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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것은 기다림과 여행하는 것이다♡

옛날의 그 집 / 박경리 본문

여유/좋은 글 좋은 詩

옛날의 그 집 / 박경리

dhgfykl; 2008. 12. 14. 22:23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옛날의 그 집

                     박경리


    비자루병에 걸린 대추나무 수십 그루가
    어느 날 일시에 죽어자빠진 그 집
    십오 년을 살았다



    빈 창고같이 휑뎅그렁한 큰 집에
    밤이 오면 소쩍새와 쑥꾹새가 울었고
    연못의 맹꽁이는 목이 터져라 소리 지르던
    이른 봄
    그 집에서 나는 혼자 살았다



    다행히 뜰은 넓어서
    배추 심고 고추 심고 상추 심고 파 심고
    고양이들과 함께
    정붙이고 살았다



    달빛이 스며드는 차가운 밤에는
    이 세상의 끝의 끝으로 온 것 같이
    무섭기도 했지만
    책상 하나 원고지, 펜 하나가
    나를 지탱해 주었고
    사마천을 생각하며 살았다



    그 세월, 옛날의 그 집
    그랬지 그랬었지
    대문 밖에서는

    짐승들이 으르렁거렸다
    늑대도 있었고 여우도 있었고
    까치독사 하이에나도 있었지
    모진 세월 가고
    아아 편안하다 늙어서 이리 편안한 것을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사람들은 수월하게 행과 불행을 얘기한다.

    어떤 사람은 나를 불행하다 하고 어떤 사람은 나를 행복하다 한다.

    전자의 경우는 여자의 운명을 두고 한 말이겠고 후자의 경우는 名利를 두고 한 말이 아니었나 싶다."

     

    "인류와 이 세상에 생을 받아 나온 모든 생영들의 삶의 부조리,

    그것에 대응해 살아남는 모습, 존재의 본질적 추구를 같이 생각해 보자는 것입니다."

     

    6.25 전쟁으로 남편과 아들을 잃고 딸과 단둘이 살았고, 그 후 

    암선고를 받게 된다. 그때 그 심정을 소풍가는 기분이라고 무

    거운 돌덩이를 지고 가는 기분을 은유적으로 표현했다한다. 인

    간의 존엄성은 자기 스스로가 지키는 것이라고 말한 그녀, 마지

    막에는 스스로의 존엄성을 지키기위하여 항암치료를 거부했을

    것이다. 내가 행복했다면 문학을 하지 않았을것이라고 말한그녀,

    마지막가는 길은 정말 모든 것 다 내려놓고 가볍게 소풍가는 기

    분으로 가시옵소서...  생의 끝에서  남긴작품이 시(詩)라는 것

    이 참 인상적이다.

     

    2008년 4월 '현대문학' 발표

    박경리선생님께서 마지막으로 남긴 시편 <옛날의 그 집>

    그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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