼저 손꼽는 중국 요리. 온갖 진귀한 식재료와 현란한 조리법으로 완성하는 중국 요리는 대중적인 친근함부터 럭셔리함까지 다채로운 면모로 전 세계에 영향을 끼쳤다. 우리나라 역시 중식으로 외식을 시작했고 현재까지 한국 음식 문화에 중식이 끼치는 영향력은 막대하다. 2010년 3월, 한국 속 중국 요리의 흥미진진한 세계로 당신을 초대한다.

회색 대리석 타일 윤현상재Younhyun. 도마, 스푼, 소스 접시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종종 인천 차이나타운에 간다. 동네는 새 단장을 했지만, 고전적인 ‘중국집’들이 즐비하다. 가끔 회현동이나 북창동 뒷골목 혹은 명동 중국 대사관 근처에 있는 중국집에 가기도 한다. 거기엔 지금은 사라져가는 옛 운치가 있다. 대부분 화상華商들이 운영하는 식당들이 그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운영하는 동네 중국집과는 ‘필’이 다르다. 인천을 중심으로 자리 잡기 시작한 중국 요리사들은 우리 음식 역사에 길이 남을 패스트푸드 ‘짜장면’을 개발했다. 특히 지금의 40~50대들에게 어린 시절 중국집에 대한 향수는 막대할 것이다. 어른들은 배갈 한 잔을 곁들이고, 불량 학생들은 방 안에서 몰래 술을 마시며 담배를 피우기도 했지만, 아이들은 탕수육에 자장면 한 그릇이면 배가 차고, 마음이 불러왔다. 외식 문화에 피자라는 새로운 바람이 불어닥치고, 지금은 만사가 귀찮을 때나 간혹 자장면으로 한 끼를 때우기도 하지만, 왕년에는 ‘청 요리’를 먹으러 가는 것이 집안 행사였다.
그렇다. 청 요리다. 인천이 개항되고 청나라 사람들이 뿌리를 내리면서 중식당도 하나둘씩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전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한국화된 음식, ‘짜장면’이 등장했다. 반도에 갇힌 탓에 국내 중식당 메뉴는 다른 나라에 비해 폐쇄적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메뉴들을 개발해서, 그 입맛에 맞춰 생존했다.

이탈리아 사람과 중국 사람의 공통점이 있다. 전 세계 어디로 이주하든 식당을 차리면서 그 동네에 정착하기 시작한다는 점이다. 전 세계 어딜 가나 피자집이나 중국집이 없는 동네가 없다. 우리나라에도 마을 크기가 읍 단위 정도만 되면 영락없이 중국집이 있다. 웍과 불만 있으면 맛을 낼 수가 있는 게 중식이다. 불이야 어딜 가든 피우기만 하면 되는 거고, ‘괴나리봇짐’에 프라이팬 하나만 넣고 떠나도 어디서나 식당을 차릴 정도로 생존 능력이 뛰어나다. 이런 간편함이 중식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다. 요리사들의 인식도 다르다. 많은 이들이 요리의 핵심을 ‘간’이라고 하는 데 비해, 중국 요리사만큼은 ‘불’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주방에서 강하게 솟구치는 불길, 그 위를 현란하게 오가는 웍의 움직임이 중식당 주방을 단적으로 상징하는 그림이 아닐까.
1990년대를 거치면서 중국 음식에 새로운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과거의 ‘중국집’ 대신, ‘차이니스 레스토랑’이 생겨났다. 고전적 중국집의 형태를 대표하는 게 논현동 ‘현경’이라면, 차이니스 레스토랑의 전형적인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곳이 구 안세병원(현 강남 을지병원) 뒤 ‘동천홍’일 것이다. 그 핵심에도 자장면과 짬뽕이 있다. 누구나 쉽게 자장면 한 그릇을 먹을 수 있는 중국집과 자장면 대신 깔끔한 요리 위주로 내놓는 차이니스 레스토랑으로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만의 중국집과 전 세계적인 추세를 따라가는 차이니스 레스토랑이 양립한다는 것은 서울이라는 도시가 과거와 미래 사이에 절묘하게 존재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곤 한다. 화교들이 많이 거주하는 연남동 일대 중국집의 변화를 보면 그 사실을 실감할 수 있고, 명동 중앙우체국 앞에 서서 ‘산동반점’과 ‘딘타이펑’을 동시에 보면 세월의 변화가 얼마나 무쌍한지 잘 알 수 있다.

중식당에는 간단한 식사와 제비집이나 샥스핀과 같은 재료를 쓰는 고급 요리가 공존한다. 중식이 대중적이면서도 미식일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상어 한 마리를 잡아서 지느러미를 먹어본 적이 있다. 머리카락 같은 질감의 지느러미를 맛보며, 물에 불렸다 말렸다를 반복하면서 부풀린 샥스핀을 만들어낸 지혜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날개 달린 것 중에는 하늘을 나는 비행기, 네 발 달린 것 중 책상, 두 발 달린 것 중 자기 자식을 빼고 다 먹는다’는 중국인의 재료에 대한 호기심은 왕성하다. 곰 발바닥이나 원숭이 골처럼 지금은 혐오 식품 취급을 받는 고급 음식부터 중국 전역 최고의 음식들을 모아 만든다는 만한전석, 냄새를 맡으면 중도에 수행을 포기하고 담을 넘을 수밖에 없다는 불도장, 명문장가 소동파가 직접 개발했다는 동파육 등 중식의 다양함이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미식가라면 그 깊이와 다채로움에 호기심을 느끼지 않겠는가.
외국 여행을 하다가 가끔씩 중식당에 갈 때가 있다. 거기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낯설지 않다는 점, 저렴하다는 점, 그리고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는 점. 웬만한 음식을 주문해놓고 칠리소스만 곁들이면 매운맛에 대한 갈증까지도 해소할 수 있다. 요즘은 심지어 파리 시내 한복판에도 우리나라 사람이 지나가면 “짜장 있어요”라며 호객 행위를 하는 중식당까지 있다. 이처럼 중국 음식은 자신들의 전통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소비자들의 욕구에 부응하며 현지화되는 방식으로 미식업계를 주름잡고 있다. 르네상스의 중심지 피렌체에 있는 북경반점에 앉아 한글 메뉴로 음식을 주문할 수 있다는 것은 중국 음식의 국제성을 드러내는 한 단면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