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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소설가 이외수와 아내 전영자 씨의 집 이야기 본문

&& LUXUTE &&/연예인집 엿보기

[스크랩] 소설가 이외수와 아내 전영자 씨의 집 이야기

dhgfykl; 2008. 6. 24. 21:41

소설가 이외수와 아내 전영자 씨의 집 이야기

모월봉 아래 달빛 어린 집
누구나 감성이 충전되어 돌아온다는 강원도 화천 다목리 감성 마을. 달을 그리워한다는 의미를 가진 모월봉 아래 고즈넉한 집에 소설가 이외수 씨와 그의 아내 전영자 씨가 살고 있다. 새가 아침을 알리고, 바람에 계절이 묻어오는 곳. 두 부부가 누리는 일상의 빛깔이 곱다.

본래는 소설을 쓰는 사람이 아니라,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었다고 말하는 선생의 집에 조병수 박사는 화방으로 사용할 수 있는 커다란 스튜디오를 만들어 주었다. 이곳에서 그림도 그리고, 노래도 부르며 외지에서부터 기꺼이 그를 찾아 준 벗들과 공감대를 만들어 간다.

40년 동안 삶을 부려두었던 춘천집을 떠나 이곳 강원도 화천에 머문 지 올해로 꼭 3년째다. 무엇이 그리 바빴던 걸까? 마음먹었던 정원 잔디 공사를 이제야 마쳤다. 얼마 전 평생 피우던 담배를 끊고 나서 남보다 유난스러운 후유증을 앓는 내 남편 이외수 선생 살피느라 봄날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속이 휑하니 드러난 민둥산 같던 정원에 이젠 제법 생기가 돈다. 짬짬이 심어 놨던 야생화도 하나 둘 피기 시작하니 내 마음이 다 따사롭다. 미뤄 둔 숙제 해치우고 난 한갓진 마음에 한없이 여유롭다.
나와 이외수 선생, 둘째 아들, 그리고 문하생까지…. 우리는 나무가 하도 많아서 다목리라 부르는 화천의 감성마을에 집을 짓고 산다. 설계를 맡았던 건축가 조병수 박사는 근 두어 달을 우리 가족과 함께하며 사는 모습을 엿보더니 어느새 멋들어진 집 한 채를 지어 보여 주었다. 양장점에서 내가 생긴 모양새에 똑 맞는 옷을 맞춰 입듯이 집은 썩 우리와 잘 어울린다. 산 아래 포근하게 안긴 집은 현대적인 느낌이 물씬 풍기는 외관이지만 쉽게 단정지을 수는 없다. 출입구를 찾는 일부터 쉽지 않은, 그러고 보니 이외수 선생도 여러 번 헤매더라. 단순하지 않아 재미난 집이지 싶다. 전통과 현대가 만나고, 자연과 문명이 만났다고 할까.
집은 안방과 거실, 주방이 있는 살림집과 스튜디오와 서재, 집필실이 있는 작업실로 구분이 된다. 살림집은 온전히 나를 위해, 작업실은 온전히 남편을 위한 공간이다. 글을 쓸 때 무섭게 집중하는 남편에게는 마음 편한 자리가 생겼구나 싶어 내 맘이 좋다. 집 지은 이의 마음 씀씀이도 감사하다. 허리가 약한 이외수 선생과 함께 질펀하게 앉아서도 비가 떨어지고, 바람에 뒹구는 낙엽을 볼 수 있는 키낮은 창이, 사방에서 자연을 바라 볼 수 있는 넉넉한 통창이 우리 집에는 많기도 하다. 황토와 한지, 나무로 마감을 해 자연이 집으로 들어왔는지, 우리가 자연 속에 들어갔는지 구분도 어렵다. 손때 묻은 살림살이를 옛집에 다 두고 소꿉놀이하듯 단출한 살림으로 옮겨 온 곳이건만 춘천집이 그립지 않은 건, 아무래도 이런 호강을 누리기 때문인가 보다. 남편과 나는 말한다. 이 집이 참 좋다고.


01. 살림집과 작업실로 이어지는 복도 한켠에 전영자 씨는 남편이 그간 출간한 책들을 모아 작은 전시장을 만들었다.
02. 원고지 100장을 쓰려면 파지를 1000장 이상 낸다는 그의 문학의 산실. 집필실은 낮은 창과 함께 담배 연기가 빠질 수 있는 천창을 더 내었다.
03. 집필실과 연결되는 서재. 서재에는 그의 감성 문학의 씨를 키운 오래된 책들이 빼곡하게 꽂혀 있다. 옹이 패널로 마감한 한쪽 벽면 전체를 붙박이장으로 만들어 서가로 사용하고 있다.

이외수 선생은 살아야 할 곳에 왔다는 생각이 든단다. 기상 예보에서 말하는 ‘일부 산간 지역’인 이곳에서 문자 그대로의 청정함을 느낀다 한다. 물과 바위, 산이 포근하게 감싸 안아 주는 편안한 기분을 만끽하며 남편은 지난 3년간 왕성한 집필 활동을 해 왔다. 강한 생명력을 가진 자연은 예술가에게 에너지를 불어넣어 주는 듯하다. 자연이 주는 새로운 영감과 값진 교훈들은 그를 집필실에 붙잡아두기에 충분했다. 시시각각 벌어지는 일상의 변화는 맛있는 글의 소재가 되어주었다.
문득 그날이 떠오른다. 어디에 집을 지을까 하며 터를 보러 다니던 참이었다. 난데없이 나타난 수백 마리의 나비 때문에 차는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이 되었더랬다. 결국 차에서 내려 걷다가 우연히 발길이 닿은 곳이 바로 지금의 집터이다. 나비가 우리를 안내해 주었으니 이 집은 자연이 준 안식처와도 같은 곳이다.
화천으로 이사 온 다음부터 우리 가족들은 2시간 이상 외출을 하지 못한다. 사람의 몸이 그렇게 간사한 것인지 그새 도시의 공기를 들이켜기가 버거워졌으니 말이다. 집을 떠나면 한시라도 빨리 돌아가고 싶다, 가고 싶다하며 발을 동동거린다. 남편은 좋은 집이란 그래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안에 머물러 있으면 나가기 싫고, 나와 있으면 얼른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들어야 그게 집이라고. 집이 싫다면 공간이든 사람이든 자신을 불편하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기 때문이란다. 이름난 건축가가 지은 집이 아니더라도, 수려한 경관을 뽐내는 곳이 아니더라도 편안함을 주는 곳이라면 집으로서의 의미는 이미 다 갖춘 게 아닐까. 곰살궂은 대화 대신 썰렁한 우스갯소리라도 편하게 주고받을 가족이 있고, 진정으로 안식을 느낄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하다고 생각한다.


04. 살림집에서 작업실이 있는 동으로 건너가는 복도는 베란다 같은 구실을 한다. 창 밖으로 보이는 뜰에는 작은 나무와 꽃들을 심어 놓아 집의 어느 곳에서도 푸르름을 느낄 수 있다.
05. 선생의 작품이 마치 미술관에 전시된 듯 보이는 공간. 보이는 벽은 반대편 쪽에서 보면 책이 빼곡하게 꽂혀 있는 책장이다. 스튜디오와 서재를 분리해 주고 공간을 오밀조밀 흥미롭게 만든다.
06. 거실은 아내 전영자 씨가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다. 이곳에 앉아 마당에 핀 야생화들이 매일 다른 모습으로 자라는 것을 구경하는 것이 큰 기쁨 중 하나. 또 주로 앉아서 글을 쓰는 선생을 배려해 앉아서도 밖이 훤히 보이도록 집 안의 일부 창들은 모두 아래쪽에 냈다.

누군가는 이렇게 외딴 산속에 사는 데 무섭지 않으냐고 묻는다. 신기하게도 남편과 나는 이사 온 첫날밤도 단잠을 잤다. 물론 한동안 낯선 변화에 긴장도 했다. 자동차 경적 대신 들리는 온갖 자연의 소리는 생경스러움으로 다가왔으니까. 아침부터 울어대는 새소리와 집 앞 개울의 물소리, 나뭇가지를 뒤흔드는 바람 소리, 나지막한 동물들의 울음 소리까지…. 이제 나는 자연의 소리를 음악 듣듯이 즐기고 때로는 무심하게 구는 시골 사람이 다 되었다.
예전에 누리지 못했던 행복도 커져만 간다. 앞산 뒷산을 다니면서 새초롬하게 핀 야생화를 캐다가 집 앞에 조로록 심었는데, 하루가 다르게 꽃들이 커가는 것을 보는 것이 낙이다. 며칠 전에는 거실의 낮은 창 너머로 보이는 화단에 심은 백두산 두메 양귀비가 하얗게 꽃망울을 터뜨렸다. 보면 볼수록 그렇게 예쁠 수가 없다. 하늘매발톱, 금란초, 조팝나무도 봄이 되고서 우리 집 정원을 아름답게 물들이고 있는 야생화들이다. 이곳은 봄이 짧다. 겨울이 5개월이라 할 만큼 봄은 찰나에 불과하다. 봄꽃들과 조우하는 기쁨도 며칠이 채 가지 않을테니 마음이 더 간절해진다. 아쉬움으로 계절을 보내면 어김없이 또 다른 계절이 찾아올 것이다.
요즘은 비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며칠 전 거실의 낮은 창 밖 데크의 일부를 파서 기다란 화단을 만들었다. 창문 밑으로 낙숫물이 떨어지는 바로 그 자리다. 비가 오면 한옥 처마 밑으로 탱글탱글한 빗방울이 떨어지듯 우리 집 화단에서 근사한 광경이 벌어질 테다. 거실에 앉아 그 풍경을 바라볼 생각에 벌써부터 웃음이 난다. 그러고 보니 나 역시 아기자기한 구석이 있는 사람인가 보다. 살림은 대충대충하면서 복도 창밖 화단에 버리는 세면대를 주워와 작은 연못까지 만들어 두었으니 말이다. 남편은 이런 나를 두고 인테리어 아이디어 창고라고 부추기기도 한다. 유명한 작가의 아내로 사는 즐거움도 좋지만, 이런 소소한 일들이 주는 잔재미도 꽤 근사하다.
가끔은 옥상에 올라가 별 무더기 가득한 밤하늘을 바라본다. 화장지 하나 떨어져도 차를 타고 한참을 달려 나가야 하는 ‘깡촌’이건만 이곳에서의 생활이 참 만족스럽다. 40만 독자들의 감성을 흔들고, 한 문장으로도 사람들을 쥐락펴락하는 최고의 작가를 남편으로 두고 사는 삶이 맨날 비단길은 아니다. 그렇다 하여도 고분고분한 아이처럼 내게 머리 빗질을 맡기는 내 몸 같은 남편이 있어서 행복하다. 몸을 부려 가꿀 우리의 집이 있어서도 행복하다. 나야말로 이외수 선생이 만들고픈 이곳 몽상의 마을에서 진정 행복한 꿈을 꾸고 있는 몽상가 중의 하나가 아닐까.

출처 : 향기 가득한 집꾸미기
글쓴이 : 제비꽃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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