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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의 안정현 씨의 한식 제안 본문

음식&요리/Food & Cooking

우리가'의 안정현 씨의 한식 제안

dhgfykl; 2010. 2. 3. 19:40

우리가'의 안정현 씨의 한식 제안
아세안 정상과 함께 즐긴 음식 예술
지난 6월초 제주에서 열린 한*아세안 정상회의의 오찬은 모두 한식으로 준비됐다. 안정현 씨가 총지휘한 오찬 메뉴는 11개국 정상은 물론 외신 기자들에게도 호평을 받아 한식 세계화의 앞길에 청신호를 보내왔다. 과연 어떤 메뉴로 아세안 정상들의 오감을 사로잡았을까? 설명은 잠시 뒤로 미루고, 일단 눈으로 먼저 맛보시라.


첫 번째 코스_ 냉구절말이
(왼쪽) 첫 번째 코스는 오이, 당근, 수삼, 적채, 도라지, 비트, 샐러리, 우엉 등 아홉 가지 재료를 가늘게 채 썰어 초절임한 무에 돌돌 말아낸 요리. 이국의 채소를 섞어 외국인 입맛을 배려했다. 신라시대 사람들은 6월이 되면 나쁜 기운을 없애기 위해 술자리를 마련해서 즐기는 ‘유두연’을 열었다. 경치 좋은 곳을 찾아 냇가에 발을 담그고 냇물에 머리를 감아 모든 부정을 다 떠내려 보내기 위한 술자리였다. 이 때 먹는 음식 중 하나가 바로 구절쌈. 여름이라 청량감을 주기 위해 밀쌈 대신 초절임한 무를 이용했다. 겨자소스와 상큼하게 어울린다.

두 번째 코스_ 쇠고기찹쌀과 코리안 샐러드
(오른쪽) 얇게 저민 고기에 찹쌀가루를 묻혀 바삭하게 튀겨낸 음식. 밤, 대추, 수삼, 배, 새싹을 이용한 한국식 샐러드를 곁들인다. 쫄깃하고 바삭하며, 아삭하고 부드러운 식감 등 다양한 식감이 고루 섞이는 것 역시 우리 음식의 특징이다. 정상들 오찬에는 코리안 샐러드에 새콤달콤한 깨간장소스를, 이튿날 외신기자들에게는 유자간장소스를 곁들였다. 안정현식 푸드 스타일링의 트레이드마크라 할 수 있는 붉은 장미꽃잎을 수북하게 담아 장식했다.


세 번째 코스_ 오색채소산적
(왼쪽) 배추, 쪽파, 우엉, 새송이, 당근을 꽂이에 꿰어 팬에 구운 다음 고추장소스를 발라 다시 한 번 구웠다. 우리 음식에서 자주 만날 수 있는 오방색五方色인 노란색, 붉은색, 녹색, 흰색, 검정색의 조화를 꾀했다. 집에서 담을 때는 긴 그린 소재 대신 부추로 장식한 뒤 채소산적과 함께 곁들여 먹어도 좋다.

네 번째 코스_ 도란도란 바비큐
(오른쪽) 햇살 좋은 푸른 자연 속 오찬의 축제 분위기를 한껏 돋우기 위한 메인 메뉴. 석쇠 위에서는 도란도란 바비큐가, 함께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도란도란 우정이 익어간다.
우리 전통 양념으로 밑간을 한 소갈빗살, 양고기, 전복, 마늘, 은행, 고추, 파인애플 등을 꼬치에 꿰어 숯불에 구워먹게 준비했다. 가위나 칼로 써는 갈비구이 대신 예의는 갖추고 이벤트의 재미는 더하기 위해 선정된 음식이다. 여름의 느낌을 더하기 위해 선택한 자연 소재는 으름나무와 해바라기꽃, 망개다.


다섯 번째 코스_ 잔치국수와 김치
(왼쪽) 양지를 정성껏 푹 고아 맑게 걸러낸 따끈한 육수에, 삶아서 찬물에 헹궈 건져낸 홍매실국수와 하얀 국수를 말고 오색고명을 얹어 먹는 깔끔한 요리다.
국수는 우리의 대표적 축제음식. 국수에는 ‘길게, 오래오래’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이번 만찬에는 오래오래 따뜻한 이웃으로, 함께 발전하는 동반자로 살자는 의미로 선택했다. 잔치국수에는 우리나라 음식 과학의 결정체인 김치를 곁들였다. 선이 고운 가지 위에 연산홍을 얹어 장식했다.

여섯 번째 코스_ 오미자차와 수정과젤리, 곶감말이
(오른쪽) 사진 속 후식은 외신기자 오찬에 제공된 메뉴다. 청정제주의 특산품인 오미자는 껍질의 신맛, 과육의 단맛, 씨의 맵고 쓴맛, 전체적으로 나는 짠맛 등 다섯 가지 맛이 배어난다고 해서 오미자라고 불린다. 여름에 갈증을 없애는 데 도움이 되는 건강 음료다. 여기에 수정과 젤리, 나가기 2시간 전에 수정과 국물에 담가 부드럽게 불린 견과류를 넣은 곶감말이, 생강정과와 유자정과, 팥소를 넣은 가래떡춘권말이로 구성했다. 정상회담 오찬의 후식은 신라호텔이 담당했는데, 사진과 같은 시원한 오미자차에 홍시 셔벗과 애플망고를 제공했다.

한식당 ‘우리가 즐기는 음식 예술’ 안정현 대표
한식은 사람을 깨우는 음식이다

메뉴의 콘셉트는? 한데 어울리길 좋아하는 우리 민족성에서 유래한 ‘섞임의 미학’을 표현하고 싶었다. 갖가지 재료와 식감, 맛이 한데 어울려 그 속에서 오묘한 조화를 만들어내는 우리 음식은 함께 모인 각국의 정상이 고유의 색깔을 가지면서도 서로 조화와 화합을 이루는 모습과 닮아 있다. 차림에서도 접시 하나하나에 음식과 자연의 재료가 어우러질 수 있도록 담았다.
메뉴는 어떻게 선정했나? 5월 초에 한국교류재단과 함께했던 워싱턴 DC 행사를 기본으로 해서 선정한 뒤 행사 관계자와 영부인 김윤옥 여사의 의견을 듣고 몇 번 수정했다. 처음에는 12개국의 특성 있는 나물을 한 가지씩 더해 한데 어우러지게 하는 비빔밥이 제격이다 싶었는데, 좀 더 색다른 메뉴가 좋겠다는 의견에 따라 제철이 아니긴 해도 송이밥으로 바꿨다. 한데 마지막 시식회 날, 송이 특유의 쌉쌀한 맛과 향을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 싶어 결국은 긍정적인 여러 의미를 담은 잔치국수로 정해졌다.
가장 평이 좋았던 메뉴는? 꼭 하나만 꼽자면 도란도란 바비큐가 가장 좋았다. 정상들이 직접 몸을 움직여 원하는 바비큐를 꼬치에 꿰고 그릇에 담고 하는 이벤트성 메뉴였다. 대통령께서 원하신 게 바로 음식을 통해 서로 친숙해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보자는 거였다.
한국 음식의 세계화라는 주제로 여러 행사를 치렀다. 좋았던 점과 아쉬웠던 점이 있다면? 워싱턴 DC 행사와 이번 한・아세안 정상회담 등 국가적인 큰 행사를 치르면서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웠다. 시간 제약 등의 이유로 두 가지 메뉴를 한데 합친다든지, 마음에 드는 그릇을 사용할 수 없는 여건 등 내 생각과 다르게 진행할 수밖에 없을 때는 속상하고 아쉬움도 컸다. 그릇은 음식의 옷이다. 유치원 아이에게 할머니 옷을 입힐 수 없는 것처럼 우리 음식에 맞는 그릇이 필요하다. 한데 그릇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듯한 분위기였다. 서양의 얄팍하고 가벼운 그릇에 우리 음식을 담아서는 절대 분위기가 살지 않는다. 나 스스로 점수를 매긴다면 한 60점 정도? 미흡한 점이 너무 많아 만족도가 낮았다. 한데 감사하게도 내가 한 것에 비하면 반응이 훨씬 크고 좋았다. 워싱턴 DC에서는 호평과 함께 “이렇게 특별한 음식이 왜 세계화되지 못했는가?”라는 질문을 받았는데, 이번 제주 행사에서는 내가 외신 기자들에게 “당신들은 오늘 먹은 한식이 세계화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라고 역으로 물었다. 프랑스의 일간지 <르 피가로> 기자는 “이곳에서 맛본 음식의 90%를 파리의 고급 레스토랑으로 그대로 옮겨 가도 아무 문제 없다. 독창적이고 파격적이다”라고 평했다. 나는 세계 어디에서도 이렇게 적극적으로 음식에 디자인을 시도하고 적용한 적은 없었다고 생각한다.
좀 더 보완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 보여줄 수 있는 후식 문화가 많이 부족한 것 같다. 나 역시 우리 후식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을 못 썼다. 앞으로 공부를 열심히 해서 한국의 식자재를 이용한 디저트를 개발하거나, 전통 과자류를 조금 색다르게 응용하는 등 후식 문화 개발에 많은 시간을 할애할 계획이다.
아세안 정상들이나 외국인들이 당신의 한식을 접하고 호평했던 가장 큰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담음새’라고 얘기하고 싶다. 그들이 한국 음식의 맛을 금방 알아챌 수는 없을 거다. 그렇지만 한식이 아름답게 담긴 접시를 봤을 때 눈이 즐겁고 기분이 좋아져서 독창적이라거나 파격이라고 평했던 것 같다.
그릇에 음식을 어떻게 담을지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나? 접시를 하나의 캔버스로 본다. 동양화에서 선과 여백을 중요시하듯이 나는 자연을 그릇 속으로 옮겨 와 음식과 함께 선과 여백을 살려 담는다. 디자인을 전공하고 양초 공예, 꽃꽂이 등을 두루 섭렵한 게 많은 도움을 준다. 모든 경험을 동원해 어떻게 하면 예쁘게 담을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어떻게 하면 나의 음식이 좋은 사람들과 함께 즐거움을 나누는 데 소통의 매개가 될 수 있을지를 생각한다.

한국 음식의 세계화가 요즘의 화두다. 한식의 세계화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적 호응이다. 우리가 우리 것에 관심이 없고 즐기지 않고 아끼지 않는데 누가 우리 것을 인정해주고 아끼고 사랑하겠는가. 국민들이 한식에 대한 자긍심을 갖고 스스로 가치를 높이지 않으면 세계화는 이루어질 수 없다. 요즘 한식당은 직원 구하기도 너무 힘들다. 대부분 카페나 이탈리아 식당을 선호한다. 국민의 관심과 자긍심이 한식이 세계로 나아갈 수 있는 첫 번째 발걸음이다. 그 위에 국가적인 정책이 당연히 필요할 것이다. 다행히 요즘 국가가 정책적으로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고, 영부인께서도 관심이 많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 희망적이라고 믿는다. 그렇지만 하루아침에 배부를 수는 없다. 한국 음식이 지닌 고유하고 독창적인 가치의 큰 틀을 깨지 않으면서 현대화하려는 노력을 꾸준히 해야 한다. 한국 음식 자체를 흔들어버리는 건 안 된다.
하지만 맛의 현지화는 필요하다. 현지인들이 극히 싫어하는데 우리 입맛을 굳이 강요해서는 안 될 것이다. 만약 마늘을 싫어한다면 마늘 향을 약하게 조리해 그들의 입맛에 조금씩 맞추어가서 그들이 접근하기 쉽게 만들어야 한다. 그다음은 음식의 디자인이다. 이제는 즐기기 위해 먹는다. 그러니 음식도 문화로 인식해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옷에도 집에도 디자인이 존재하는데, 음식에만은 디자인의 개념조차 전무했다. 16년 전 내가 혼례 음식을 시작하면서 음식에도 디자인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디자인에 공을 많이 들였다. 눈으로도 입으로도 마음으로도 즐길 수 있는 음식, 극진히 대접받고 있다고 느끼게 하는 음식이어야 한다.
듣고 보니 ‘우리가 즐기는 음식 예술’이라는 이름을 참 잘 지은 것 같다. 누군가와 식사를 같이 하면 서로 친구가 된다. 프랑스의 스타 셰프인 피에르 가니에르가 그런 얘길 했다. 자신이 이 집에 들어올 때와 달리, 함께 음식을 먹고 나니 우리는 가까운 친구가 되지 않았냐고. 참으로 공감 가는 말이다. 그래서 음식을 하나의 문화로 인식해야 한다는 거다. 우리의 음식 문화 속에 담긴 철학이나 정신은 서양의 것보다 훨씬 더 우월하다고 생각한다. 조리법도 마찬가지다.
한식의 경쟁력을 뭐라고 생각하나? 한식을 세계화하면서 국가경쟁력을 세계 13위에서 10위로 높이고, 한식을 세계 5대 음식으로 진입시키는 게 목표라고 한다. 나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프랑스의 한 음식 평론가는 “한국 음식은 사람을 깨우는 음식”이라고 했다. 신선한 자극이 있다는 얘기다. 또한 한식에서 육식과 채식의 비율이 3:7 정도인데, 이것은 가장 이상적인 건강식의 비율이다. 한식의 근본 사상이 약식동원이라는 점도 매력적이다. 이런 것들이 한식 세계화의 원동력이 될 것이다.
평소 집에서의 상차림이 궁금하다. 대충 먹는 건 용납을 못하는 성격이라 영양소를 골고루 갖춰 반찬을 준비하고, 알맞은 그릇에 단정하고 예쁘게 담는다. 가족을 존중하는 마음이 흐트러지면 안 되기 때문이다. 나 스스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혼자 먹을 때도 항상 상을 반듯하게 차린다. 영양을 골고루 생각하고 반찬 가짓수도 갖춰서 차려 먹는다. 집에서 살림하고 아이들 키울 때도 늘 그래 왔다. 현재 나의 음식이 갑자기 새롭게 튀어나온 것은 없다. 집에서 해 먹던 것, 손님상에 차렸던 것, 아이들이 자랄 때 만들어줬던 것에서 응용한 거다. 물론 앞으로는 메뉴 개발을 많이 해야겠지만.
앞으로의 계획은? 우리 음식 아카데미를 열고 싶다. 음식과 관련된 모든 것을 배울 수 있게 커리큘럼을 짤 것이다. 의식 있는 주부라면 집에 손님이 왔을 때 적어도 테이블 세팅은 스스로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일반인들이 믿고 구입할 수 있는 한국의 다양한 소스나 아이들에게도 안심하고 먹일 수 있는 밑반찬을 만들고, 나아가 발효식품까지 범위를 넓혀 브랜드화할 계획이다.

한식당 ‘우리가’는 며칠 전 청담동 시절을 정리하고 도산공원 앞으로 이전했다. 창밖으로 도산공원의 싱그러운 초록을 조망할 수 있는 아담한 2층에 둥지를 틀었다. 좀 더 섬세한 서비스를 위해 테이블 수를 약간 줄였으니 예약은 필수. 비즈니스 모임이나 상견례 등을 위한 아늑한 룸도 마련되어 있다. 안정현 대표의 좀 더 새로워진 한식 메뉴와 차림을 통해 진정한 ‘다이닝 아트 dining art’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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