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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처럼 친숙한 미디어를 이끄는 디자이너 조수용 본문

&& LUXUTE &&/LIVING&TRAVEL

공기처럼 친숙한 미디어를 이끄는 디자이너 조수용

dhgfykl; 2010. 1. 22. 15:56

 
디자인은 공기와 같다고 한다. 늘 곁에 있으면서도 평상시엔 그 중요성을 잘 눈치채지 못하기 때문이다. 인터넷 시대를 살아가는 오늘의 한국인에게 가장 ‘공기’처럼 일상적인 디자인 중 하나는 네이버의 홈 화면일 것이다. NHN의 조수용 CMD 본부장은 바로 그 네이버를 비롯한 NHN의 브랜드 디자인을 총지휘하고 있다.
 

profile
서울대학교 산업디자인과를 졸업한 후,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대학원 재학 중 초창기 프리챌의 로고를 비롯해 웹 사이트 디자인을 총괄했다. 2003년 NHN에 합류해 UX디자인 센터장을 거쳐 현재 NHN CMD(Creative Marketing & Design) 본부장으로서 네이버는 물론 한게임 등 NHN 서비스 전체의 디자인, 마케팅을 총괄하고 있다.

우선 어떻게 디자인을 전공하시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저를 처음 본 사람 중에선 부유한 집에서 유복하게 자랐을 거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던데, 생각보다 제가 낙후 지역에서 살았거든요. 지금의 목동인데, 당시는 개발되기 전이라 집 주변이 모두 논밭인 변두리였죠. 강남이란 곳도 대학 오고 나서야 처음 가봤어요. 이런 환경에서 자라서인지 고등학교에 다닐 때까지만 해도 디자인을 공부할 수 있는 학과가 있는 줄 몰랐어요. 어릴 때부터 미술을 좋아했고, 심지어 옷을 사면 태그 같은 걸 모아두고 거기 그려 있는 로고를 따라 그려보곤 했으면서도 미대는 서양화나 동양화를 그리는 사람들만 가는 곳인 줄 알았어요. 제가 하고 싶었던 ‘디자인’을 하려면 컴퓨터를 해야 할 거라고 막연히 생각했고, 이과 공부를 했지요. 그러다가 공대에 합격하고 나서야 미대에 디자인이라는 전공이 있고, 그것이야말로 제가 진정 바라는 일을 하는 전공이란 걸 알게 된 거예요. 어떻게 보면 웃기는 일이지만, 재수를 해서라도 디자인과에 가기로 결심했어요. 당시엔 저희 집도 그다지 형편이 좋지 않았지만, 어머니는 인생엔 때가 있으니 그걸 놓쳐서는 안 된다며 아들의 결정에 동의해주셨죠. <미대입시> 잡지에 실린 광고 중에 서울대를 가장 많이 보냈다는 미술학원을 무작정 찾아갔어요. 운이 좋게도 1년 만에 합격할 수 있었지요.

대학에서는 다양한 분야를 공부하셨을 텐데, 그중에서도 디지털 미디어로 방향을 정하신 계기는 무엇입니까? 최근에 <아웃라이어>라는 책을 읽었는데, 이 책을 보면서 저는 운이 좋다는 생각을 참 많이 했어요. 이 책 속에 시대적이고 사회적인 배경이 성공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 부분이 있어요. 제 대학 입학도 운이 좋았던 면이 있죠. 우선 저는 학력고사 마지막 세대고, 그 이후 수능이 생기고 본고사가 부활하는 등 제도가 바뀌기 시작했거든요. 만약 재수에 실패했다면 바뀌는 제도 속에서 계속 헤맸을 텐데 운 좋게 막차를 탄 셈이죠. 디지털 미디어로의 진출도 우연한 시대적 타이밍 덕에 가능했어요. 제가 1993년 대학에 입학했는데 그 무렵이 디지털 미디어가 본격화되던 태동기거든요. 1, 2학년 때엔 에어브러시로 작업하다가 3, 4 학년 땐 컴퓨터 작업을 병행했죠. 여러 가지 시대적 조건에 따라 그렇게 된 부분이 있었죠. 디스트릭트 최은석 대표, 바이널 조홍래 대표, 그리고 SK커뮤니케이션즈에서 일하는 한명수 이사 등도 그렇게 시작했고, 지금도 서로 친하게 지내고 있어요. IT 등의 기술 분야 쪽이 병역 특례를 받기 유리했기 때문에 더욱 디지털 미디어 쪽을 공부한 면도 있었고요.

1 NHN CI. 세로 획들을 이어주는 대각선과 가로 획으로 ‘연결’을 표현했다.
2 변경 되기 이전 과거의 NHN CI.
3 해피빈 BI. 온라인 기부 캠페인이다.
4 한게임 BI. NHN의 게임 포털 사이트다.


네이버라는 강력한 미디어의 디자인과 마케팅을 총괄하는 자리에 있잖아요. 이전에는 어떤 일을 하면서 그에 대한 겸험을 쌓았습니까? 이미지드롬(www.imagedrome.com)을 창립한 홍상진 선배가 삼성전자 웹사이트 리뉴얼 프로젝트를 맡았어요. 그걸 할 수 있는 후배를 찾았는데, 당시 저와 친구였고 지금은 디스트릭트 공동 대표인 김준한 씨와 그 일을 맡게 되었지요. DB란 개념이 없어서 삼성전자의 제품에 관한 정보를 하나하나 손으로 채워 넣느라 일을 정말 엄청나게 했죠. HTML 코딩부터 포토샵 작업까지 모두 직접 했어요. 당시 저희 집이 어려워서 돈을 벌고자 맡아서 한 일이지만, 그 당시엔 웹에 대한 인식이 낮아 보수가 아주 많지는 않았어요. 어쨌든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디자인 능력을 갖춘 인재로 소문이 퍼졌습니다. 하지만 솔직하게 고백하건대, 특별히 웹 디자인에 처음부터 관심이 있었던 건 아니에요. 디자이너가 대부분 그렇지만 저 또한 본래는 브랜드에 대한 관심이 무척 많았고, 제 자신의 브랜드를 만들거나, 혹은 한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 전체를 총괄하는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며 대학원에 다니고 있었는데 프리챌에서 로고를 비롯해 웹사이트 디자인까지 해보지 않겠냐는 제의를 해왔습니다. 프리챌은 그 당시 5, 6명 밖에 없는 아주 작은 회사였기 때문에, 이 정도 규모의 조직이라면 온전히 내가 이 브랜드를 끌고 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비즈니스 모델도 무척 마음에 들었고요. 대부분의 동호회가 온라인 만남만을 중심으로 하는 데 비해, 프리챌은 오프라인 동호회를 사이버에서 구현한다는 콘셉트였거든요. 저는 항상 아날로그에 대한 동경이 있었기 때문에 그것이 너무 좋았어요. 당시 프리챌 로고는 회색 픽셀들 속에 와인색과 황색 픽셀이 섞여 있는 모습으로 디자인했는데, 비정형적인 로고라는 것이 특징이었어요. 그러면서도 길게 쓰든 얇게 쓰든 ‘프리챌의 로고’라는 느낌을 줄 수 있도록 디자인했지요. 또 한 가지 프리챌의 혁신적인 점은, 웹사이트 메인 화면 가운데에 커다란 이미지를 집어넣었다는 점이에요. 당시만 해도 이러한 일은 로딩 시간을 늘리는 일이라 여겨졌기에 금기시하는 사항이었거든요. 그랬던 걸 저는 압축도 하고 디더링도 잘해서 용량을 최대한 줄여 사이트 방문자로 하여금 변화의 이미지를 느끼게 하는 수단으로 썼어요. 그러면서 ‘나중엔 이걸 이용해 광고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실제로 지금의 포털들은 바로 그 자리에 배너 광고를 넣고 있지요. 지금 생각해도 그때 했던 디자인에 애착이 많아요.

그럼 언제 어떻게 해서 네이버로 오게 되었습니까? 프리챌에 있던 중 ‘이 훌륭한 디자이너들이 평생 프리챌만 디자인하며 살아야 한단 말인가’라는 생각에 분사를 했어요. ‘인디챌’이란 이름으로 분사해 프리챌 디자인 외에도 다른 회사 외주 용역도 하는 식으로 다양한 디자인 작업을 했어요. 하지만 웹디자인보다는 오히려 아이덴티티, 인테리어나 제품 등 다른 작업을 더 많이 하려 했지요. 청계천 등을 돌아다니며 물건을 모아 크리스마스트리 키트를 만들어 팔기도 했고, 신발도 팔고 다양한 일을 1년 정도 했어요. 그러다가 2003년에 NHN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온 거지요. 솔직히 처음엔 그다지 끌리지 않았어요. 프리챌 때도 그랬지만, 웹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대개 처음부터 웹을 하겠다고 생각해서 온 사람들이 아니라 어쩌다 보니 이쪽으로 온 사람이 많아요. 공인된 전문가가 따로 없다 보니 각자 한마디씩 던지게 마련이고, 뭔가 결정을 위해선 거쳐야 하는 협의나 논쟁이 너무 많았거든요. 그런데 현재 NHN의 이사회 의장이자 CSO(Chief Strategy Officer)를 맡고 계신 이해진 의장님과 만나면서 ‘프리챌에서 그랬던 것처럼 여기서도 내가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점점 들기 시작했어요. 당시만 해도 네이버가 지금처럼 강하지는 않았어요. ‘지식in’ 서비스가 막 뜨기 시작한 무렵이었죠.


5 오픈캐스트. 자기 자신이 작접 글을 쓰는 행위에 초점을 맞춘 것이 블로그라면, 오픈캐스트는 다른 사람이 쓴 블로그 게시물이나 뉴스를 주제별로 모아 보여줄 수 있게 한 것에 초점을 맞춘 서비스다.
6 2001년의 네이버 홈 화면. 아직 검색창이 하나의 독립적인 ‘심벌’로 부각되어 있는 수준은 아니며, 녹색 톤도 통일되어 있지 않다. 뉴스, 인기 검색어, 쇼핑 광고 등이 자리 잡고 있는 영역도 현재의 사이트 구성과는 많이 다르다. 디렉토리별 웹사이트 분류가 메인 화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 또한 요즘의 포털과 다른 점이다. 7 2009년 초부터 사용되고 있는 네이버 홈 화면. 언뜻 과거와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하위 영역이 기능별로 명쾌한 그리드 시스템에 따라 구분되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세로 길이를 줄여 화면을 스크롤하지 않아도 화면 대부분을 바로 볼 수 있게 한 것도 특징이다.


네이버가 녹색 검색창을 브랜드 아이덴티티로 삼은 것은 한국 디자인은 물론 마케팅 역사에서도 기록될 만한 아주 성공적인 사례입니다. 그 아이디어는 지금 보면 쉬운 것 같지만, 당시에는 누구도 생각지 못한 혁신이었습니다. 네이버 아이덴티티 전략을 짠 과정을 말씀해주세요. 본래 네이버의 심벌은 ‘날개 달린 탐험용 모자’였는데, 그보다 네이버로 검색한다는 행위를 극도로 함축해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때 떠올린 것이 다른 광고의 밑에 띠처럼 덧붙여 나오던 ‘네이버 검색창에○○○ 를 쳐보세요’라는 광고였어요. 제가 보기엔 그러한 문구가 너무 길었고, 녹색 창도 투박해 보였어요. 지금은 녹색 네모 안에 뭔가 문구를 쓰는 것만으로 네이버로 검색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게 되었지요. NHN에도 훌륭한 마케터가 많지만, 제가 원래부터 브랜드에 관심이 많아 마케팅도 직접 담당하면서 가능해진 일이기도 해요. 이 ‘그린 윈도’ 아이덴티티를 대중 앞에 대대적으로 선보인 것이 2006년 서울디자인페스티벌이었어요. 네이버는 온라인 서비스인데, 사람들이 컴퓨터를 꺼버리면 네이버란 브랜드도 사라져버리는 게 아쉬웠어요. 충성도 높은 브랜드가 항상 그렇듯이, 언제 어디서든 사용자 곁에 있으면서 항상 이 브랜드의 온도를 느끼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했기에 전시에도 참여하고 휴대폰 고리나 책갈피 같은 기념품도 만들었지요. 말하자면 컴퓨터 화면 속에만 머물러 있던 그린 윈도에 ‘손에 잡히는 물리적인 실체감’도 더한 거지요.

네이버가 1등으로 올라선 데에는 디자인의 역할도 크지 않았을까요? 솔직히 디자인만의 덕이라고는 생각지 않아요. 다만 디자인은 1위 포털이라는 업체의 위상에 걸맞은 세련된 이미지를 표현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죠. 가령 중국에는 아직 돈은 많아도 디자인 면에서의 세련미는 부족한 회사가 많잖아요.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그러한 미학적 완성도를 갖추지 않았나 싶어요.

네이버 홈페이지가 개편된 지 이제 1년이 다 되어갑니다. 이 홈페이지 디자인의 핵심 전략은 무엇입니까? 주요 아이디어는 이해진 의장님이 내셔서 만든 거고, 저희들은 그걸 실제로 구체화하는 일을 맡았죠. 지금의 네이버 메인 화면은 뉴스캐스트, 오픈캐스트 등 몇 개의 구성 요소로 나뉘어 있어요. 보통은 각각의 페이지를 오가며 보게 되어 있는데, 지금의 네이버 홈은 그렇게 하지 않아도 각각의 구성 요소를 넘겨 보거나 사용자 취향에 맞게 설정할 수 있지요. 페이지를 몇 번 로딩했냐가 지표가 되고 돈이 되는데, 우리는 그 싸움을 이제 안 하기로 한 거죠. 왼쪽 부분을 조작부만으로 바꾸고 광고를 없앤 것이 패러다임의 전환이에요. ‘네이버캐스트’라는 문화 관련 콘텐츠도 만들었습니다. 주로 문화적인 얘기를 다루고 있는데, 언론사에서 전면에 주로 내세우는 뉴스는 연예인 가십 등의 얘기가 많으니, 정작 오히려 이런 문화 정보는 자꾸 밀려버려요. 또 속보성 있게 보도하는 정치 뉴스나 사회 뉴스에 밀려 주목을 못받는 경우도 있고요. ‘아름다운 한국’이나 ‘오늘의 미술’ 같은 것에 관한 건 막상 검색해보면 그다지 쓸 만한 것이 나오지 않는 편이었거든요. 따라서 우리는 좀 장기적 안목으로 이러한 문화 부분에 관해선 좀 더 소신 있게 콘텐츠를 늘려가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네이버캐스트의 내용은 대부분 외부 필자에게 원고를 청탁해 채워지는데, 무료 콘텐츠에 제작 비용이 소모되는 것에 대해 회사 내 반발은 없었나요? 세상 돌아가는 것을 보려고 네이버 홈을 보는데, 가십이나 정치적인 기사 말고도 이런 것도 있다는 것을 우리가 전할 의무가 있음을 얘기하려고도 하는 거고요. 또한 네이버캐스트 내의 원고를 쓰시는 분 중엔 디지털과 상관 없던 문화 관련 직종 등에 계신 분도 많아요. 따라서 그러한 분들과 함께 콘텐츠의 흐름을 짜는 것은 상생의 기초적인 모델이기도 하지요. 문화 관련 콘텐츠의 제작 비용은 말하자면 미래에 대한 투자이자, 네이버라는 기업으로서 할 수 있는 일종의 사회 환원 활동이라고도 볼 수 있겠죠.

1 그린 윈도를 활용한 자석.
2 그린 윈도를 활용한 휴대폰 고리.
3 그린 윈도를 활용한 책갈피. mmmg와 공동 디자인했다.
4 그린 윈도를 활용한 달력. mmmg와 공동 디자인했다.
5 <네이버트렌드연감 2008>. 2008년 한 해 동안의 인기 검색어를 모아 한 해 동안 이슈가 된 일이 무엇이었는지 돌아볼 수 있게 했다. 시공사 출판.
6 그린 윈도를 활용한 웹캠. 알파캠(www.alphacms.com)과 공동 개발했다. 촬영 중에는 그린 윈도 부분에 불이 켜진다.


네이버처럼 많은 정보를 다루고 엄청나게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들어오는 포털 사이트를 디자인한다는 것이 만만한 일이 아닐 거 같아요. 이런 사이트를 디자인하는 디자인의 원칙, 가이드라인이 있을 듯한데요. 아침에 아무 생각 없이 집어 들어 쓰는 칫솔은 늘 쓰면서도 그 디자인을 의식적으로 느낄 일은 많지 않거든요. 하지만 칫솔 디자인을 10년을 두고 보면 조금씩 발전이 있지요. 아주 일상적인 것도 누군가는 그것을 조금씩 진보시키고 있단 얘기잖아요. 네이버도 마찬가지로 사용자들이 느끼는 것의 충격을 줄이면서도 조금씩 진보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디자인을 얘기할 때 보통 기능적 측면과 미적 측면 두 가지로 이야기를 하죠. 먼저 기능적 측면에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예를 들어 아이팟은 처음 봤을 땐 누가 설명을 해주지 않으면 쓰질 못해요. 하지만 익숙해지면 쓰기 쉽죠. 네이버도 마찬가지예요. 로그인 창을 우측으로 옮긴 것도 처음에는 비판이 많았어요. 그런데 사람들이 일단 익숙해져 로그인 창이 오른쪽에 있는게 편하다고 느끼면 더 이상 문제 될 이유가 없거든요. 우리가 중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그렇게 ‘익숙해진 후 편리하다고 느낄 수 있는 디자인’입니다. 다음으로 미적 측면에 관해 얘기하겠습니다. 디자이너에게 미적 의식이 없다면 감성이 메마른 사람이겠죠. 하지만 네이버 메인 홈은 어떤 장식을 덧붙이는 순간 곤란해집니다. 디자인 표현 면에서 네이버는 ‘어떻게 하면 디자인을 안 한 것처럼 보일까’ 하는 것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는데, 사실은 그게 더 높은 레벨의 디자인이라고 봐요. 관건은 장식을 배제하면서도 네이버가 주고 싶은 이미지, 즉 ‘빠를 것 같고, 믿을 수 있는 서비스’라는 가치가 느껴지게 하는 것입니다. 책에 비해 인터넷에 있는 정보는 가볍고 가치가 덜하다고 인식하는 사람이 많죠. 심지어 텍스트의 내용 자체가 똑같을지라도요. 하지만 앞서 말한 네이버캐스트 같은 내용의 경우, 이 정보가 독자로 하여금 무척 가치 있고 깊이 있는 정보로 느껴지게끔 하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에 웹에서도 글이 지니는 품격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일에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사실 흔히 말하는 ‘크리에이티브’한 작업은 포털 사이트에서는 참으로 실현하기 어려운 일 같아요. 디자이너로서 뭔가 새롭고 독창적인 것, 아티스틱한 것을 하고 싶다는 갈증이 있진 않습니까? 서울디자인페스티벌에 매년 참가해온 것에는 그런 맥락도 있지요. 저희는 회사 내에 사진 스튜디오와 음악 스튜디오도 갖추고 있어서 NHN의 기업 광고도 내부에서 만들고 있습니다. 심지어 NHN 사무실 공간만 디자인하는 공간 디자인팀도 자체적으로 마련되어 있어요. mmmg 등 외부 업체와 협력해 브랜드 기념품을 만들기도 했고요. 이런 다양한 디자인을 해보는 것이 저와 직원들에겐 보완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크리에이티브를 표현하는 것은 영원한 숙제지만 저는 스스로 디지털이란 틀 속에 갇혀 있다고 생각한 적은 없습니다.

많은 사람이 네이버와 구글을 비교합니다. 절대적 가치로 비교할 수는 없을 듯해요. 조수용 본부장님이 생각하시는 네이버의 장점, 그리고 구글의 장점은 무엇입니까? 구글은 ‘인터넷 상의 많은 문서 중에서 괜찮은 것을 어떻게 가려낼까’하는 생각에서 출발했다면, 네이버는 ‘일단 한글로 된 문서 자체가 너무 부족하다’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는 점이 근본적 차이입니다. 네이버가 가장 많이 비판받는 점이라면 가두리 양식장처럼 네이버 내부의 콘텐츠를 가둬두고 있다는 부분일 텐데, 시간을 10년 전으로 돌려 생각해보시면 한글로 된 콘텐츠 자체가 부족했어요. 일단 사용자들로 하여금 콘텐츠를 ‘잘 만들 수 있는’ 환경을 일구는 것이 과제였지요. 네이버는 한글로 된 디지털 문서가 많이 만들어지게 하는 데 중요한 구실을 했습니다. 일본만 하더라도 아직 일본어로 된 쓸 만한 정보가 웹 상에는 부족하기 때문에 아직도 도서관에 가거나 주간지를 읽어봐야 하거든요.

NHN은 일본에도 진출했는데, 일본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이 한국과 다른 점이 있습니까? 전 세계적으로 영어를 쓰지 않는 나라는 대체로 자국어로 된 디지털 문서가 부족한 편이고, 따라서 자국어에 특화된 검색 엔진도 부족하지요. 그러니까 영어를 쓰지 않는 나라는 아직 다 기회의 땅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네이버의 성공 모델을 그대로 가져가는 건 각 나라마다 사용자의 패턴이 다르니까 어렵다고 보고, 또 검색이란 것이 단기간에 수익을 거두기는 어려운 분야니까 장기적으로 보고 다양한 방법을 테스트하고 있습니다.

조수용 본부장님이 맡고 있는 CMD(Creative Marketing & Design) 본부는 400명 가까운 인원이 있는 조직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떻게 그런 큰 조직을 관리, 리드하고 계신가요? 이런 일을 하는 친구들은 평가하고 보상하는 것, 프로세스를 만드는 것에 익숙지 않거든요. 디자이너가 만드는 건 수치화하기 어려운 정성적인 요소가 많긴 합니다만, 그러한 부분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방식으로 보상하고 개인에 대한 평가도 다양하게 하는 것이 너무 대기업스러울 수 있는 부분을 여전히 디자인 조직으로 남아 있을 수 있게 한 것 같아요. 자기의 작업 결과물이 조직장에게만 보고되는 것이 아니고, 유리벽 안에서 일하듯이 누가 어떤 작업을 했는지가 본부 내에 완전히 공개되도록 되어 있거든요. 누가 누가 진짜 실력 있는 인재인지, 여러 가지 방법으로 모두가 확실히 알 수 있게끔 하고 있어요.


1 인천공항의 네이버 스퀘어. 항공기 출발을 기다리는 동안 인터넷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2 2006년 서울디자인페스티벌 네이버 부스. 네이버의 새로운 아이덴티티인 그린 윈도를 대대적으로 발표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3 2008년 부산국제영화제와 2008년 서울디자인페스티벌에서 선보인 의자. 행사장 곳곳에 배치되어 관람객이 앉아서 쉬어 갈 수 있었다.


직원들은 크리에이티브에 대한 압박감이 상당할 것 같습니다. 직원들에게 ‘회사를 위해 일한다고 생각하지 말자, 그런 거짓말은 서로 하지 말자’라고 해요. 대신 저는 ‘너의 디자인 능력이 떨어진다고 당장 우리 회사가 위기에 처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렇게 구태의연해지다가 너 자신이 나중에 어떻게 될지 두렵지 않나?’하고 묻습니다. 디자인에 대한 자신의 센스가 높지 않으면 만날 혼나고 지적 당할 테니, 결국 자기만 힘들어져요. 이 정도로 투명하고 연차에 구애받지 않는 회사에서 나이 먹고도 말단 사원에만 머물러 있는다는 건 불행하잖아요. 디자인을 전공했다고 꼭 디자인을 해야 하는 건 아니죠. 아무리 해도 답이 안 나온다면 차라리 자신이 더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보는 게 좋겠죠. 물론 무척 힘들어 하는 직원도 있지만, 다른 길을 찾아가 결국 더 잘된 친구도 있어요.

직원을 다루는 노하우를 알고 계신 것 같네요. 어떻게 보면 저 자신이 그런 위기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런 면도 있어요. 저 자신이야말로 이제는 편하게 살기로 마음만 먹는다면 얼마든지 편하게 살 수 있는 상황이거든요. 하지만 긴장감이 떨어지면 경쟁력도 떨어지게 마련이죠. 이대로 대기업 분위기에 익숙해져 나태해진다면 10년 후 나는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을 할 때마다 섬뜩해져 마음을 다잡게 되죠.

NHN은 디자인 전공 학생들이 무척 가고 싶은 기업으로 꼽힙니다. NHN의 신입 디자이너를 뽑을 땐 어떤 점을 보시나요? 딱 한마디로 말하긴 어렵지만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를 3개만 꼽아 그 브랜드가 어떤 순간에 자신에게 감동을 주는지를 얘기해보라고 해요. 많은 학생이 스타벅스나 애플 같은 것을 예로 드는데, 상당수는 자기가 직접 그 브랜드를 사용하며 깨달은 얘길 하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이 칭찬한 걸 주워 듣고 얘기를 해요. 자신의 감각은 둔감한데 섬세하게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먼저 본인이 가지고 있는 민감도가 높아야 디자인이나 마케팅을 잘할 수 있거든요. 사용자의 경험을 디자인한다는 사람이 정작 자신의 경험엔 신경 쓰지 않고 아무 물건이나 사용하고 있다는 건 이상한 거예요. ‘언제 어디서 무얼 써봤는데 그게 왜 좋았는지’를 어떻게 얘기하는지 보면 그 사람의 민감도를 알 수 있어요. 마케터에게도 마찬가지로 ‘지금까지 살면서 어떤 마케팅에 당했는가’를 꼽아보라고 해요. 자신이 마케팅 기획을 할 땐 이것저것 생각하다가도, 막상 TV광고를 볼 땐 아무 생각 없이 채널을 돌려버리는 사람이 많거든요. 그런 사람은 조만간 그저 타성에 젖은 회사원이 되고 말아요. 

그러면 조수용 본부장님이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브랜드는 무엇입니까? 무지(Muji)와 프라이탁(Freitag)이야말로 제 생각엔 거의 완벽에 가까운 브랜드예요. ‘싸고 실용적이고 멋부리지 않았다’ 하면 개성 없는 물건을 생각하는데, 무지는 그것을 일관성 있게 스타일리시하게 뽑아냈고, 심지어 ‘무지를 선택한 나는 실용적인 사람이다’는 것까지도 표현할 수 있게 되었거든요. 일본에서는 무지 카페도 생겼는데, 무지가 카페를 한다 해도 엉뚱하단 생각은 안 들어요. 왜냐하면 그 카페 공간에도 앞서 말한 무지의 정신이 깃들어 있을 테니까. 프라이탁의 경우는 대학 시절 누구나 한 번쯤 하는 생각을 실현시켰다는 점에서 너무나 멋지다는 생각이 들어요. 재활용 가방을 만드는데, 그 가방이 기능적이면서도 스타일리시한 데다 비즈니스 마인드를 갖추고 그것을 전 세계에 유통시키기까지 한다는 점이 대단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계획에 대해 말씀해주십시오. 저 개인적으로는 인테리어나 제품 등의 디자인을 워낙 좋아해서 제 집도 디자인해보고 있거든요. 짧게 보면 집을 잘 짓는 것이 내년의 목표입니다. 이제까지 품었던 많은 생각을 종합한 집을 짓고 싶습니다. 워낙 세상의 다양한 디자인에 관심이 많다 보니 시간이 지나면 네이버나 웹 이외의 디자인도 다루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어떤 의미로는 앞서 말한 무지나 프라이탁이 언젠가 제가 궁극적으로 이루고 싶은 꿈을 미리 보여주는 브랜드라고 할 수도 있겠지요. ‘의식 있고 올바른’ 것은 많은 경우 스타일리시하지 못한 경우가 많잖아요. 지구를 살린다든지 몸에 좋다든지 하면 세련된 느낌이 아니라 농부 같은 투박한 이미지가 떠오른단 말이죠. 그렇다고 반대로 스타일리시하고 감각적인 건 이런 스토리를 담아내지 못하고 겉모습만 화려한 게 많죠. 저도 이 둘간의 밸런스를 찾아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