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Archives
Today
Total
관리 메뉴

♡산다는 것은 기다림과 여행하는 것이다♡

한 마리의 돼지를 최고로 요리하라! 본문

음식&요리/Food & Cooking

한 마리의 돼지를 최고로 요리하라!

dhgfykl; 2010. 2. 3. 19:15

한 마리의 돼지를 최고로 요리하라!
주둥이부터 꼬리까지, 꿀꿀거리는 소리부터 깩깩거리는 비명까지. 먹음직스런 돼지 한 마리가 (그리고 몇 명의 최고 주방장들이) 당신에게 저녁식사 요리의 마지막 풍미를 완성시키는 방법을 알려주려 한다. 미국판 <맨즈헬스> 뉴트리션 담당기자 매트 굴딩을 따라가보자.

돼지 목을 관통해서 살을 에는 칼날의 굉음이 참지 못할 지경이다. 마치 맨홀 뚜껑을 전기톱으로 자르는 듯한 소리다. 하지만 정육사가 툴툴거리며 몇 번 더 칼날을 쑤셔넣자, 깔끔하게 두 동강이 나면서 돼지 머리는 쿵하는 소리와 함께 도마 위에 떨어진다. 그 비운의 머리는 그날 아침에 미국 펜실베이니아 시내로부터 배달된 100kg 버크셔의 것이다. 정육사의 이름은 네이트 애플맨. 그는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레스토랑 A16과 SPQR의 사장 겸 주방장이다.

모든 것은 전날 밤에 시작되었다. 저녁식사 자리에서 와인잔을 치켜들며 한 가지 선언을 했던 때이다. “언젠가 나는 돼지를 주둥이부터 꼬부라진 꼬리까지 전부 다 먹고 싶다.” 나와 같은 테이블에 있었던, 돼지에 대해서 잘 알고 있던 동료들은 자신의 전화기를 들고 돼지 농장에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48시간이 지난 뒤, 나는 애플맨과 함께 주방장 마이클 앤소니의 그러머시 태번 지하실에 와 있었다.
그는 마치 증거를 없애버려야 할 필요가 있는 마피아 일당처럼 돼지의 사지를 잘라냈다. 돼지를 토막냈지만, 무엇인가를 숨기고 무마시킬 목적은 없었다. 다만 몸뚱이 전체를 음식으로 요리할 수 있는지에 대한 가능성을 발견하는 것이었다. 돼지고기 전체를 요리할 수 있는 다양한 조리 기법을 보유하고 있는 주방장들을 찾아내는 것이다. 맛있는 부위들을 더 찾아내고, 전 세계적으로 돼지고기를 저녁식사로 요리하는 모든 방법을 시도해보았다.

돼지고기, 그 위대한 발견
이것이야말로 돼지고기에 대한 대변혁이다. 돼지 사육만 전문으로 하는 농장주에서부터 오로지 돼지고기만 요리하는 레스토랑의 저녁 메뉴에 이르기까지, 이제껏 이렇게 돼지고기가 매력적인 음식으로 대접받았던 적이 없었다. 그렇다면 ‘왜 돼지고기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싶을 것이다. 만나본 주방장들은 이런 일치되는 의견이 나왔다. 우선 돼지만큼 다목적으로 사용되는 고기가 거의 없다. 돼지고기는 손쉬운 즉석 그릴용부터 시간이 오래 걸리는 삶기용까지 다양한 입맛에 맞춰 손질된 포장육의 선택 범위가 넓다. 당신은 강한 양념을 써서 돼지고기의 잡내를 없앨 수도 있고, 섬세하고 미묘한 양념을 가미해서 돼지고기 본연의 맛을 살릴 수도 있다. 하지만 다른 무엇보다도 전문 요리사들이 돼지고기를 사랑하는 심플한 이유 한 가지는 바로 돼지고기 지방에 있다.

이제 당신은 돼지고기를 ‘또 하나의 흰 살코기’라고 생각해도 좋다. 흰 살코기는 명백하게 돼지고기 고유의 특징은 아니었다. 하지만 포화지방과 심장 관련 질환과의 상관관계가 여전히 증명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건강에 관심이 많은 소비자들이 돼지고기를 외면했다. 그리고는 닭고기 코너로 발길을 돌린 이후로, 미국의 ‘돼지고기 위원회National Pork Board’는 1987년, ‘또 하나의 흰 살코기’ 컨셉트로 돼지고기를 판매하기로 결정했다. 그에 따라서 생산 업계에서는 돼지의 지방 함량을 낮추기 시작했다. 그 결과, 요즘 사육되는 돼지는 60년 전과 비교해서 지방이 평균 75% 더 적다. 엄마가 수요일 저녁에 요리해주는 돼지 갈빗살에 대해 당신이 가장 많이 하는 불평이, “고기 육즙이 하나도 없네. 아무런 맛이 안 나잖아. 지루한 음식이야” 등인 이유가 바로 지방이 훨씬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진실인즉, 돼지고기 생산 업자들이 부지런히 제거한 지방의 대부분은 심장을 오히려 건강하게 만들어주는 단일 불포화지방 성분이다. 베이컨에 함유되어 있는 지방성분에 대해서 자세히 들여다보자. 미국 농무부USDA에 따르면, 베이컨 지방의 33%는 포화지방이다. 하지만 그것을 다시 분석해보면, 31%는 스테아르산이고, 64%는 불포화지방산의 일종인 팔미트산이다. 그리고 이 두 가지는 콜레스테롤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게다가, 베이컨에 들어 있는 전체 지방 함량의 41%는 올리브오일에 함유된 건강에 좋은 올레산이다. 미국 코네티컷 대학교에서 영양학 연구원으로 활동하는 제프 볼렉 박사는 “당신은 돼지고기에 함유되어 있는 지방에 대한 전체적인 그림을 보고 난 후에야, 돼지고기 지방의 87%는 콜레스테롤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거나 오히려 긍정적인 효과를 낸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제야 그런 사실을 알려주다니.(<맨즈헬스> 뉴트리션 담당기자로서 이제껏 수년 동안이나 베이컨을 안 먹고 참아왔단 말이다!)

이렇게 건강에 좋은 지방을 빼내느라, 돼지 사육 농부들은 돼지에게 많은 양의 항생제와 함께 다른 약들을 처방해서, 근육을 더 많이 키우고 지방이 축적되지 못하도록 막았다. 그래서 본질적으로 불룩하던 돼지 뱃가죽은 온데간데없이, 뱃살은 더 얇아지고 체격만 더 빨리 성장하는 돼지로 사육하게 된 것이다. 축산 업계의 정육 마케터들이 전국의 돼지들을 미덥지 않은 다이어트로 몰아넣었던 한편, 소규모 축산 농가들은 ‘오사보(Ossabaw, 원래 야생이던 것을 집돼지와 교잡시킨 것으로 조지아 해안의 오사보 섬이 원산지)’와 ‘버크셔(Berkshire, 기원은 영국의 버크셔 지방으로 우리나라 재래종 돼지의 개량에 널리 이용되었다. 미국 농무부에 의해 순종 버크셔 인증을 받았으며, 이 종은 쇠고기로 비유하면 최등급인 프라임Prime급에 해당한다)’ 같은 최고 품질의 돼지 품종들을 소개하는 데 노력을 기울여왔다.

나는 애플맨이 돼지 한 마리를 조각으로 잘라내는 모습을 보면서, 이 버크셔 돼지는 이제껏 맛보았던 돼지고기와는 다를 것이라는 사실을 직감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그가 칼로 손질해낸 갈빗살은 전화번호부 책만큼이나 두툼하며 그 가장자리에는 부드러운 흰색 지방이 붙어 있었다. “옆으로 비켜서게나. 이것은 정말로 굉장한 돼지일세.” 애플맨의 수작업이 모두 끝나자, 내 옆에는 돼지 머리 1개, 정강잇살 4개, 족발 4개, 안심 2개, 등심 2개(한 개는 뼈에 붙어 있고, 다른 한 개는 완벽하게 0.6cm 두께로 가장자리에 지방이 둘러싸여 있다), 커다란 뱃살 2개, 어깻살 2개, 뒷다릿살 2개, 콩팥과 간, 베이비 백 립스 한 덩어리, 갈빗살 12개, 길고 꼬불꼬불한 꼬리 한 개가 펼쳐져 있다. 이제 녀석을 요리할 일만 남았다. 내가 아는 가장 똑똑한 남자들이(여자 한 명도 추가해서) 이 돼지고기들을 모두 요리할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 요리를 모두 먹어볼 것이다. 하지만 최고의 부위는 바로 여기에 있다. 모든 좋은 것들이 당신 접시 위에 놓일 것이다. 당신 스스로도 충분히 직접 요리할 수 있다. 게다가, 당신은 그렇게 하고 싶어 할 것이다.

허릿살, 분자 요리학으로 재창조되다
맨해튼의 레스토랑 ‘wd~50’의 와일리 더프레슨에게 허릿살을 건네자, 그는 이렇게 일갈했다. “우리의 첫번째 선택으로는 적합한 것 같지 않지만, 어쨌거나 맛있는 요리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보겠다.” 맛있게 만들어보겠다고? 어떤 고기가 되었든 간에, 허릿살은 가장 각광받는 부위가 아니던가? 그리고 더프레슨은 음식으로 마법을 부리는 셰프가 아니던가? 그에게 이 요리는 프로농구선수가 골대 가장자리 위로 살짝 공을 넘기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물론 농구공은 그물을 통과할 것이다.
더프레슨이 운영하는 이 레스토랑은 분자 요리학 분야에서 성지와 같은 곳이다. 아방가르드 쿠킹 스타일을 채용하여 부엌과 실험실 사이의 경계뿐만 아니라 과학을 악용하는 과학자와 주방장 사이의 경계까지 모호하게 만들고 있다. 나는 그에게 2가지 요리를 청했다. 한 가지 요리는 그가 특허를 낸 발명품 중 하나이고, 다른 한 가지는 나와 당신 같은 사람들도 집에서 쉽게 따라 만들 수 있는 요리이다.

그 주 후반에 레스토랑에 다시 갔을 때, 나는 더프레슨이 바쁘게 지내왔음을 한순간에 알 수 있었다. 우선, 그는 돼지고기 허릿살 전체를 설탕과 소금을 섞은 물에 24시간 동안 절여두었다. “사람들이 허릿살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 부위가 부드럽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다리살처럼 근육을 더 많이 사용하는 부위에서 느껴지는 풍미를 찾을 수는 없습니다.” 더프레슨은 얼굴에 회심의 미소를 떠올렸다. 이것이 바로 허릿살을 소금물에 절이는 이유다. 고기의 수분과 맛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이후 허릿살을 비닐팩에 진공 포장한 뒤, 낮은 온도에서 세심하게 불조절을 하며 ‘진공 요리법’으로 조리했다.
이 요리를 두고 ‘돼지와 바비큐의 결혼’이라고 불렀다.

더프레슨의 ‘초현대적인 요리 세상’에서는, 홈메이드 바비큐 소스를 젤라틴과 함께 냉동시킨다. 소스가 해동되면서 고형체들이 젤라틴에 달라붙을 것이다. 맑은 바비큐 소스를 얻게 되면 거기에 렌즈콩을 넣고 뭉근한 불로 끓인다. 그는 녹말기가 많은 뿌리채소를 강판에 간 다음 오리나무와 체리나무를 섞어서 불을 피운 데다가 45분 동안 훈제시켜 유카 튀김을 만든다. 마지막 순간에, 그는 유카가 바삭거리게 될 때까지 기름에 튀겨내서 작은 주사위 꼴로 자른 다음, 미니 타워 모양으로 쌓아둔 압착한 케일 피클(우리의 럭셔리한 바비큐 요리에 어울리는 ‘콜라드 그린’) 옆에다가 뿌려놓는다. 집에서 해볼 만한 테크닉 한 가지가 더 있다. 고기를 구우면서 계속 육즙을 축축하게 쳐주는 방법으로, 더프레슨이 절대로 잊지 않고 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지방은 팬에 그대로 남아 있지만, 돼지고기는 노릇노릇한 갈색을 띠면서 촉촉하게 익는다.

더프레슨은 돼지고기를 미디움으로 익히는 게 가장 좋은 맛을 내는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고기의 가운데가 핑크색이 약간 돌도록 말이다. 돼지고기의 허릿살과 갈빗살은 이미 기름기가 없기 때문에, 너무 많이 익히게 되면 고기가 뻣뻣해져버리기 때문이다. 돼지를 사육하고 손질하는 단계에서 개선되기는 했지만, 선모충병의 위협은 여전히 남아 있다. 하지만 속살 온도가 65℃ 이상 되도록 가열해서 섭취하면 안전하다. (선모충은 58℃에서 죽는다.) 이 평범한 고기의 허릿살에, 더프레슨은 기름에 살짝 튀긴 ‘로메인’ 상추와 훈제로 익혀 으깬 포테이토를 함께 곁들여 낸다. 그는 일본산 ‘팬코’ 빵가루와 오렌지 조각과 다진 파슬리를 섞은 믹스를 이용해서 요리에 씹히는 질감을 더한다. “요리에는 씹히는 질감이 대조를 이루는 구성이 필요하다. 이런 심플한 믹스만으로도 어떤 요리에도 어울리는 질감 대조의 효과를 볼 수 있다.” 더프레슨은 일찍이 잡혀 있던 예약들을 제쳐두고, 돼지고기 허릿살 요리를 재발명해냈다.

족발과 정강잇살, 이탈리아식으로 부활하다
이탈리아 북부의 작은 마을에 사는 어린 소녀 리디아 바스티아니치는 할머니의 보살핌을 받아 성장했다. 할머니는 새끼 돼지들을 사육했었다. 어린 리디아는 돼지들에게 이름을 지어붙이고, 먹이를 주고 함께 놀기도 하면서 지냈다. 하지만 할머니와 동네 남자들이 정육점 주인을 도와서 돼지들의 심장에 칼날을 들이대던 지난달 말이 마지막이었다. “일주일 동안은 돼지가 깩깩거리는 환청을 듣게 된다”고 그녀는 고백했다.

바스티아니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꿈꾸는 바로 그런 할머니상이다. 이탈리아 요리에 대해 마치 백과사전처럼 엄청난 산지식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녀는 당신에게 어리석고 주책없는 잔소리를 하려는 게 아니라, 진정 가치있는 지식과 경험을 들려주려 한다. 수상 경력이 있는 요리사로, 그녀는 빅 버드(Big Bird, 미국 TV 프로그램 ‘새서미 스트리트’에 나오는 노란 새)보다는 공공 텔레비전 방송에 시간을 더 많이 할애한다. 그녀가 방송 프로그램과 책들을 통해 소개한 내용들은, 미국 요리의 선두에 이탈리아의 진짜 토속적인 음식 문화가 도입되는 데 많은 동기를 제공했다. 그녀에게는 치킨 샌드위치나 미트볼이 전부가 아니었다. 평범한 고기 조각들을 훌륭한 요리로 바꾸는 연금술에 있어서는 이탈리아 사람들을 따라갈 재간이 없다. “활동성이 많았던 근육 부위의 고기가 맛이 좋아요. 어깻살, 정강잇살, 발이 바로 그런 부위거든요. 이들 고기에는 힘줄과 젤라틴과 지방이 더 많이 들어 있지요.” 바스티아니치는 자신과 오랜 세월 동안 요리에 있어서 솔메이트로 지내 온 포르투나토 니코트라와 함께 이 막연한 고기 부위들을 ‘슬로 쿠킹(Slow Cooking, 높은 온도에 직화로 굽거나 튀기는 방법보다는 낮은 온도로 조리하는 방법)’으로 조리해서 근사한 요리 만들기에 도전한다.

니코트라는 바스티아니치가 입이 마르게 칭찬하는 레스토랑 ‘펠리디아Felidia’의 최고 주방장이다. 족발들은 어깻살 덩어리들과 짝을 지어 부글부글 끓고 있는 거대한 소스통으로 들어갔다. 그 소스는 양파, 마늘, 올리브오일, 산 마르자노San Marzano 토마토 통조림으로 만든 것이다. “이것은 전통적인 남부 이탈리아 지방의 선데이 소스다. 돼지고기에서 소스가 우러나오면, 그 소스를 우선 커다란 파스타 볼에 부어서 파스타를 섞어서 먹지요. 그다음에, 고기는 야채와 함께 별도로 먹습니다.” 이것은 음식 재료에서 우러나온 것을 최대한으로 활용하는 이탈리아식 조리법을 보여주는 완벽한 예이다. 어깻살과 소시지도 맛있지만, 족발의 소스에 스며든 입맛을 다시게 만드는 자연스러운 젤라틴의 느낌을 못 본다면 굉장한 것을 놓치는 셈이다.

돼지고기 정강잇살을 요리하기 위해, 이탈리아 북부지방으로 여행을 떠나보자. ‘스틴코 아로스토Stinco Arrosto’라고 불리는 이 요리에는 커다란 고깃덩어리를 조리하는 전형적인 이탈리아식 취급 방법이 반영되어 있다. 오늘은 정강잇살을 다루고 있지만, 바스티아니치의 단순한 절임 방식은 어떤 부위의 고기에든지 사용할 수 있는 믿을 만한 공식이다. “우선 고기 조각들이 캐러멜 색깔을 띠게 될 때까지 불에 굽는 것부터 시작한다. 이렇게 해야 육수의 맛이 좋아진다. 그러고 나서 대충 다진 양파와 당근 및 셀러리를 첨가한다. 고기가 어느 정도 잠기도록 육수를 붓는다. 와인을 약간 넣어도 좋다. 말린 버섯과 허브를 넣어서 풍미를 살린다. 약한 불에 올려놓거나 오븐에서 몇 시간 동안 천천히 익힌다. 그러면 고기가 뼈에서 떨어질 것이다.” LA갈비, 양고기 정강잇살, 닭다리 등도 모두 이렇게 낮은 온도의 불에서 천천히 익히면 뼈가 발라지고 부드러워질 것이다. 이렇게 해서 가장 값싼 고기 부위가 고급 레스토랑 수준의 요리로 승화되는 것이다. 여기에 바스티아니치와 니코트라가 사용하는 비법을 조금 더 추가해보자. 돼지고기에 어울리는 소스를 만들기 위해서 고기를 삶아낸 물을 졸여낸다. 그리고 먹음직스럽게 노르스름한 빛깔이 돌면서 바삭하게 씹히는 질감을 만들기 위해 브로일러를 사용해서 정강이 살을 물기 없게 로스팅하는 것이다.

집에서 베이컨을 만들 수 있다!
베이컨은 세상에서 맛있는 음식 중 하나다. 하지만 슈퍼마켓에서 구입하는 베이컨은 너무 흐느적거리고 색깔이 희미하다. 게다가 각종 첨가물로 범벅이 되어 있다. 이제 중간 상인과 화학 성분들은 없애버리고, 집에서 직접 맛있는 뱃살을 숙성시켜 베이컨을 만들어보자. 뉴욕에 있는 ‘보케리아Boqueria’ 레스토랑 주방장 시머스 멀렌Seamus Mullen에게 이탈리안 스타일의 조리법을 배워보자. 시간도 오래 걸릴 뿐만 아니라 양념을 많이 사용해서 보존 처리를 하는 숙성 과정을 대체함으로써, 돼지고기 본연의 맛이 살아 있는 깊은 풍미를 내는 베이컨을 만들 수 있다.

재료
껍데기를 제거한 삼겹살 1덩이(3~5kg), 다진 마늘 6쪽, 고기 절임용 핑크 소금 2티스푼, 굵은 소금 1/4컵, 누런 설탕 2테이블스푼, 으깬 통후추 4테이블스푼, 곱향나무 말린 씨앗 2테이블스푼, 으깬 회향 씨앗 2테이블스푼, 말린 월계수 잎 4장 가루로 만든 것, 신선한 육두구 강판에 간 것 1티스푼, 신선한 백리향 5줄기

1 마늘과 다른 양념들을 혼합시켜 삼겹살 전체에 바르고, 플라스틱 지퍼백에 넣어서 냉장고에 보관한다. 양념이 골고루 배도록 매일 봉지를 뒤집어준다. 일주일이 지나면, 삼겹살이 단단한지 확인해본다. 레몬 정도로 단단하면 적당하다. 만일 그 정도의 단단함이 아니라면, 냉장고에 다시 넣어두고 적당히 단단해질 때까지 매일 확인한다.
2 삼겹살을 차가운 물에 깨끗이 씻어낸다. 그리고 페이퍼 타월로 톡톡 두들겨서 물기를 닦아낸다. 껍질쪽이 아래로 오게 해서, 마치 침낭을 말듯이 둥글고 단단하게 만든다. 고깃간 용 끈을 사용해서 삼겹살을 3cm 간격으로 묶은 다음, 지하실이나 찬장 안에 한쪽 끝을 매달아두고 충분한 기간 동안 보관한다.
3 3주가 지나면 판체타에서 달달하면서 코를 톡 쏘는 돼지고기 냄새가 날 것이다. 이 냄새가 바로 이제 완성되었다는 신호다. 날것으로 먹을 수는 없으니 부엌으로 옮겨가서 재빨리 요리를 해야 한다! 날것 상태의 판체타는 냉장실에서 최장 1개월까지 보관할 수 있다.

삼겹살, 베이컨의 한계를 넘어서다
완벽하게 구워진 베이컨보다 맛과 질감이 더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음식이 세상에 또 있던가? 삼겹살에 소주 한 잔에 행복을 느끼는 우리에게는 당연 삼겹살이 최고라고 생각할 것이다. 사실 베이컨은 일 년에 20억 달러가 판매되는 거대 시장이며,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요리 형식에 응용할 수 있다. 베이컨 소금, 베이컨 앤 초콜릿 컵케이크, 베이컨 맛의 알코올까지 다양하다. 하다못해, 베이컨 맛을 내는 스프레이나 과자까지 있다. 만일 돼지를 죽이는 것이 범죄였다면, 나는 아마도 사형수 감방에 갇혀 있을 것이다. 마지막 식사로는 BLT 샌드위치를 신청했을 것이다. 두툼한 토마토 슬라이스에, 후추를 친 루콜라를 풍성하게 넣고, 바삭하면서 씹히는 질감이 살아 있는 홈메이드 베이컨을 넣은 샌드위치. 그래서 시머스 멀렌이 5kg 크기의 삼겹살을 판체타(Pancetta, 양념을 해서 훈연 과정을 거치지 않은 유러피안 스타일의 베이컨)로 만들 계획이라고 했을 때, 나의 입속에는 벌써 침이 고이기 시작했다.

멀렌은 스페인 전역을 돌며 수년 동안 주방에서 견습 생활을 했다. 스페인에서는 돼지고기를 최고의 음식으로 칭송한다. 나는 마드리드의 술집마다 서까래에 매달려 있는 육중한 ‘하몽(jamones, 소금에 절여 건조시킨 돼지 다리로 만든 햄)’을 떠올린다. 안달루시아 지방의 전설적인 흑돼지들은 도토리를 먹고 살며 부드럽고 쫄깃한 육질을 키우는데, 그 고기를 소금에 절여 건조시킬 경우, 500g당 가격이 15만원을 호가할 수도 있다. “스페인에서는 돼지를 신성시하죠. 언제 어디에나 도처에 돼지가 있습니다.” 멀렌의 설명이다. “최근에 세비야에 있는 작은 바에서 일했는데, 천장에 매달려 있는 하몽들의 가격들을 계산해보았습니다. 거기에 매달려 있는 것만 따져봐도 최소한 6천만원은 족히 되는 양이었죠.” 절인 돼지고기의 가격이 평생 모았을 법한 저축 금액과 맞먹는다니!

도대체 매달린 햄 덩어리가 뭐란 말인가? “스페인의 여름 날씨는 고기를 보관하기에 아주 더운 기후입니다. 때문에 스페인 사람들은 고기를 절여서 보관하는 방법을 택하게 된 것이죠. 소금에 절여서 말린 후 보관하기에 돼지고기만큼 잘 어울리는 고기도 없어요. 스페인산 저장햄은 이렇듯 필연적으로 생겨난 것입니다. 그 필연성이 풍미있는 스타일을 만들어냈고, 그렇게 먹어온 전통이 문화로 자리 잡은 것이죠.”
멀렌은 남부 맨해튼에 자리 잡은 자신의 보케리아 식당 두 곳의 주방장으로 매일 그 스페인의 햄 문화에 칭찬을 표한다. 멀렌의 레스토랑 서까래에는 비록 돼지 다리가 대롱대롱 매달려 있지는 않지만, 지하실에는 그가 직접 도축한 돼지고기를 절여서 건조시키는 데 사용하는 대형 냉장고가 있다.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는 냉장고 안에는 커다란 소시지와 햄이 47개 들어가 있다. 어떤 것은 이틀밖에 안 된 것도 있고, 어떤 것은 18개월 된 것들도 있다. 스테인리스 스틸 선반 위에 모두 매달아두었다. 발효 작용으로 인해 공기 중에 시큼한 냄새가 짙게 녹아 있다.

이 소시지들 중 일부는 만드는 데 시간도 오래 걸리고 재능도 있어야 한다. 한편, 홈메이드 판체타는 한결 만들기가 수월하다. 멀렌은 소금, 마늘, 검은 후춧가루, 노간주나무 열매, 포도당(Dextrose, 옥수수를 원료로 한 설탕의 일종으로 햄을 말리는 데 주로 사용한다) 등을 한데 섞은 다음 그것을 삼겹살에 바른다. 그렇게 혼합물을 발라놓은 채로 4일을 그대로 둔다. 그러고 나서 깨끗이 헹군 다음, 둥글게 단단히 말아서 3주 동안 천장에 매달아둔다. 다 말라서 숙성되고 나면, 맛있으면서도 고약한 돼지고기 냄새를 풍기게 되는 것이다. 멀렌은 12가지 다양한 방법으로 판체타를 사용한다. 가리비 둘레를 감싸기도 하고, 삶은 콩과 파스타 소스에 집어넣기도 하고, 블루치즈와 스페니시 아몬드 한 개로 속을 채운 단맛이 나는 대추야자 열매를 포장하듯 싸기도 한다. 어떤 방법을 써서 요리하든 간에 맛이 끝내준다. 3주 동안 기다릴 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 최고의 베이컨 요리법은 이렇다. 얇게 슬라이스를 만들어서 바삭해질 때까지 기름에 살짝 볶은 다음, 따끈하게 토스트한 빵 위에 얹어 먹는 것이다. 너무 미국적인가? 미안하다.

내장 기관, 그리스식으로 탐구하다
맨해튼의 중심에 위치한 그리스식 고급 레스토랑 ‘안토스Anthos’에서 주인인 마이클 실라키스Michael Psilakis를 만났을 때, 나는 내장을 들고 있었다. 놀랄 것도 없이, 실라키스도 마찬가지로 손에 내장을 들고 있었다. 레스토랑 위층에 있는 식재료 준비용 부엌에는, 흐느적거리는 내장이 도마 위에 수북이 쌓여 있었다. 이곳은 내장을 손질하는 곳이다. 5가지 코스 내장 요리를 메뉴로 시험해보는 곳이었다(뇌로 만든 토르텔로니tortelloni, 프로슈토prosciutto로 감싼 콩팥 요리, 반숙한 눈알을 곁들인 염소 콩소메 요리 등을 포함해서). 그렇게 해서 내놓은 내장 요리들 덕분에 그가 처음으로 맨해튼에 문을 연 레스토랑은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그리고 5년이 지난 뒤, 실라키스는 4개의 레스토랑을 소유하게 되었고, 10여 개의 상을 수상하였으며, 그의 급성장하는 포트폴리오에 미슐랭(프랑스에서 발간되는 여행 및 호텔·레스토랑 전문 안내서로, 영어권에서는 ‘미슐랭 가이드’라 한다) 별을 달게 된 것을 자랑으로 삼게 되었다.

그의 성공의 토대가 된 하찮은 내장들 사이를 뚫고 내 앞으로 걸어왔다. “사람들이 내장과 관련해서 가장 많이 떠올리는 이슈가 대뇌cerebral 부분입니다. 미각적인 경험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죠. ‘스위트브레드sweetbread’라고 불리는 가축의 췌장 또는 흉선은 초보자들이 처음 도전하기에 가장 좋은 내장 기관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씹히는 느낌. 어떤 양념을 치든지 췌장과 흉선 요리에 그 맛이 잘 나타난다는 것이다. 심장은 일종의 근육. 그러므로 심장을 깨끗이 씻어서 제대로 요리만 한다면, 이것이 내장 기관으로 만든 고기인지 사람들은 잘 알아차리지 못할 것이다. 간과 콩팥에는 철분 성분이 많고 미네랄 맛이 강하기 때문에, 요리하기가 좀더 까다롭다.

우리는 심장부터 요리를 시작했다. 돼지의 심장을 성냥갑 크기의 작은 조각으로 슬라이스 낸 다음, 올리브오일과 신선한 로즈메리와 오레가노를 혼합한 것에 담가서 하룻밤을 절인다. 아주 뜨겁게 달군 그릴에 고기를 올리고, 잘 뒤집어가면서 몇 분 동안 숯에 굽는다. 그리고 난 다음, 익힌 고기들을 접시 위에 부채꼴로 펼쳐놓고, 그리스식 샐러드에 사용하는 재료들을 붓는다. 올리브, 케이퍼, 페타 치즈, 로스트한 고춧가루, 신선한 레몬즙 그리고 허브 딜dill 등이다. 고기는 부드럽고 연하며, 독특한 미네랄 맛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요리의 고명들이 달콤하면서도 짭짤한 풍미를 내서 완벽하게 고기의 맛을 살렸다. “만일 내가 당신의 눈을 가린다면, 당신은 아마도 심장이 아니라 스테이크를 먹고 있는 것으로 생각할 것입니다.” 그는 확신에 차서 말한다.
실라키스의 말은 일리가 있다. 사실 그의 손이 닿기만 해도 먹을 만하게 바뀌긴 한다. 치킨, 생선, 하물며 신발 가죽이라도 맛있게 승화시키는 재주가 있다. 돼지의 심장뿐만 아니라, 송아지나 닭의 간을 이렇게 요리했더라도 마찬가지로 끝내주는 맛을 냈을 것이다. 내장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실라키스는 결코 혼자가 아니다. 지금까지 수십 년 동안, 대부분의 내장들은 식품 체인점의 어두운 구석으로 사라졌다. 그나마 가장 가격이 알맞고, 영양가가 높은 동물 내장은 애완용 사료나 핫도그 재료로 유입되었다.

지금 그는 심장 요리로 내 마음을 사로잡았고, 나는 내장 요리를 좀더 깊이 탐구해볼 준비가 되어 있었다. 우리는 6가지 종류의 내장을 모두 사용해서 그리스 전통식 소시지 ‘코코레치kokoretsi’를 만들어보았다. 실라키스는 우선 콩팥, 뇌, 췌장과 흉선, 간, 심장, 비장을 전용 육수통에 넣고 펄펄 삶는 작업부터 시작했다. 그러고 나서 모두 작은 조각들로 잘게 썰고, 갈아 놓은 돼지고기 어깻살과 함께 묶어서, 대망막(새끼가 태어날 때에 종종 머리에 쓰고 나오는 양막의 일부) 속에 넣어 감쌌다. 그리고 소장으로 단단히 묶어서 마무리했다. 소시지는 겉이 바삭해질 때까지 그릴한 다음, 슬라이스로 자르고, 식탁에 내기 바로 전에 오일을 뿌리고 레몬즙을 짜고, 파슬리 몇 잎사귀와 딜을 얹어서 장식했다. 신맛과 불의 그을림 그리고 고기의 충실함 사이에 균형이 잘 맞아서, 예민한 육식주의자일지라도 이것이 내장 요리임을 눈치채지는 못할 것이다.

머리 고기, 속눈썹만 빼고 전부 다
물론 머리 전체를 다 염두에 둔 것이다. 피와 척수액으로 얼룩투성이가 된, 8kg 무게의 돼지 머리는 간식거리로 들고 다닐 수 있는 음식은 아니다. 그래서 나는 그러머시 태번으로 다시 찾아갔다. 그 레스토랑의 최고 주방장 마이클 앤소니는 머리부터 꼬리에 이르기까지 돼지를 요리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전문가다. 모든 방법을 시도하는 그의 스타일은 더 큰 스토리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세계 경제가 휘청거리는 위기 속에서 다시 일어나려고 애쓰는 상황에서조차도, 가공 과정을 너무 많이 거치는 식료품들 대신에 1등급 재료들을 구하려고 노력하는 농부들과 주방장들과 그리고 걱정하는 소비자들이 있다. 당신은 ‘농장부터 식탁까지’, ‘지속 가능성’, ‘로카보리즘locavorism’ 등과 같은 전문 용어들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이것이 농산물 직판장부터 백악관 정원에 이르기까지 모든 곳에서 등장하고 있는 ‘요리 정신Culinary Spirit’이다. 돼지 머리를 펄펄 삶은 커다란 통 속에까지 그 정신이 살아 있는 것이다.

앤소니는 “천한 음식 한 조각까지도 버리지 말라”는 격언을 실천하며 산다. 그가 만드는 대부분의 고기 요리는,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헤드치즈(Head cheese, 돼지고기의 머리부분을 삶아 다져서 양념을 하여 틀에 넣고 식혀서 젤리화한 요리)’를 참조해서 만든 것이다. 불행히도 괴상한 이름이 붙은 이 요리는, 큰 솥단지에 물을 붓고 돼지 머리를 통째로 넣고(각종 야채와 신선한 허브와 함께) 오랫동안 펄펄 끓이는 것이다. 그렇게 삶은 다음, 우리는 손에 고무장갑을 끼고 부드러운 얼굴 근육과 연골 조직과 지방을 발라내서 틀에 넣고 압착시켰다. 그러고 나서 냉동실에 넣어서 식힌다. 회색의 침전물이 생기기 시작하면, 돼지의 천연 젤라틴 덕분에 전체가 고형질로 변한다.

군침이 돌지 않는가? “사람들은 이 요리 과정에 대해 설명을 듣고 나면, 대부분 배고파하지는 않는다”고 앤소니는 인정한다. 하지만 헤드치즈가 차갑게 식고 앤소니가 한 덩어리를 얇게 슬라이스로 잘라서, 그 위에 코셔 소금(Kosher salt, 첨가물이 전혀 포함되지 않은 거친 조각의 소금) 결정을 몇 개 올려서 장식하자, 그것을 말끔히 먹어치울 수밖에 없었다. 최근 2주 동안 계속해서 돼지고기 요리를 맛본 와중에 단연 최고의 맛이었다. 간이 완벽하게 배었고, 씹히는 질감이 연하고 부드러우며, 돼지의 턱과 귀와 주둥이로부터 추출된 풍미가 고베 쇠고기만큼이나 감칠맛이 나고 깊은 만족감을 주었다.
뿌리 깊이 박혔던 혐오감으로부터 이렇게 순수한 좋은 맛이 탄생한 것이다. 이 점을 생각해 보자. 전율이 느껴질 정도의 이 헤드치즈 슬라이스를 그러머시 태번 레스토랑에서 정식 가격으로 주문해서 먹으려면 손님은 약 10만원을 지불해야 한다. 그래서 나는 앤소니에게 어떻게 손님 메뉴에 헤드치즈를 올릴 생각을 떠올렸는지 물어보았다. “우리는 손님들이 묻지 않는 한, 그 음식의 재료가 무엇인지 말하지 않는다.”

다시 한 번, 돼지고기에 대한 숭배
22일 동안 돼지고기 요리를 먹었다. 땀구멍을 통해 스며나오는 삼겹살의 훈연 냄새와 족발의 젤라틴이 냄새까지 느낄 수 있다. 지금 나는 돼지고기 땀을 흘리고 있다. 이미 모두 말했듯이, 27가지의 돼지고기 요리를 맛보았다. 하지만 체중계 위에 올라가보니, 몸무게는 여전히 69kg을 가리킨다. 3주 전에 내가 돼지고기 허릿살을 처음 맛보았을 때와 똑같은 몸무게다. 104kg이었던 돼지 한 마리가 이제는 껍데기와 뼈와 도려낸 지방만 남아 있다. 그리고 내 찬장 안에는 3kg짜리 판체타가 매달려 있다. 이제 할 일은 돼지고기를 전부 다시 요리하는 것이다. 글자 그대로, 아낌없이 요리 노하우를 보여줬던 주방장들의 도움을 받아서 돼지를 처음 상태대로 재구성하는 것이다.

밤 11시경 그리니치 빌리지 레스토랑 ‘엘레타리아Elettaria’에서 식당을 깨끗이 치워놓을 때, 주방장들이 커다란 쟁반과 팬을 들고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그들은 개방형 주방을 가로질러 성큼성큼 왔다갔다 하며 우리의 돼지고기 퍼즐 조각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증기로 찐 갈비와 훈제한 어깻살, 내장으로 만든 소시지와 판체타를 넣은 달걀, 선데이 소스, 삶은 족발, 헤드치즈 조각에 이르기까지. 나는 열심히 돕고 싶은 마음에, 가정에서 만든 베이컨 맛이 나는 버번위스키를 잔에 따랐다. 테이블은 금세 요리 작품들로 정신없이 가득 찼다. 그리고 파티는 계속되었다. “돼지에게 경의를 표한다. 모든 사람들이 돼지의 부위를 이용해서 작품을 만들어냈다.” 실라키스는 감탄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나의 돼지고기에서 아직 익히지 않았거나 절이지 않고 남아 있는 고기 조각들은 꼼꼼하게 잘 쌌다. 그리고 자세한 설명을 적은 라벨을 붙인 뒤에 냉동실에 보관했다. 무엇보다 내가 마치 트로피처럼 보관하고 있는 부위가 있는데 바로 꼬리다. 나에게 이 모든 돼지고기 모험 과정을 회상시켜주는 꼬부라진 돼지 꼬리. 그 꼬리가 계속 움직이도록 지탱해주는 충분한 양의 근육이 있다는 것도 놀라운 사실이다. 꼬리가 정말로 맛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나는 이제야 깨달았다. 그리고 아마도 가장 맛있는 돼지고기 부위라고 할 만한 3kg 무게의 립 로스트도 아직 남아 있다. 커다란 뼈에 붙은 채로 1.5cm 두께의 진줏빛 지방층에 덮여 있는 상태로 보관 중이다. 나는 그것을 아직 해동시키지 않았다. 작별 인사를 할 준비가 안 되었을 뿐이다. 하지만 준비되었을 때 언제라도 배불리 먹어치울 것이다.

돼지고기, 완벽하게 로스팅하기
아마도 당신 부엌에는 뉴욕의 유명 레스토랑처럼 매주 1천200만원에 달하는 고기를 조리할 수 있는 바비큐 화덕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맛있는 돼지고기 요리를 할 수 있는 방법은 여전히 있다.

오븐 속에 넣고 지속적으로 가열해주는 방법으로도 맛있는 요리를 완성할 수 있다. 뉴욕의 레스토랑 주방장들이 집에서 요리하는 비법을 공개한다. 3~6kg 무게의 돼지고기 어깻살을 준비해서 소금과 으깬 신선한 후추로 문지른다. 그러고 나서 고기를 로스팅 오븐에 넣고 100℃에서 6~8시간 동안 익힌다. 고기를 손가락 끝으로 살짝 눌러봤을 때 쉽게 떨어지면 다 익은 것이다. 고기가 익는 동안 곁에서 지켜서 있을 필요는 없지만, 육즙이 계속 떨어지므로 오븐의 받침대를 자주 교체해주는 것이 좋다. 뼈를 발라낸 돼지고기를 따뜻한 빵 위에 얹어서 다진 양배추 샐러드와 매운 식초를 곁들여서 식탁에 내거나, 따뜻한 토르티야에 싸서 아보카도 소스 한 숟가락을 곁들여서 내거나, 또는 양상추 잎에 피클 조각과 칠리소스를 고기와 함께 싸서 서빙한다.

주둥이부터 꼬리에 이르기까지
돼지고기 부위별로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돼지고기 요리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돼지고기 손질해서 소금으로 간을 하거나 간을 하지 않은 돼지의 정육. 돼지고기를 이용해서 만든 음식들로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베이컨, 브라트부르스트(bratwurst, 프라이용 돼지고기 소시지), 치카론(chicharron, 돼지 껍데기 튀긴 것), 곱창, 초리조(chorizo, 햄을 만들고 남은 부위를 잘게 다져 마늘과 칠리파우더, 소금, 후추, 피망, 기타 향신료 등을 섞어 맛을 내고 건조하거나 훈연하여 저장한다), 컨트리 햄, 크래클링(crackling, 구운 돼지고기 가죽살), 쿨라텔로(culatello, 이탈리아 생 햄), 옆구리 비곗살, 관찰레(guanciale, 이탈리아식 베이컨), 헤드치즈(head cheese, 돼지고기의 머리 부분을 삶아 다져서 양념을 하여 틀에 넣고 식혀서 젤리화한 요리), 핫도그, 하몽 세라노(jamon serrano, 흰돼지의 뒷다리를 소금에 절여 숙성시킨 저장육류제품), 리프 라드(leaf lard, 돼지의 신장을 둘러싸고 있는 지방조직에서 짜낸 것으로 중성 라드 다음 가는 고품질의 지방), 판체타(pancetta, 양념을 해서 훈연 과정을 거치지 않은 유러피안 베이컨), 포크린드(porkrind, 돼지 껍질을 튀겨서 만든 스낵), 프로슈토(Prosciutto, 이탈리아식 햄), 파테(pate, 가금류나 돼지의 간, 생선, 게살 등에 파테라는 밀가루 반죽을 입혀 오븐에 구워낸 것), 릴레트(rillettes, 파테와 비슷하다), 살라미(salami, 등심살에 돼지기름을 넣고 소금과 향신료를 많이 넣어 간을 강하게 맞추고 럼주를 가하여 건조한 식품), 스크래플(scrapple, 저민 고기, 야채, 옥수수 가루를 기름에 튀긴 요리), 사우스(souse, 돼지 머리, 발, 귀를 소금에 절인 것), 스팸.

THE LOIN 허릿살
가장 적당한 요리 방법 즉석 요리, 그릴하기, 팬에 로스팅하기
조리법이 유사한 고기 쇠고기 안심, 닭 가슴살 
1 허릿살은 기름기가 없기 때문에 쉽게 퍽퍽해진다.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단계로 조리하여 촉촉함과 풍미를 그대로 유지한다.
(1) 허릿살을 구입할 때 윗부분에 평평하게 얇은 캡을 씌운 것을 산다.
(2) 소금 1/2컵과 설탕 1/4컵을 혼합한 물 2,500ml에 하룻밤 담가둔다.
(3) 속살의 온도가 65℃가 되게 익힌다.
2 허릿살은 ‘꽤 걸쭉한’ 질감이 있기 때문에 빵 껍질과 오렌지 한 조각과 파슬리를 잘 섞은 것을 이용해 바삭거리는 질감과 풍미를 더하라.
3 돼지고기와 훈제 요리법은 완벽한 궁합을 이룬다. 하지만 대부분의 남자들은 부엌에 훈제용 기구를 가지고 있지 않다. 그에 대한 대안이 있다. 돼지고기 훈제 요리 대신에, 훈제한 바닷소금 약간을 맨 위에 놓인 허릿살 슬라이스 위에 살짝 뿌려라.

THE CHOPS 갈빗살
가장 적당한 요리 방법 그릴하기, 팬에 로스팅하기
조리법이 유사한 고기 양고기 갈빗살, 스트립 스테이크
1 ‘허릿살 조리법’과 동일한 방법으로 혼합액을 만들어서 갈빗살을 소금물에 절인다. 단, 그는 추가로 샬롯 3개, 마늘 10쪽, 붓순나무 5조각, 고수풀 씨앗 1테이블스푼, 회향 씨앗 1테이블스푼, 블랙 후추 열매 1테이블스푼을 넣는다. 절이는 과정이 중요한데 고기에 맛이 잘 배어들기 때문이다.
2 오독오독한 돼지 껍데기가 붙어 있는 갈빗살을 촉촉하게 요리하기 위해서 중간보다 약간 센불에서 무쇠 냄비에 재료를 넣고 익힌다. (하지만 훈제를 하지는 않는다.) 말레이시아 고추와 사천 고추, 신선한 백리향 가지 몇 개를 넣고 섞은 것에 버터를 살짝 넣어서 갈빗살 위에 꾸준히 발라주면서 익힌다.

THE SHOULDER 어깻살
가장 적당한 요리 방법 슬로 쿠킹, 훈제하기, 소시지 만들기
조리법이 유사한 고기 양고기 다릿살 또는 어깻살, 쇠고기 양지머리, 돼지고기 정강잇살
1 어깻살은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다른 부위보다 활용도가 높다. 잘게 썰어서 요리하거나 갈아서 소시지로 만들 수도 있다. 통째로 바비큐를 할 수도 있고, 기타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볼 수 있다.
2 지방과 결합 조직을 파괴하기 위해서는 어깻살을 장시간에 걸쳐서 천천히 조리할 필요가 있다. 어깻살 요리에는 이런저런 여러 가지 소스나 양념이 필요없다. 돼지고기 상태가 좋고,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소금과 후추뿐이다.
3 부엌에 훈제 요리용 장비가 없지만, 그래도 훈제 요리를 시도하고 싶은가? 히코리 나무 또는 참나무 조각들을 쿠킹 호일 포장 안에 넣고 그대로 그릴 위에 던져놓아라. 조리 과정 처음이나 마지막 15분 동안의 훈제 효과만으로도 당신의 음식에 커다란 풍미를 더해줄 것이다.

THE ORGANS 내장 기관
가장 적당한 요리 방법
팬에 로스팅하기 또는 그릴하기처럼 재빨리 요리하는 테크닉
조리법이 유사한 고기 닭의 간, 송아지 간, 소의 심장 
1 심장은 정말 부드럽다. 그릴하고 나면 쇠고기와 같은 맛이 난다. 심장은 세상에서 가장 영양가가 높은 단백질 식품이기도 하다. 비타민B와 철분의 함량이 높다.
2 짠맛과 신맛의 균형을 맞추는 데에 심혈을 기울여라. 짠맛을 내기 위해서, 페타치즈와 올리브, 케이퍼와 같은 전통적인 그리스식 재료들을 사용하라. 그리고 신맛을 내는 데는 신선한 레몬즙과 식초를 충분히 사용한다.
3 그리스식 소시지인 코코레치는 6가지 내장 기관을 혼합해서 속을 채우며, 그릴에 구우면 파삭파삭한 질감이 난다.

THE BELLY 삼겹살
가장 적당한 요리 방법
천천히 로스팅하기 또는 숙성시켜 보존하기
조리법이 유사한 고기 양고기 삼겹살, 돼지고기 엉덩잇살 
1 하루 동안 소금물에 담가둔 다음, 121℃로 예열한 오븐에서 고기가 부드러워질 때까지 3시간 동안 익힌다. 껍데기에 파삭한 질감을 입히기 위해서 10분 동안 뜨거운 온도에서 브로일링해서 마무리한다. 그대로 식탁에 올리거나, 부드럽고 파삭한 고기를 BLT 샌드위치에 넣어 서빙한다.
2 모든 종류의 고기에 있어서, 숙성 보존을 하기에 가장 이상적인 조건은 온도 15℃와 습도 60%다. 약간의 통풍도 중요하다. 보관 장소로는 일반적으로 지하실과 찬장이 적합하다. 판체타 밑에 소금물 쟁반을 깔아두면 공기 중에 수분을 공급하고 박테리아를 죽일 수 있다.
3 판체타 덩어리를 팬에 넣고 팬 바닥에는 콩을 깔고 갈색 빛깔이 돌게 굽는다. 그러고 나서 익혀둔 흰콩과 다진 근대 또는 시금치, 치즈를 한데 넣고 섞는다. 여기에 달걀 프라이까지 더하고 나면, 당신은 굉장한 음식을 완성시킨 게 된다.

THE SHANKS AND TROTTERS 정강잇살과 족발
가장 적당한 요리 방법
물속에 넣어서 삶거나 물기 없이 로스팅하는 식의 슬로 쿠킹
조리법이 유사한 고기 LA갈비, 양고기 정강잇살, 돼지고기 어깻살 
1 결합조직과 젤라틴 때문에 정강잇살과 족발이 가장 맛있는 부위 중 일부에 속한다. 하지만 천천히 오랫동안 뭉근하게 익혀야만 살이 부드러워진다. 이 고기 부위를 삶아낸 물이 소스로 다시 활용된다. 맛을 농축시키려면, 삶은 고기를 건져내고 육수만 끓여서, 걸쭉하게 우러날 때까지 졸인다.
2 돼지고기를 토마토소스에 넣어서 조리해서 두 가지 요리를 만들어내보자. 삶아서 부드러워진 돼지족발과 정강잇살과 돼지고기 향이 나는 토마토소스를 곁들인 파스타가 그것이다.
3 물속에 넣고 삶은 음식은 아주 부드럽긴 하지만, 씹는 질감은 부족하다. 돼지고기 표면에 바삭거리는 질감을 추가하기 위해서, 정강잇살을 260℃로 예열한 오븐 안에 10~15분 동안 굽는다.

THE HEAD 머리 고기
가장 적당한 요리 방법
물속에 넣어서 삶기, 절여서 건조시키기
조리법이 유사한 고기 쇠고기 머리 고기, 염소 머리 고기
1 고기의 어떤 부위라도 큰 냄비에 물이나 육수를 붓고 천천히 뭉근히 끓여내는 방법으로 부드럽고 맛있게 만들 수 있다. 육수는 양파, 당근, 셀러리, 마늘쪽 등을 함께 넣고 끓인다.
2 얼굴 근육과 연골 조직이 분리될 때까지 부글부글 끓인다. 뼈를 발라내고, 삶아낸 물이 줄어들도록 더 졸인다. 그러고 나서, 천연 젤라틴과 맛있는 고기를 틀에 붓는다. 역겹다는 생각이 드는가? 아니다. 맛있을 뿐이다.
3 이 음식에는 새로운 이름이 필요하다. 만일 헤드치즈(돼지나 송아지의 머리, 족을 고아 치즈 모양으로 만든 식품)라는 이름이 아닌 다른 이름으로 이 음식을 부른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음식을 좋아할 것이다. 그러머시 태번 레스토랑의 메뉴로 올라가 있는 이름은 ‘포크 터린(pork terrine 돼지고기 단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