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서 보자기를 펴고 채소를 파는 할머니가 있었습니다.
당근만을 단출하게 파는 할머니에게 한 손님이 왔습니다.
"할머니 이 당근 하나에 얼마입니까?"
"오백 원입니다."
손님은 조금 싸다고 생각했는지 계속 물었습니다.
"두 개는 얼마입니까?"
"천 원이지요"
"세 개는 얼마입니까?"
"천오백 원입니다."
손님은 다시 물었습니다
"많이 사도 깍아 주질 않는군요. 하지만 여기에
있는 당근을 모두 다 사면 싸게 해 주시겠죠?"
할머니는 질색을 하며 말씀하셨습니다.
"전부는 절대로 팔지 않습니다."
손님은 다 사 준다는데 팔지 않겠다는 할머니가
이상하게 생각되었습니다.
"아니, 전부 다 팔아 주고 제 값을 다 주겠다는데
왜 못 파시겠다는 겁니까?
할머니는 조용하고 낮은 음성으로 대답했다.
"돈도 좋지만 저는 지금 제 일을 사랑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나는 이 일과 이 시장을 사랑합니다.
활기차게 하루를 살아 가는 시장 사람들을 사랑하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건네는 인사를 사랑하고,
가난한 주머니 사정 때문에 조금 더 싸게
사려고 하는 사람들의 흥정을 사랑하고,
오후에 따스하게 시장 바닥을 내려 쬐는
햇살을 사랑하기 때문이지요.
지금 당신이 이것을 몽땅 다 사 가겠다는 것은
이토록 사랑하는 나의 일과 나의 하루를
당신이 몽땅 빼앗아 가는 것이기에
나는 결코 전부를 팔 수 없는 것이라오.
돈으로 살 수 없는 하루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면
당신은 전부를 팔라는 말은 결코 할 수 없었을 겁니다.
마음의 평화는 결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니까요."
진정한 행복이란 어떤 것을 가졌을 때 느끼는 것이 아니라
어떤 것을 가지기 위해 흘리는 땀과 눈물과 시간 속에서
찾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