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Archives
Today
Total
관리 메뉴

♡산다는 것은 기다림과 여행하는 것이다♡

자연과 어우러진 투박하고 은은한 멋, 옹기 본문

&& LUXUTE &&/침실.주방.거실.욕실

자연과 어우러진 투박하고 은은한 멋, 옹기

dhgfykl; 2009. 12. 9. 02:09

 

발효 음식 문화와 함께 발달한 숨쉬는 저장고
‘옹기’의 사전적 의미는 ‘오지그릇과 질그릇’으로 잿물을 입혀 구운 것을 오지그릇, 그렇지 않은 것을 질그릇이라 한다. 전통 옹기는 제조 전 과정에 걸쳐 화학물질이 전혀 첨가되지 않으며 물은 새지 않고 공기는 소통이 가능해 일명 ‘숨쉬는 그릇’으로 불린다. 그 옛날 물에서 장, 김치까지 대부분의 먹을거리를 저장하는 용도로 쓰였던 옹기는 발효 음식이 주를 이루는 우리나라의 식생활에 안성맞춤인 저장고였다. 잘 빚은 항아리는 빛을 차단하고 열을 받아들이며 공기 소통이 원활해 몸에 이로운 미생물들이 발효 작용을 잘할 수 있도록 돕는 한편, 산화를 방지해 음식의 부패를 막고 곰팡이도 거의 피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그릇 안의 노폐물을 밖으로 배출하고 염분이 음식에 지나치게 스미는 것을 막는다. 항아리에 간장이나 된장을 담가놓으면 표면에 하얗게 소금이 맺히는데, 이는 옹기의 삼투압 작용을 증명하는 것이다. 이러한 작용은 유리나 유약을 바른 도자기 등에서는 발견할 수 없는 현상이다. 옹기로 만든 화병이나 어항을 사용했을 때 유리보다 꽃과 물고기가 훨씬 오래 살아 있었다는 실험 결과도 보고된 바 있다.

 

옹기가 이처럼 ‘숨을 쉬는’ 원리는 기본 재료에 있다. 옹기의 재료인 질흙은 찰흙으로 이루어진 약한 흙과, 돌과 모래 성분의 센 흙을 섞어서 만드는데 이렇게 만든 진흙으로 옹기를 구우면 약한 흙은 그릇이 되고 센 흙은 기벽에 미세한 기공을 형성한다. 그 기공 사이로 공기가 통하며 산소를 공급하고 적당한 온도를 유지하는 발효 과학이 탄생하는 것이다. 또한 가마 속에서 나무가 탈 때 생기는 탄소와 연기가 옹기들을 휘감아서 검댕을 입혀 방부 작용을 한다. 이렇듯 효능이 신통방통한 옹기는 재료와 공정이 자연에 가장 가까운 그릇으로 인체에 무해, 무독할 뿐 아니라 견고해서 100여 년부터 수천 년까지 대물리며 사용할 수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처럼 오랫동안 보존할 수 있는 옹기가 금이 가거나 파손되면 풍화작용에 의해 그릇의 형태를 버리고 재빨리 흙으로 돌아간다는 사실이다.

 

 

 

 

 

 


자연과 어우러진 투박하고 은은한 멋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세계인이 감탄할 정도로 화려한 공예 문화를 자랑하는 우리 조상들이 옹기는 왜 그리 투박하게 만들었을까 하는 점이다. 마음만 먹는다면 고려 청자나 조선 백자 못지않게 상감도 넣고 그림도 그릴 수 있지 않았을까? 오부자옹기의 김용호 씨는 그 이유를 자연에서 찾는다. “옹기가 꾸밈이 없는 이유는 주로 밖에 두는 항아리였기 때문입니다. 백자나 청자는 집 안에 들이는 것이지만 옹기는 자연과 어우러져야 합니다. 장독대에 놓인 옹기에 현란한 무늬가 있다면 풍경을 해치기만 하겠지요.” 그의 말을 듣고 나니 조상들의 지혜에 다시 한번 감탄하게 된다.

그래서일까. 최근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공간 디자인이 유행을 하면서 옹기를 현대적인 인테리어 소품으로 활용하는 예가 늘고 있다. 호텔이나 레스토랑, 기업의 사옥 등에 옹기를 데커레이션 하는 것이다. 파크 하얏트 서울과 청담동 카페 ‘모우’가 대표적인 예. 파크 하얏트 서울의 인테리어를 맡은 슈퍼포테이토의 다카시 스기모토는 한국 전통 옹기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인테리어 소품으로 활용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차분한 파스텔 톤으로 꾸며진 파크 하얏트 서울의 리셉션 데스크와 로비에는 옹기에 심어진 나무들이 모던하면서도 고풍스러운 멋을 풍긴다. 또 독특한 공간 디자인으로 주목받고 있는 카페 ‘모우’에는 커다란 앤티크 항아리를 꽃과 함께 데커레이션한 작품이 있다.

 

파크뷰 by 헤어뉴스의 원장이자 플로리스트로도 왕성한 활동을 하는 이상일 원장은 100년이 넘은 옹기가 지금 보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모던한 라인이 살아 있다며 감탄을 금치 못한다. 옹기를 인테리어 소품으로 활용하는 방법은 비단 이뿐만이 아니다. 사무실이나 가정에서도 얼마든지 옹기를 활용할 수 있다. 커다란 항아리에 나무를 심거나 넓적한 수반에 꽃꽂이를 하기도 하고 넓은 시루 위에 유리를 얹어 테이블로 쓰기도 한다. 옹기는 중후한 색감과 함께 예스러운 품위도 갖추고 있어 모던한 공간에 깊이 있는 멋을 더하며 어떠한 컬러와도 잘 어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