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내리는 창가에는
비내리는 날엔
가슴에도 비가 내린다
비는 외로움과 그리움의 전유물인가
잊었다 싶은 이가 뇌리에서 서성이고
멀쩡하던 가슴이 외로움에 젖고
떠나간 이가 느닷없이 창가에 서 있다
비내리는 날 창가에는
나즈막히 부르는 첫사랑 같은 이름이
흐린 하늘로 나 있는 길에서 오고
흐르는 빗물에 아른한 영상이
한폭의 수채화로 그려진다
바람의 입술을 빌려
나를 부르는 이가 있고
바람의 귀를 빌려
그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사랑하지 말자
그리워도 말자
외로워도 말자는
굳은 살 박힐 다짐은 다 사라지고
내리는 비보다 더 많은 비가
가슴으로 내리는 것은
잊다
잊다
아직 채 잊지 못한
젖은 이름 하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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