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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이 차오른다, 가자 ㅡ 장기하와 얼굴들 본문

음악,영화/뮤비.콘서트(국내)

달이 차오른다, 가자 ㅡ 장기하와 얼굴들

dhgfykl; 2009. 5. 2. 21:49

 

 

'언더그라운드 밴드' 하나가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이미 밴드의 이름은 인터넷에서 회자 중이었고, 마침내 공중파 방송을 타면서 수면 위로 실체를 드러냈다. 이름하여 < 장기하와 얼굴들 > . 이름도 특이한 이 밴드는 그 행태도 기이하기 이를 데가 없다. 물론 이해 못할 바는 아니지만, 공연에서 드러나는 어색함과 뻣뻣함은 다분히 위악적인 구석마저 있다.

인기의 비결을 논한다면 여럿을 추려낼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이들이 보여주는 독특한 모던 록의 리듬과 특이한 음색이 관심을 끄는 첫 번째 요소라고 할 수 있겠다. 여기에 덧붙여 재미있는 노랫말과 어눌한 풍모도 이런 인기에 한몫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이런 평가는 지극히 인상적인 것이고 형식 내적인 것이라고 하겠다. 말하자면 < 원더걸스 > 의 인기비결을 단순 반복하는 리듬과 복고풍의 음색 때문이라고 분석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신림동 대학생의 자취방 정서

그러나 어떤 특정한 문화형식이 대중적 인기를 얻는 건 단순하게 형식 내적 논리만으로 가능한 게 아니다. 형식이라는 것 자체가 형식 바깥의 '내용'을 논리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사실 '문화비평'이란 건 이런 내용의 논리를 형식에 대한 분석을 통해 파악하려는 노력에 지나지 않는다. 이 글은 장기하의 인기비결 따위를 밝히려는 게 아니다. 이 현상이 감추고 있는 진실이 나의 관심사다.

먼저 장기하 현상을 두고 떠도는 얘기부터 할 수 있겠다. 장기하의 음악에서 표현하고 있는 세계가 '신림동 대학생'의 내면을 반영하고 있다는 지적 말이다. 이런 생각은 장기하가 그 문제의 '서울대' 학생이었다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 말 그대로 '자취방' 정서가 여기에 있다는 것이고, 중간계급 이하 출신의 명문대생이 품을 만한 상대적 박탈감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장기하의 노래가 이런 박탈감에 대해 기술적(descriptive)일 뿐이라는 비판은 충분히 타당하다. 실제로 중간계급 이하의 명문대생이 가질 법한 박탈감이란 건 부르주아에 대한 것이고, 이는 '국립대'라는 공공재를 특정계급의 사유물로 전락시켜 사유재산의 재생산을 공고하게 만드는 한국 자본주의의 축적방식에 대한 문제제기로 확장되어야할 사안이다. 이게 이른바 학벌주의의 본질인 셈이다.



▲ < 장기하와 얼굴들 > 의 공연 모습.
고작 노래 부르는 밴드 하나에 너무 많은 걸 요구한다는 비난도 있겠다. 그럼 이런 불만을 품은 이들에게 한 번 물어보자. 도대체 그렇다면 왜 고작 노래나 부르는 밴드 하나에 이렇게 많은 관심이 쏟아지고 '장주교'를 모시는 팬덤이 만들어지는 걸까. 간단하게 이 모든 걸 마케팅 탓으로 돌리고 상업주의를 개탄하면 끝날 일이다. 그러나 일은 이렇게 간단하지 않다. 욕망은 언제나 간접적으로 적나라하다. 아무리 숨기고 싶어도, 우리는 항상 이렇게 말한다. "내가 원하는 건 이게 아니에요, 하지만 섹스해요."

비참하다고 느끼는 것도 특권

< 장기하와 얼굴들 > 은 고작 노래나 부르는 밴드가 아니다. 이 밴드가 구현하고 있는 정서는 20대를 대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이건 마치 '88만원 세대'가 '대학생'만을 뜻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은폐하는 보수언론의 20대론과 무관하지 않다.

보수언론에게 20대는 4년제 대학을 나왔지만 취업도 제대로 못하는, 또는 못할지도 모르는, 아니 요즘은 못하는 게 거의 확실해진 대학생들일 뿐이다. 세상을 망쳐 놓은 건 부르주아인데 불쌍한 건 대학생들이다. 하지만 어디 한국 사회에 20대가 대학생들만 있는가. 대학생이 아닌 이들에게 장기하의 노래는 사치처럼 들릴지도 모른다. 한국 사회에서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대학도 못간 '투명인간 20대'에게 장기하의 노래는 불편하기 그지없는 궁상일 공산이 크다. 이런 현실이야말로 한국 사회의 반지성주의를 떠받치고 있는 냉혹한 일상성이다.

버틀러의 지적처럼, 아감벤이 말하는 그 '헐벗은 자'일수록 더욱 강고하게 법의 지배를 받는다는 아이러니를 넘어서야지 < 장기하와 얼굴들 > 은 명실상부한 20대의 청춘을 대표하는 밴드가 될 수 있을 거다. 이런 딜레마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현실을 비참하게 느낄 수 있다는 것 자체도 '특권'이라는 사실을 장기하 현상은 잘 보여준다. 이건 정말이지, 고작 노래나 부르는 밴드의 문제가 아니다. '다른 세상'을 꿈꾸는 모든 이들에게 해당사항이 있는 문제이다.  

 

 

 

 

달이 차오른다, 가자
달이 차오른다, 가자
달이 차오른다, 가자
달이 차오른다, 가자

 

달이 맨 처음 뜨기 시작할 때부터
준비했던 여행길을

 

매번 달이 차오를 때마다
포기했던 그 다짐을

 

달이 차오른다, 가자
달이 차오른다, 가자

 


말을 하면 아무도 못 알아들을 지 몰라
지레 겁 먹고 벙어리가 된 소년은
모두 잠든 새벽 네시 반 쯤 홀로 일어나
창밖에 떠 있는 달을 보았네

 

하루밖에 남질 않았어
달은 내일이면 다 차올라
이번이 마지막 기회야
그걸 놓치면 영영 못 가

 

달이 차오른다, 가자
달이 차오른다, 가자
달이 차오른다, 가자
달이 차오른다, 가자

 

가자 


오늘도 여태껏처럼 그냥 잠 들어 버려서
못 갈지도 몰라

하지만 그러기엔 소년의 눈에는
저기 뜬 저 달이 너무나 떨리더라

 

아~아~아~

달은 내일이면 다 차올라

아~아~아~

그걸 놓치면 절대로 못 가

 

달이 차오른다, 가자
달이 차오른다, 가자
달이 차오른다, 가자
달이 차오른다,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