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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것은 기다림과 여행하는 것이다♡

얼굴 반찬 본문

여유/좋은 글 좋은 詩

얼굴 반찬

dhgfykl; 2008. 10. 6. 23:50

 

 

얼굴 반찬

 

 

공광규

 

 

옛날 밥상머리에는

할아버지 할머니 얼굴이 있었고

어머니 아버지 얼굴과

형과 동생과 누나의 얼굴이 맛있게 놓여있었습니다

가끔 이웃집 아저씨와 아주머니

먼 친척들이 와서

밥상머리에 간식처럼 앉아있었습니다

어떤 때는 외지에 나가 사는

고모와 삼촌이 외식처럼 앉아있기도 했습니다

이런 얼굴들이 풀잎 반찬과 잘 어울렸습니다

 

 

 

그러나 지금 내 새벽 밥상머리에는

고기반찬이 가득한 늦은 저녁 밥상머리에는

아들도 딸도 아내도 없습니다

모두 밥을 사료처럼 퍼 넣고

직장으로 학교로 동창회로 나간 것입니다

 

 

 

밥상머리에 얼굴반찬이 없으니

인생에 재미라는 영양가가 없습니다

 

 

 그림 황주리

 

 

 

.

.

.

.

.

 

 

 

어려서 몸살을 앓을 때마다

어머니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네가 더 크려고 그러나보다."

 

그런데 다 큰 내가

요즘 몸살을 한답니다

 

생각해보니 얼마 전

어떤 인연이 내 밭에 씨를 뿌리고 갔습니다

 

 

Fariborz Lachini - Stellar Sile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