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집에서 10년은 살 생각으로 집을 고치고 이사했어요.”
1983년에 지어진 아파트로 이사하며 집주인 김수진 씨에게 리노베이션은 선택이 아닌 필수일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최소 10년은 살 생각이니 마음에 들도록 제대로 리노베이션해야겠다는 집주인의 욕심 또한 너무도 당연한 것이었다.
그래서 뛰어난 감각은 물론이고, 믿고 맡길 수 있는 믿음직한 디자이너에게 집을 부탁하고 싶었다고 한다. 그
렇게 신중한 고민 끝에 만나게 된 이는 스타일리스트 김영실 실장.
같은 나이에, 주부,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는 공감대를 지닌데다 3주간 내내 만나며 희로애락을 함께해서인지 두 사람은 이미 절친한 친구가 된 듯 보였다.
“1층이라 고층보다는 빛이 덜 들어오는 편이에요. 그래서 좀더 밝고 넓어 보이면서 수납 공간을 확보하는 부분에 대해 수진 씨와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김영실 실장은 오래 생활해도 질리지 않게 편안하고 아늑한 분위기가 느껴지도록 디자인하려 했고, 세 살짜리 아이가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바뀌게 될 가구나 공간 구성 등도 고려했다. 또한 아파트 1층이라는 장점을 최대한 살린 노력도 집에 들어서는 순간 알아챌 수 있었다. 99㎡(30평)의 집이 한층 넓고 깔끔해 보였던 이유, 미니멀해 보이면서도 차갑지 않고 따뜻하게 느껴졌던 이유를 두 사람과의 이야기를 통해 그 해답을 얻을 수 있었다.
LIVING ROOM
벽과 바닥 모두 화이트 톤으로 시공해 거실을 좀더 밝고 넓어 보이도록 했다. 베란다 쪽은 완전히 트지 않고 변형된 아치 형태가 되도록 가장자리 벽면을 남겨두었는데 이는 집을 좀더 입체감 있게 보이도록 해 한층 넓어 보이는 효과를 주기 위함이라고 한다. 아파트의 일반적인 거실 배치를 탈피한 점도 눈길을 끈다. 소파를 두지 않고 창가 쪽에 박스 형태의 벤치를 맞춤 제작해놓았고, 벤치 앞 면에 문을 달아 수납까지 겸하도록 했다. 창밖이 아파트 메인 도로가 아닌 뒤편 정원으로 이곳에 앉아 있으면 마치 숲 속에 자리한 카페에 와 있는 듯하다고. TV 맞은편은 작은 책장과 카펫, 1인용 체어, 쿠션을 놓아 심플하게 꾸몄는데 이는 활동적인 세 살짜리 아들을 위한 것이라고 한다. 아이가 좀더 자라면 거실은 TV를 없애고 큰 책장을 두어 서재를 겸하는 공간으로 바꿀 계획이라고. 쿠션은 모두 틸테이블(02-545-1711)에서 구입.
KITCHEN
집주인이 가장 마음에 드는 공간이라고 이야기한 부엌. 마치 카페에 마련된 작은 부엌을 보는 듯하다. 넓지 않은 공간이지만 아기자기하고 짜임새 있게 고쳤다. 직사각형의 화이트 타일을 벽돌 쌓듯 붙여 깔끔하면서도 아늑한 느낌이 들도록 했고 싱크대 위쪽에는 수납장을 두지 않고 싱크대 맞은편에 전체 수납장을 짜 넣어 꽤 많은 양의 수납이 가능하도록 했다. 거실과 부엌 사이 붉은 파벽돌로 된 벽면을 만들게 된 이유도 이 수납장의 옆면을 가리기 위함이었다고. 식탁을 따로 두지 않고 아래쪽에 수납을 할 수 있는 작은 아일랜드를 설치해 세 식구가 모여 식사할 수 있는 공간으로 이용하도록 했다.
KIDS ROOM
아직 아이가 어려서 공부방이나 침실 개념이기보다는 놀이방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심플하게 꾸몄다. 아이방이라 옐로, 그린 등 밝고 경쾌한 컬러를 포인트 컬러로 이용했다. 아이방용 벽지를 사용하지 않은 대신 아이가 좋아하는 그림을 스티커로 제작해 한쪽 벽면에 붙여주었다. 이곳 역시 거실처럼 베란다 확장 부분을 아치 형태로 벽면을 남겨두었는데 보이지 않는 벽 뒤편에는 수납장을 짜 넣었다. 이전 집에서 사용하던 패브릭 소파는 아이방으로 이동, 경쾌한 도트 패턴의 패브릭을 덧씌워 아이방에 어울리도록 했다.
BEDROOM
블루, 브라운, 그레이 컬러의 매치가 돋보이는 공간. 집주인이 갖고 있던 클래식한 스타일의 화장대, 침대와도 잘 어울릴 수 있는 공간으로 꾸미고자 전체적으로 내추럴한 분위기가 느껴지도록 했다. 확장 공사한 베란다 부분에는 우드 프레임의 폴딩 도어를 설치했는데 이는 편안하고 내추럴한 침실 분위기를 만들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었다고 한다. 그레이 컬러의 문은 기존 문을 리폼한 것으로 블랙 손잡이를 달아 세련된 느낌을 더했다. 베딩과 블랭킷은 마리메코(02-3445-4776)에서 구입.
BATHROOM
이 집의 욕실 구조는 조금 독특하다. 일반적으로 거실에 있는 욕실이 침실에 있는 욕실보다 좀더 큰 편인데 이곳은 반대였다. 그래서 거실의 작은 욕실을 건식으로 바꾸었고 파우더 룸을 겸하는 공간으로 바꾸었다. 타일 두께로 얇게 켠 벽돌을 벽면에 시공하고, 스톤 형태의 세면대를 설치했으며 자작나무 합판으로 만든 선반을 달아 내추럴한 스타일의 욕실로 탈바꿈시켰다. DETAILS1부부 침실의 베란다 확장 부분에는 폴딩 도어를 제작해 달았다. 카페 같은 아늑한 느낌을 주는 동시에 원하는 분위기로 창문이 열리는 각도를 조절할 수 있다. 중문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난방 효과도 있다.2파우더 룸을 겸하도록 고친 거실의 욕실은 공간이 너무 좁아 문을 떼어내고 커튼을 달아 공간 효율성을 높였다.3아이방 문은 다른 방 문과 달리 가운데 원형 부분에 유리를 끼워 리폼했다. 방 안에 아이가 혼자 있을 때 무엇을 하는 지 살필 수 있고, 아이 눈높이에 위치해 아이도 재미있어 한다고.4부엌 싱크대 벽에는 상부 장을 만들지 않은 대신 자작나무 합판을 이용한 붙박이 선반을 설치해 예쁜 장식품이나 자주 사용하는 그릇 등을 올려두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