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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태평양의 진주, 보라보라 본문
남태평양의 진주, 보라보라에 쏟아지는 찬사의 이유를 직접 확인하다 보라보라는 지금 28℃ |
타히티, 그리고 보라보라란 이름에 가슴 설레지 않을 이 과연 몇일까? 타히티의 매력에 빠져 창작열을 불태운 폴 고갱의 이야기는 21세기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하지만 아는가? 그 오래된 전설을 ‘쿨하게’ 잊을 때 비로소 이 섬이 더욱 새롭고 아름답게 보인다는 것을…. |
1 포시즌스 리조트 수상 방갈로 전경. 2, 3 콘퍼런스 매니저인 로메인 타라테Romain Tarate와 그가 추천하는 카하이아 스파 스위트 모습. 석호를 바라보며 최고급 스파를 즐길 수 있다. 타히티 국제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자동 로밍된 휴대폰에 문자가 뜬다. ‘프랑스령 폴리네시아 한국 음성 발신 1분 기준 3970원.’ 아, 멀리 왔구나…. 도착 시간은 오전 8시 5분. 수도인 파페에테로 이동하며 가이드는 “러시 아워이니 교통 체증이 심할 거다”라고 말한다. 내겐 그 말이 ‘여기도 서울이랑 똑같아요’처럼 들렸다. 꽉꽉 막힌 도로를 보니 실제 한국 차가 많았다. 투싼, 마티즈, 아반떼, 쏘렌토…. 이미 타히티를 다녀온 사람들이 “바다로 나가야지 도심은 별로다”라고 했던 말이 어떤 심중에서 비롯된 것인지 알 법하다. 타히티 하면 등식처럼 폴 고갱이 등장하고 그가 반한 쪽빛 바다, 여인들의 환대, 도처에 널린 열대 과일이 자동적으로 연상되는데 그 몽환적이기까지 한 상상과 실제는 달라도 한참 다른 것이다. “천국을 찾겠다”며 유럽을 떠나 63일간의 긴 항해를 떠나 마침내 이곳에 도착한 고갱의 이야기는 벌써 119년이나 묵은 옛이야기니 고갱이 봤던 것과 똑같은 풍경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과욕이다. 커피숍, 시장, 기념품점 등 파페에테의 모습은 해외의 여느 도시와 다르지 않다. 반면, 사람들의 모습은 확연히 다르다. 프랑스령인 까닭에 파리지엔도 많고, 타히티가 한참 개발될 때 돈벌이를 위해 왔다가 눌러앉은 중국인의 후손도 많지만 인구 대다수는 까무잡잡한 피부의 폴리네시아인이다. 그들은 체격 조건이 좋다. 국립국어원에 의하면 “피부는 옅은 갈색 또는 짙은 갈색이고, 키가 크며, 검정 곱슬머리를 가졌다”라는 설명이 나온다. 폴리네시아는 서부의 통가, 사모아, 중부의 쿡・라인 제도, 남동부의 투아모투, 소시에테, 북부의 하와이, 남동쪽 끝의 이스터 섬과 남서단의 뉴질랜드까지를 모두 포함하는 것으로 ‘많은 섬들’이란 뜻이다. 4, 7 리조트에는 인근 주민들이 만든 공예품이 많다. 5 사파리 투어를 위한 사륜구동. 포라포라, 볼라볼라, 보라보라 그 많은 섬들 중 보라보라가 가장 아름다운 섬으로 꼽힌다. 타히티에 흩뿌려진 섬이 정확히 118개인데 보라보라는 언제나 불멸의 여왕으로 대접받는다. 타히티 섬에서 북서쪽으로 약 240km 떨어진 곳에 있는데 물빛이 아름다울 뿐 아니라 수온이 따뜻하고 수심도 얕아 다양한 해양 스포츠를 즐기기에 최적의 조건을 자랑하기 때문이다. 남태평양의 진주로 불리며 세계에 알려진 지 수십 년 전이지만 보라보라는 여전히 기분 좋고 설레는 그 무엇을 품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보라보라란 이름은 고대 타히티 언어인 포라포라porapora에서 기원하며 ‘첫째first born’라는 뜻. 1777년 유럽인으로는 처음으로 보라보라를 발견한 제임스 쿡 선장은 이를 볼라볼라Bollabolla로 바꿔 불렀고 점점 많은 이가 이 새로운 섬의 매력에 반하면서 부르기 쉽고, 어감도 매력적인 보라보라로 부른 것이 오늘에 이르렀다. 보라보라는 파페에테에서 비행기로 약 50분 거리에 있다. 공항에 도착하면 리조트 직원이 대기하고 있다가 하얀 티아레(치자꽃)로 만든 목걸이를 걸어준다. 티아레 꽃을 귀에 꽂는 이가 많은데 어디에 꽂느냐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진다. 왼쪽 귀에 꽂으면 ‘사랑하는 사람 있어요’, 오른쪽에 꽂으면 ‘싱글이에요’, 꽃망울이 아닌 꽃대가 보이도록 꽂으면 ‘사랑하는 사람이 있지만 오늘은 왠지 자유롭고 싶군요’ 승객을 태운 보트는 약 30분간 바닷길을 달린다. 약 727m로, 보라보라 섬에서 가장 높은 오테마누Otemanu 산이 보인다. 구름과 안개가 영혼처럼 휘감은 산에 가랑비까지 흩날리니 영험한 기운이 전해지는 것 같다. 보라보라가 아름다운 것은 수심에 따라 연파랑, 군청, 검정 등으로 바뀌는 일곱 가지 물빛 때문만은 아니다. 보트의 엔진 소리만 들릴 뿐 주변의 어떤 소음도 없고 시선을 먼 곳으로 고정시켜도 지평선만 아득하게 보여 한없이 깊고, 고요한 곳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느낌이 든다. 6 민속 악기 우클레레를 연주하며 스티비 원더의 노래를 부르던 가이드 모레토. 8 빵맛이 나는 빵나무, 파파야, 바나나 뿌리, 통돼지 바비큐로 차린 전통 음식. 9 포시즌스 리조트의 야외 수영장 전경. 보라보라의 영 파워, 포시즌스 길이 10km, 너비 4km의 산호섬에는 20여 개의 리조트가 있는데 그중 최고는 포시즌스 리조트다. 2008년 3월에 오픈했는데 그 후에 새로 문을 연 리조트가 한 곳도 없으니 보라보라에서 가장 최신, 최고의 시설을 자랑한다. 100개의 수상 방갈로와 7개의 비치 프런트 빌라를 구비한 매머드급 규모. 짚을 엮어 만든 지붕을 이고 있어 언뜻 투박해 보이지만 실내는 최고급 목재로 만든 가구와 인근 지역 주민들이 자개나 진주, 코코넛 트리 등으로 만든 공예품으로 장식되어 있다. 리조트 주변은 각종 나무와 꽃이 가득한데 몸통이 굵은 야자수만 약 100그루에 이른다. 욕실 등 몇몇 공간은 바닥 일부를 유리 패널로 마감해 방갈로 밑으로 흐르는 물을 볼 수 있다. 수상 방갈로의 야외 덱과 연결되는 사다리를 타고 내려가면 바로 스노클링이나 수영을 즐길 수도 있다. 물살이 제법 빠르고 수심도 깊어 수영을 못하는 이라면 ‘죽을 수도 있겠구나’싶은 생각이 절로 들지만 운이 좋으면 열대어는 물론 가오리와 바다거북까지 볼 수 있으니 시도해볼 만하다. 단, 무리한 욕심은 금물. 수영 실력이 변변찮은 에디터는 잠수를 시도했다가 열대어는커녕 죽음의 공포만 맛봤다. 포시즌스 보라보라는 특히 스파로 유명하다. 미국에서 격월간으로 발행되는 세계적 럭셔리 트래블 잡지인 <버투오소 라이프Virtuoso Life>는 지난 해 8월 19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트래블 마트 컨퍼런스에서 포시즌스 보라보라를 세계 최고의 스파로 선정했다. <롭 리포트Robb Report>도 2009년 6월 창간 21주년 특집호 기사에서 이곳을 ‘베스트 오브 베스트’로 택했다. 스파 시설은 대지에서 약간 높은 곳에 위치해 있다. 대들보가 천장을 들어올리고 있을 만큼 규모가 크고 옆면과 윗면의 통창을 통해 빛이 가득 들어와 성당에 온 것 같은 느낌이다. 통창은 개폐식 구조인데 이는 땅과 하늘의 공기를 지속적으로 순환시켜 몸에 좋은 기운을 불어넣기 위함이란다. 스파 주변으로는 수목이 울창하다. 릴렉싱 룸, 복도, 스파 센터 등 어디에서도 통창 너머로 ‘숲’을 볼 수 있다. 최고로 호사스러운 공간은 스파 스위트! 결혼기념일이나 생일 등을 맞아 특별한 공간에서 특별한 순간을 자축하고 싶은 이들을 위해 설계한 별채로 다른 곳과 널찍이 떨어진 곳에서 커플 마사지를 받는다. 야외 덱에 있는 욕조에 몸을 누이면 석호潟湖가 시원스레 펼쳐진다. 인상적인 아이디어 하나. 마사지를 받기 위해 베드에 누울 때 시선이 떨어지는 바닥의 일부분을 직사각형 유리 패널로 처리해 마사지를 받으며 한가롭게 노니는 물고기 떼를 볼 수 있다. 보통 널찍한 화기에 꽃 몇 송이 띄워놓는 것이 대부분인데 이렇듯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 써 ‘실시간 영상’을 제공하니 마사지를 받는 내내 기분이 좋다. 스파에 사용하는 재료는 모두 섬 인근에서 나는 것들이다. 그중 모노이 오일은 일상에서 가장 빈번하게 쓰이는 만병통치약 같은 존재다. 한 움큼 딴 치자꽃을 며칠 동안 코코넛 오일 안에 담가 만드는 데 건조한 피부에 영양을 줄 뿐만 아니라 모기를 쫓고 화상을 가라앉히고, 두통을 경감하는 데도 효과가 있단다. 선블록 대신 모노이 오일을 바르기도 한다. 1 타히티 박물관에 가면 오늘날 프랑스령이 된 타히티의 과거를 다양한 유적과 생활용품, 벽화 등을 통해 볼 수 있다. 타히티 남자들이 외지인을 목말 태우는 모습은 일견 슬프다. 2, 3 각종 기념품과 농수산물이 거래되는 이른 아침 시장 전경. 보라보라를 넘어야 진짜 럭셔리한 여행이다 보라보라에서는 다양한 해양 레포츠가 가능하다. 그중 시그너처라 할 만 한 것은 홍도 가오리보다 몸집이 3배는 큰 쥐가오리에게 생선을 먹이는 프로그램이다. 컨시어지 서비스를 통하면 운전사와 함께 보트를 내주는데 40분 이상을 달리면 20~30마리의 쥐가오리가 있는 포인트에 닿는다. 수심이 허리 정도에 불과할 만큼 얕아 수영을 못하는 이도 편하게 즐길 수 있다. ‘데빌 피시Devil Fish’라는 이름답게 쫙 찢어진 눈이 처음에는 교활하게 보이는데 작은 물고기를 넙죽넙죽 받아먹는 모습이 귀엽다. 그곳에서 약 20~30분을 더 가면 30~40cm 크기의 상어 떼가 있는 지점에 닿는다. 수심이 깊어 물의 빛깔이 거뭇거뭇하고, 물살도 빨라 제대로 보기가 쉽지 않은데 고개를 푹 숙이고 보면 수십 마리의 작은 상어가 떼를 지어 움직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보라보라 여행은 가이드의 유머 감각 덕분에더욱 유쾌하다. 오전 내내 비가 흩뿌렸는데 “신이 오줌을 누나 보다”, “비를 그치기 위해서는 아름다운 여자를 제물로 바쳐야 한다”며 너스레를 떤다. 맥주 한 잔 들이켜고, 암스테르담에서 온 담배 한 입 맛있게 빨고, 우클레레(작은 기타 모양의 4현 민속 악기)를 튕기며 스티비 원더의 “Yester Me, Yester You, Yesterday”를 부를 때는 근사해 보이기까지 한다. 약 3~4시간 동안 해양 레포츠를 즐기고 나면 배는 점심 식사를 위해 작은 섬으로 이동한다. 타히티의 전통 음식은 ‘타마라Tamaaaraa’로 불린다. 뜨겁게 달군 돌 위에 바나나 뿌리, 파파야, 고구마 등을 한데 넣고 바나나 잎을 덮어 찌는데 새끼 돼지 한 마리를 통째로 요리해주기도 한다. 손이 젓가락이고 야자잎이 접시인데 나무 그늘 아래에서 맥주를 곁들이면 미식美食이라 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산악 사파리도 흥미롭다. 보라보라의 명동 격인 바이타페 마을이 출발점. 오테나무 산과 포포티 산 주변을 약 2시간가량 사륜구동차로 오르내리는 코스로 잡목이 우거진 숲, 야생화 군락지, 시원스레 쏟아지는 폭포수 등을 만나는 순간순간이 경탄스럽다. 사실 여기까지는 기본 일정이다. 좀 더 ‘럭셔리한’ 일정을 보내고 싶다면 리조트 컨시어지 서비스를 이용하면 된다. 잠수함 투어 등 다양한 일정을 짜주는데 영화 <러브 어페어> 촬영지이자 ‘100만 달러 짜리 노을’로 유명한 모레아 섬을 포함해 보라보라 인근의 섬 3~4곳을 요트나 헬기를 타고 둘러볼 수 있다. 파워 보트를 타고 나가 참치 낚시를 즐기는 것도 좋다. 시원한 바람, 활짝 핀 꽃, 따뜻한 기후가 절실히 그리운 요즘이다. 2010년 서울의 봄은 유독 더디다. 보라보라의 기온을 검색해보니 28℃다. 아쉽게도 인천-타히티를 잇는 직항 노선은 없다. 나리타 국제공항에서 월요・토요일 주 2회 타히티 노선을 운항하는데 약 11시간이 소요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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