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Archives
Today
Total
관리 메뉴

♡산다는 것은 기다림과 여행하는 것이다♡

강허달림 본문

음악,영화/@뮤지션·국내

강허달림

dhgfykl; 2010. 1. 23. 14:12

 

 

 

 

 

 

 

 

 

 

“미안해요 미안해요 미안해요”란 그녀의 목소리를 처음 들은 건 새벽 두세 시 쯤이었다.
그 시간대나 약간의 술기운 탓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녀의 목소리는 살아내는 동안 어쩔 수 없이 미안해져 버린 어떤 관계들, 어떤 사람들, 어떤 상황들을 한꺼번에 떠올리며 다가들었다. 강력한 환기력이었다.

‘미안해요’라는, 어쩌면 흔하디 흔한, 평범하기 짝이 없는, 진심을 담기에는 너무 닳아버린 것 같은 그 한마디가 그녀의 목소리에 실리는 순간 마음 밑바닥을 흔들며 절절하게 사무쳐 왔다.
그리하여 ‘미안해요’의 주체는 노래 부르는 그녀가 아니라 어느덧 나로 변해 있었다.

 

 

 

그녀의 목소리를 거친 순간 문득 절절해진 ‘미안해요’란 말
강허달림(36). 음반 한 장을 냈을 뿐이지만 그녀의 노래에 공명하는 사람들은 이미 너무 많다. 자신이 노랫말을 쓰고 곡을 만들고 부른, 자신의 이름을 따붙인 ‘런 뮤직’이란 1인 레이블에서 만든, 그래서인지 자본·물량·기계·시스템 같은 것들 말고 수공 혹은 맨몸의 느낌이 짙은 <기다림, 설레임>(2008)이 그녀의 첫 음반. 자신의 음악을 처음으로 세상에 내어미는 그녀의 마음이기도 했을 것만 같은 제목이다.

1집을 내기까지 10여 년의 세월을 기다리고 이겨냈다. ‘달림’이란 이름을 가진 자는 쉽게 무릎 꺾이거나 주저앉으면 안되니까. 무림 고수 같기도 한 이름 강허달림은 아버지 성과 어머니 성 뒤에 자신의 의지 혹은 소망대로 달림을 붙인 것. “생의 어느 순간들, 달림이란 이름 때문에 스스로 위로받고 최면효과를 얻고….”  쓸모가 많은 이름이다.

실제로도 달리기를 잘하나? “술로 달리기를 잘 한다, 하하.”
달리는 술의 종류는 주로 막걸리. 첫경험은 ‘상사주조장’의 막걸리였다. 그의 고향은 수몰돼 이제는 지상에 없는 순천 상사면 용계리 죽전마을.
“고향마을이 수몰된 건 중2때였다. 관에서 하는 일이라면 무조건 수용해야만 하는 줄로 알았고 환경이나 생태 개념도 없었던 때다. 그런데 어린애가 무슨 맘에서였는지 사라져가는 고향이 안타깝고 아쉬워서 마을 풍경들을 사진으로 기록했다.”
4대강 죽이기를 반대하는 행사라든지 환경 관련 행사에는 꼭 달려가는 이유 역시 어린 시절 뛰어놀던 자연이 길러준 감수성, 잃어버린 고향이 안겨준 책무에서 기인한다.
때로 생각해 본다. ‘막무가내로 슬프기만 했으면 사람들이 내 노래를 좋아했을까’라고. “천성이 낙천적이다. 그 낙천성은 자연의 힘에서 비롯됐다고 믿는데 내 노래에도 아마 그 힘이 스며 있을 것 같다.”

 

 

 

친구집 라디오에서 이선희 노래 듣고 가수 되기로
고향의 어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보면 ‘목포의 눈물’을 부르던 아버지 따라 젓가락 두들기며 함께 부르던 여자아이가 있고, 명절 때마다 동네 노래자랑대회에서 ‘눈물젖은 두만강’을 구성지게 불러 인기를 모으던 여자아이가 있다.
가수라는 평생의 꿈을 품게 된 것은 초등학교 5학년 때. 친구집 라디오에서 접한 이선희의 ‘그래요, 잘못은 내게 있어요’를 듣고 나서부터였다. 누군가의 삶엔 그렇게 벼락치는 순간이 있다! 순천여상에 진학한 이유 중 하나도 그 학교에 기타중창반이 있어서였다. 고등학교 졸업 후엔 기타 하나 둘러메고 무작정 상경했다. 하지만 ‘맹랑 혹은 명랑소녀 서울상경기’는 결코 명랑하지만은 않았다.

신문배달은 기본이고 각종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다 서울 재즈아카데미 보컬과에 입학했다. 서구의 팝과 테크닉을 중시하는 동기들과 달리 자기 스타일의 판소리 발성을 고집했던 그는 동기들 사이에서 왕따였다. ‘난 항상 그 많은 사람들 속에 속하진 못했었지’(‘독백’ 중)라는 노랫말처럼. 하지만 ‘속하지 못한 자’의 시선은 더 많은 것들을 보기 마련.

그러다 가수 한영애를 만났다. 1996년 12월28일. 그 날짜도 잊지 못하는가 보다. 특강에 나선 한영애는 “우리나라 소리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냐?”며 “가장 중요한 것은 소리다. 자기 본연의 색깔을 낼 수 있는 자기만의 소리를 찾는 것이 보컬이다”고 말했다.
“몇 달 동안 답답하기만 했던 수업이 두 시간여 특강으로 다 해결되는 순간이었다. 막연하게 가지고 있던 나의 생각과 그 분의 생각이 일치한다는 데서 오는 통쾌함! 내가 틀리지 않았구나 하는 안도감!”

몸이라는 악기가 내는 소리 과정을 더욱 궁구하게 됐다. “호흡량에 따라, 근육의 움직임에 따라, 혀와 입술 모양에 따라 무궁무진 달라지는 소리가 신기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깊은 소리를 찾으려다 보니 단순하면서도 반복적인 연습이 이어졌다.”
아카데미 청소부를 하며 생활비를 벌어야 했던 그녀는 동기생들이 머라이어 캐리나 휘트니 휴스턴을 흉내낼 때 오로지 발성연습에 몰두했다. 꽃만 피우려 안달하기보다 보이지 않는 땅 속 어둠 속에서 천천히 뿌리를 키워 나가듯. “몸을 만드는 게 첫 수순이었다. 어느 노래를 부르든 흔들림없이 내 색깔을 낼 수 있도록.”
서울 재즈아카데미를 마친 뒤 그녀는 페미니스트 밴드 ‘마고’의 보컬로 음악 여정을 내디딘다. 강경순이라는 본명 대신 강허달림이라는 새 이름을 갖게 된 것도 그 때였다. 엄마 성을 이름에 붙이는 게 그렇게 좋더란다. 엄마는 그에게 최고의 친구이자 스승.
“술 좋아하고 노래 부르기 좋아하셨던 아버지가 나에게 물려준 것이 한량적 기질이라면 어머니의 삶이 깨우쳐준 것은 사람에 대한 애정과 배려, 따뜻함과 강인함, 자존감과 독립심 등등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마고’의 보컬로 활동하면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이 블루스임을 깨달은 그녀는 블루스 밴드 ‘풀 문’을 결성해 활동한다. 스탠더드 재즈곡을 주로 하는 레퍼토리에 대한 공허함만큼 창작음악을 향한 욕망이 커져갔던 시기이기도 하다. 이후 한국 블루스를 대표하는 밴드 ‘신촌 블루스’의 엄인호씨 눈에 띄어 보컬로 영입됐다. 그때가 2003년. 신촌 블루스에서 1년여 활동한 뒤 솔로로 독립을 하게 된다.

 

 

 

 

 

슬픈데도 왠지 몸이 흔들어지는 노래
청소부 생활을 하며 음악 공부한 내력이나 엄인호씨한테 발탁되는 과정 등등 그녀의 노래인생엔 굽이굽이 극적인 장면들이 많다, 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는 이 대목에서 강하게 부정한다. “아니, 전혀 극적이지 않다. 내겐 치열하고 치밀한 시간들일 뿐이었다.”
목소리 자체가 곧 블루스로 평가받는 그녀의 노래에는 슬픈 정서와 흥겨운 리듬이 공존한다. 음반의 첫곡 ‘춤이라도 춰볼까’ 하는 노랫말처럼 슬픈데도 왠지 몸이 흔들어지는 노래, 그 흔들림 속에 평정과 위안이 있는 노래인 것이다.

“내 노래에 남도 소리, 한의 소리가 담겨 있더라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 한의 소리는 마냥 슬프거나 패배적이지 않다. 삶이 버겁고 힘겨워도 결코 희망을 잃지 않는 잡초 같은 강인함이 배어 있달까. 육자배기 풀어내며 몸을 흔들듯 블루스를 부르며 몸을 흔들듯 그 속에서 살아 꿈틀거리는 힘을 느끼는 것이다.”

그녀는 자신의 이야기를 사람들과 더불어 공유하고 소통하고자 하는 솔직한 욕망을 갖고 있다. 독백 같은 읊조림은 사적 경계를 훌쩍 넘어 공감의 영역을 넓혀 나간다.
듣다 보면 문득 마음에 날아와 꽂히는 노랫말들. 이를테면 ‘난 그저 나이었을 뿐이고 넌 그저 너이었을 뿐인…’(‘기다림, 설레임’ 중) 관계는 얼마나 슬프고 가망없는가. 우리가 될 수 없는 관게. 너와 나가 극명하게 갈라지는. 하지만 때로는 난 나이고 넌 너라는 평행선을 담담히 받아들이는 게 삶이기도 하다는 걸 일러주는 노래.

‘세상들 속에서 사람들 속에서 더 이상 흔들리지 않게 나를 바라볼 수 있게…또다시 쓰러져도 아무렇지 않게 일어나 웃음 짓고 아무 일 없단 듯이 그렇게 그게 나인 걸’(‘독백’ 중) 역시 독백인 동시에 삶에 지친 이들에게 보내는 응원이다. ‘독백’의 마무리는 ‘이룰 수 없는 꿈조차도 날 포기할 수 없게’. 목적어가 아니라 주어가 된 꿈. 그래서 더 간절하다.

그녀가 부르는 노랫말들은 용량 큰 보자기처럼 많은 것들을 품어 안는다. 직설적이지 않으면서도 어떤 감정이나 각성의 실마리가 되어준다. 노무현, 김대중 대통령 추모제에서 불렀던 ‘미안해요’ 역시 그렇다. 김대중 대통령 추모제에선 ‘목포의 눈물’도 불렀다. ‘목포의 눈물’은 “평소에도 무반주로 가장 많이 부르는 곡”이라고.

 

 

 

 

 

 

▲ 지난 9월12일 ‘무등산 풍경소리’에서 노래 부르는 강허달림. 이 날의 공연 역시 “누군가에게 삶의 어느 순간 힘이 되고 위안이 되는 노래였으면” 하는 마음으로 채워졌다.

 

 

 

 

“그래 나는 촌년이다!” 촌년의 동력으로 오늘도 달리고
“니 노래들 다 좋은디 테레비에 나오는 노래 좀 하문 안되냐”고 때로 묻는 엄마.
그러면 “어쩌겄는가, 엄마가 그렇게 나(낳아)놨는디”라고 대답하는 그녀. ‘나놨는디’란 말에는 순치되지 않는 기질이 깃들어 있는 듯하다.

전라도의 땅과 기운과 음식과 산과 평야가 자신을 만들었다고 믿는다. 서울에서 살면서 한동안 ‘촌년’이란 열등감에 시달렸던 그녀지만 이제는 전라도는 나의 든든한 빽이라고 말하게 됐다. “서울에 상경해 음악공부하고 아르바이트 하는 동안 촌년이라는 콤플렉스가 생겼다.
하지만 살다 보니 내 자신을 옥죄었던 태생이 되려 나의 가장 큰 자산이었음을 어느 순간 깨닫게 됐다. 자연과 어울려 살고 이웃들과 내남없이 살았던 경험이 내 음악의 밑바닥을 이룬다.”
“그래 나는 촌년이다!”라고 인정한 순간 한없이 자유롭고 당당해진 자신을 발견했다. ‘그게 나인 걸!’ 촌년의 동력으로 그녀는 오늘도 달린다.

그런 그녀에게 지금 절망해 있는 사람들에게 건네주고 싶은 말을 물었다.
“아직 희망은 있고 모두 사람이었으니…. ‘옛 일기장’이란 노래에 나오는 가사인데 말보다는 노래 불러드리는 게 더 큰 힘이 되지 않을까.”
음반이 몇 천 몇 만 장 팔리고 콘서트에 수천 수만 관중이 오고 그런 건 그녀에게 많이 중요하지 않다. “누군가에게 삶의 어느 순간 힘이 되고 위안이 되는 노래였으면” 하는 마음으로 부르는 게 강허달림의 노래다. 

 

 

 

1집 - 기다림, 설레임 (2008)

한국 블루스 록 보컬의 자존심. 강허달림. 2005년 EP [독백] 이후 3년만의 정규앨범

강허달림의 음색은 놀랄 만큼 부드럽고 몽환적이나 그가 살아내야 하는 세상은 치열하고 비정하다.
그래서 사랑의 달콤함을 노래하기에 알맞은 음색으로 그는 '제대로 산다는 것'의 절박함을 노래한다.
그의 노래를 듣고 있다 보면 그 부드러움의 속살을 뚫고 나온 우리네 인생살이의 어떤 단단한 진실과 만날 수 있다.
그리고 그 만남의 장에는 어김없이 자연의 느낌이 함께한다. 때로는 우리를 한없이 큰 품으로 안아주는 하늘과 바다의 모습으로 혹은 슬며시 미소 짓게 만드는 이름 없는, 그러나 강인한 작은 들꽃의 느낌들…….
- 영화감독 임순례

노래하고 싶은 아이가 있었습니다. 노래는 아이에게 선택할 수 있는 그 무엇이 아닌 선택된 것으로 다가왔습니다. 노래는 “운명처럼 던져”졌고, 그녀의 “발길은 멈출 곳을 모르고” 끊임없이 그녀를 걷게 하였습니다.

그녀는 도전했습니다. 항상 노래를 향한 절박함은 그녀에게 세상을 향한 무모한 도전을 강요했습니다. 그녀는 “참 무모해, 무모하다 못해 절박하지, 제대로 산다는 건”이라고 노래합니다.
그녀는 타협하지 않았습니다. 아주 많이 그녀에게는 힘든 시간들이 있었습니다. 하나 둘 같은 길을 걷던 사람들이 그 길 밖으로 사라지던 순간에도 그녀는 그 길에 남아 홀로 걷고 있습니다. 그녀는 항상 “쓰러져 또다시 쓰러져도/ 아무렇지 않게 일어나/ 웃음 짓고 아무 일 없단 듯이 그렇게” 노래했습니다.

노래로 세상을 열고 싶은 여자가 있습니다. 취객들의 고함 소리가 가득한 클럽에서, 혹은 객석이 반쯤 비어있던 허름한 무대에서도, 모두가 흥에 겨워 신나게 춤추던 그녀 자신의 공연에서도, 관객이 넷뿐이던 친구들을 위한 작은 콘서트에서도 그녀가 원했던 것은 그저 노래를 즐기는 것이 아닌 타인과의 소통이었습니다. 닫아 놓은 마음을 열기 위해 그녀는 노래를 했고, 그녀의 노래와 “작은 숨결에, 몸 사위에 세상은 소통”을 시작합니다.

그녀는 강허달림입니다. 계속 달려가기 위해, 그녀는 스스로를 강허달림이라고 부릅니다. 쓰러지거나 길가에서 쉬는 삶보다 그녀는 힘들거나 지친 순간에 쉬는 것보다 한걸음 더 앞으로 내 달리는 것을 택했습니다. 자신이 스스로 지어 준 이름은 자신의 삶의 모습이 되었고, 그래서 사람들은 이제 그녀를 강허달림이라 스스럼없이 부릅니다.

강허달림 1집이 있습니다. 아주 오랫동안 담금질이 된 그녀의 첫 번째 앨범이 있습니다. 2005년 가을 4곡을 담은 작은 싱글 앨범을 발표했던 그녀가 다시 스스로 가사를 만들고 멜로디를 만들어 노래해서 그녀의 첫 번째 앨범을 만들었습니다. 그녀 스스로 한 줄 한 줄 써 내려간 가사로 만든 노래는 거짓이 없어 오랜 여운을 가지고 가슴에 남습니다.

강허달림 1집에는 힘이 있습니다. 슬픔을 노래하는 순간에도 결코 절망으로 빠져들지 않는 힘이 강허달림의 1집에는 있습니다. 그녀의 목소리는 가슴 아픈 기억의 가사를 노래하지만 그녀는 그 순간으로 돌아가 침잠하기 보다는 다시 일어서 그녀의 이름처럼 또 달릴 것을 노래하는 듯합니다. 그녀는 이 척박한 음악 시장에서 자신의 힘으로 두 장의 앨범을 발표한 가수니까요.

강허달림 1집에는 음악이 있습니다. 음반을 만드는 내내 그녀는 음악 이외의 조건들과는 타협하지 않았습니다. 스스로 런 뮤직이라는 레이블을 만들어 직접 제작한 음반에는 강허달림의 목소리와 그 목소리를 받쳐주는 위대한 선배 연주인들의 연주만이 남아 있습니다. 한때 강허달림이 몸담기도 했던 신촌 블루스 엄인호씨와 저스트 블루스의 채수영씨의 기타는 음반에 깊이를 더해주고 있습니다.

강허달림 1집에는 순수함이 있습니다. 그녀의 노래는 조금은 고집스럽게 느껴지지만 그녀만의 색깔을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진실이 담겨있어 항상 강합니다. 질주하고 분노케 하며 흐느끼게 하거나 한숨 쉬게 하고 미소 짓게 합니다. 그녀의 음반이 상업주의와 타협하지 않은 음반임에도 충분히 흥겹게 들을 수 있는 이유는 아마 음악 아래 깔린 순수한 음악에의 열정일 것입니다.....

 

 

 

single - 독백 : 춤이라도 춰볼까? (2005)

날것의 소리, 거침없이 달린다. 블루스 퀸 강허달림 독집앨범
대한 민국 최고의 블루스 밴드 신촌블루스에서 보컬로 활동했던 강허달림은 블루스 팬들에게는 이미 익숙한 이름이다. 잘 알려진 여러 장르의 클래식들이 그녀의 입을 통해 나오면 전혀 다른 곡이 되곤 했다. 그녀의 특이한 발성법은 어떤 노래든 강허달림의 노래로 만들어버리는 마법을 부린다. 그러나 이런 그녀의 곡 해석 능력 외에 송 라이팅 능력은 그 동안 숨어있었다. 그러던 그녀가 이번 앨범 <독백>에선 전곡의 작곡과 작사를 맡아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고 있다. 주로 재즈 아카데미에 다니던 시절 작곡한 곡들이다. 몇 차례 무대에 올려져 뜨거운 반응을 얻었던 곡들이지만, 아직 음반으로 발매된 적은 없었다. 그녀는 이번 음반에서 자신의 소리를 제대로 담아내기 위해 스스로 프로듀싱까지 해냈다.
강허달림의 입지를 증명하듯 다양한 장르의 베테랑 뮤지션들이 대거 참여한 음반이다. 기타는 재즈 아카데미 동기이자 오션스필드, AK Project등의 밴드에서 활동하고 있는 안동성이 연주했다. 김종서 밴드를 비롯해 여러 음반들에서 활발한 세션 작업을 하고 있는 베이시스트 박순철의 이름도 눈에 띈다. 인기 재즈밴드 Westory의 드러머 정태호가 타이틀 곡 ‘독백’을 비롯한 전곡의 드럼을 쳤다. 그 외에 콘트라베이스에 남영국, 키보드에 송석철등 이 바닥의 내로라하는 ‘꾼’들이 모두 모여 강허달림의 ‘독백’을 도왔다.
첫 곡 ‘춤이라도 춰볼까’는 인상적인 기타 인트로에 이은 센스 있는 드러밍이 맛깔스러운 곡이다. 어느 것에도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살고자 하는 그녀의 삶이 잘 녹아 들어있다. 두 번째 곡 ‘독백’은 드라마틱한 구성이 돋보인다. 끝없이 자신을 찾아나서는 사람들의 자화상을 표현했다고 한다. 강허달림의 다양한 음악적 스펙트럼이 묻어나는 ‘지하철 자유인’은 락 기타의 시원한 리드가 앨범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오직 가수가 되겠다는 꿈을 안고 무작정 상경한 강허달림이 힘겨운 시간을 보내던 시절 썼던 ‘버려진 꿈’은 단촐 하면서도 감성적인 어쿠스틱 기타와 강허달림의 독특한 음색이 가장 잘 살아 있는 곡이다.


 

수록곡

춤이라도 춰볼까?

 

독백

지하철 자유인

버려진 꿈

 

 

 

강허달림의 음악은 블루스를 기반으로 한다. 그러면서도 서양의 장르적 관습을 그대로 따르는 대신, 한국적인 자신만의 고갱이를 녹여낸다. 블루스는 '기교'가 아니라 '정서'라는 점을 체화한 듯하다. 강허달림 1집 [기다림, 설레임]에는 노래를 만들고 부른 이의 진정성이 오롯이 담겨있다. 국내에서 '천연기념물'과도 같은 여성 싱어송라이터의 결과물이란 점에서 더욱 반갑다.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서정민>

강허달림의 1집 [기다림, 설레임]에는 힘이 있다. 힘의 원천은 그녀의 목소리이다. 포장하지 않은 한 사람의 목소리만으로도 음악을 감칠맛 나게 요리할 수 있다는 것, 지금 세대에게 조금은 고루해보이는 블루스 음악이 그토록 매력적으로 들릴 수 있는 것은 7할이 그녀의 목소리 덕이다. 그 덕에 우리는 빗소리가 제법 소리나게 떨어지는 어느 날, 창밖을 바라보며 멜랑꼴리하게 들을 수 있는 음악을 찾은 것이다.

 

               

                    

 

야생화 같은 블루스 디바 '강허달림'

 

강허달림은 서울 재즈아카데미 보컬 과정 1기를 수료한 뒤 페미니스트 밴드 '마고'의 보컬로 첫 음악 여정을 내디뎠다. 페미니즘 운동에 거창한 뜻을 품었다기보다는 그저 음악을 하고 싶어서였다. 이 시절 부모성 함께 쓰기 운동이란 걸 알게 돼, 강경순이라는 본명 대신 강허달림이라는 새 이름을 붙였다. 허는 어머니 성이고, 달림은 '달리다'에서 따왔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이 블루스임을 깨달은 그는 '마고'를 나와 블루스 밴드 '풀 문'을 결성하고 이태원의 '저스트 블루스' 등 클럽에서 활동했다. '블루스 프로젝트 밴드' 보컬로도 잠시 활동했다. 2003년 한국 블루스를 대표하는 밴드 '신촌 블루스'의 엄인호씨 눈에 띄어 보컬로 영입됐다. '신촌 블루스'에서의 1년여 활동을 거쳐 솔로로 독립했다.

2005년 홀로 작사,작곡,편곡,프로듀싱한 첫 솔로앨범 [독백]을 발표했다. '춤이라도 춰볼까', '독백', '지하철 자유인', '버려진 꿈' 등 네 곡을 담은 미니앨범이었다.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평단과 일부 청자들로부터 적잖은 주목을 이끌어냈다. 당장의 성과보다는 앞으로의 가능성에 더 높은 점수를 받았다. 그리고 2008년, 마침내 첫 정규앨범 [기다림, 설레임]을 발표했다.

 

 

기교 아닌 가슴으로 부른 토종 블루스

 

강허달림의 음악을 얘기하기에 앞서, 먼저 그의 살아온 날들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시골에서 가난한 소작농의 육남매 중 막내로 태어난 그는 어릴 때부터 가수의 꿈을 키웠다. 일찍이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여상에 입학한 뒤에도 기타 중창반 활동을 하며 꿈을 버리지 않았다. 학교를 졸업하고 무작정 상경했다. 몇 군데의 직장을 거치며 깨달은 건 힘이 지배하는 사회의 부조리함이었다. 어렵사리 돈을 벌며 두 차례나 서울예전 입학을 시도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대신 그 무렵 막 생긴 서울 재즈 아카데미에 등록했다.

동기들 사이에서 그는 미운 오리새끼였다. 남들이 머라이어 캐리나 휘트니 휴스턴의 매끄러운 목소리를 재현하는 데 몰두하는 동안, 그는 어릴 때 어렴풋이 익힌 판소리 창법을 고집했다. "쟤는 무슨 국악을 하러 왔대니?" 하는 손가락질도 있었지만, 가수 한영애씨는 특강에서 "우리나라 소리에 대해 생각해본 적 있느냐? 자기 본연의 색깔을 낼 수 있는 자기만의 소리를 찾는 것이 보컬이다"라는 말로 힘을 북돋웠다.

구구절절이 읊자면 '인간극장'이 될 테니 이 쯤에서 그만하고, 이제부터는 음악 얘기에 들어가자. 강허달림 1집 [기다림, 설레임]은 블루스를 바탕으로 한 앨범이다. 블루스는 아프리카에서 미국으로 끌려온 흑인 노예들이 목화밭에서 노동을 하며 부른 노래에서 탄생했다. 따라서 블루스에는 그들의 고통과 한이 녹아있다. 강허달림 1집에는 포크 등 다른 장르적 요소도 있다. 그리고 몇몇 곡들은 형식적인 측면에서만 보면 블루스라 부르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강허달림의 목소리 하나만으로 이 앨범은 블루스라는 색채를 온전히 뒤집어쓴다. 스스로 "뽕짝이나 재즈도 내가 부르면 다 블루스가 된다"고 할 정도로, 그녀의 목소리는 블루스적이다.

 

과거의 목소리로 노래하는 오늘의 감성

매주 쏟아져 나오는 여성 솔로 뮤지션들의 음반은 극과 극에 선다. 한껏 기교를 부리고 화려한 코러스로 받쳐져 최대한 포장되어 있거나 무덤덤한 목소리로 가사와 멜로디를 살려 목소리 자체가 음악이 되거나. 명백하게 강허달림은 후자다. 보컬리스트로서의 역량과 실력은 바이브레이션이나 높은 음을 부를 수 있는 능력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음악을 음악으로서 들을 수 있도록 하고 그 자체가 주요 악기가 될 수 있어야 함에 있다. 오랜 시간 블루스 음악을 해 온 강허달림은 목소리 자체가 음악이고 음악 자체가 매력이다. 그 목소리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이 1집 [기다림, 설레임]이다.

2005년 풀로 엮은 집의 푸른 음반 프로젝트를 통해 발매한 EP [독백]을 발매한 이후 3년 만에 낸 1집 앨범은 스스로 작사, 작곡을 하고 Run Music이라는 자체 레이블을 설립하여 발매하였다. Run Music은 달림을 예명으로 쓰는 그녀와 잘 어울리기도 하거니와 그녀의 희망과 꿈을 담은 레이블 명이기도 하다. 레이블이라고 해도 지하 작업실에서 자체 녹음, 제작하였다고 하는데 이것이 더욱 소중하게 생각되는 이유는 시골에서 태어나 음악을 하기 위해 집을 나와 스스로 개척하여 다양한 이력을 쌓고 결국은 하고 싶은 음악을 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앨범에는 2번 트랙의 곡 제목이기도 하고 앨범의 타이틀이기도 한 그녀의 기다림과 설레임이 담겨 있다. 오랜 시간 기다려 자신의 이름을 걸고 낸 이번 앨범에는 EP를 통해 발매한 4곡을 포함하여 총 12곡이 담겨 있다. '춤이라도 춰 볼까'를 시작으로 하여 보너스 트랙 '하늘과 바다(Feat.엄인호)'까지 촘촘하게 채워진 셋 리스트에는 여느 기계음이나 기술의 장난 따위는 들어갈 틈마저 주지 않는다. 반복되는 가사가 귀에 박히는 '춤이라도 춰 볼까?'에서 이끌린 귀는 블루스 뮤지션 채수영(Just Blues)과 엄인호의 피쳐링으로 더욱 풍부한 감정을 가지게 해 준다. 이미 발매했지만 새롭게 녹음한 4곡('춤이라도 춰 볼까', '독백', '지하철 자유인', '버려진 꿈')은 EP와 비교해보며 들으면 더욱 색다를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보컬 이상의 어떤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느낌도 있다. 요즘의 빠른 비트와 감각적인 음악에 익숙해진 귀는 때로 비슷하게 반복되는 리듬과 보컬, 너무 나지막하게 들리는 가사에 지루함이나 불편함을 느끼기도 한다.

 

 

 

 

 



 



'음악,영화 > @뮤지션·국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다비치(Davichi)   (0) 2010.01.24
조관우  (0) 2010.01.23
신촌블루스  (0) 2010.01.23
김형철  (0) 2010.01.23
김용우  (0) 2010.0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