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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아비를 만나면/장시하 본문

여유/좋은 글 좋은 詩

허수아비를 만나면/장시하

dhgfykl; 2009. 3. 22. 17:34

    

 

 

 

     허수아비를 만나면
                                 장시하

     

빈 들녘에 선 허수아비를 만나면
그에게 너무 많은 말을 시키지 마라
그냥 작은 미소로 바라보고 등이나 한 번쯤 어루만져 주어라
우리는 빈 들녘에 선 허수아비가 외로워 보여 말을 걸고 싶어도
허수아비는 말할 수 없이 세상에 지쳐있다
지난 여름 찌는 뙤약볕 아래에서 몸서리치는 더위를 버텼고
아이들이 던진 철없는 돌팔매에 뼈가 부러지기도 했고
거센 비바람에 옷은 찢기고, 모진 눈보라에 살은 얼어가도
누구를 미워하지도
누구를 원망하지도 않았다

 

 

 누군가는 등대가 되어 바다를 밝혀야 하듯
허수아비는 들판에 서서 세상을 밝혀야 한다

허수아비는 그렇게 모진 세상을 두 눈 짓무르도록 바라보면서도
결코 눈물을 보이며 울지는 않았다
빈 들녘에 만나는 허수아비를 만나면
그에게 너무 많은 말을 시키지 마라
작은 미소로 바라보던가
세월에 지친 등이나 따뜻하게 어루만져 주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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