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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애섭 씨에게 배우는 보성 토속 음식 참게장과 집장 본문

음식&요리/Food & Cooking

이애섭 씨에게 배우는 보성 토속 음식 참게장과 집장

dhgfykl; 2009. 12. 23. 02:27

이애섭 씨에게 배우는 보성 토속 음식 참게장과 집장
집요한 그리움 속에 자리 잡은 고향의 맛은 늘 ‘어머니’라는 이름으로 아로새겨지게 마련이다. 전남 보성에서 자란 이애섭 씨가 어린 시절부터 이 계절에 즐겨 먹던 참게장과 집장을 소개한다. 친정어머니에게 배운
이 장들은 이제 이애섭 씨의 막내딸이 전수해 이어나갈 이 집안의 초겨울 별미 반찬이다.

온 종일 재료를 다듬고, 채 썰고, 다지고, 갖은 양념에 버무리고…. 한국 음식만큼 손이 많이 가는 요리가 또 있을까. 친정어머니가 만들어주신 음식으로 입맛을 익히고, 시어머니의 솜씨를 물려받은 덕에 음식을 즐겨 하다 보니 어느새 ‘남도의례음식장(광주무형문화재 17호)’이라는 칭호를 갖게 되었다.
내 친정은 전남 보성군 문덕면 성주 이씨 종가다. ‘서재필 생가’로 더 유명한데, 친정아버지의 대고모님이 친정살이할 때 독립운동가 서재필 박사가 우리 집에서 태어났다. 명문가이자 농사도 크게 지었던 친정에는 많은 손님이 드나들었는데, 덕분에 어려서부터 어머니의 어깨너머로 손님 접대 음식을 배우고 다양한 요리를 맛볼 수 있는 기회도 많았다. 종가였기에 철철이 맞는 제사와 생일 등 집안 행사도 일 년 내내 이어졌다. 직계가족끼리 식사한 기억이 드물 정도니, 많은 양의 음식을 해낸 친정어머니의 음식 솜씨야 두말하면 잔소리일 정도로 뛰어났고, 7남매의 맏딸인 나는 어려서부터 ‘손끝 야무지다’는 칭찬을 받고 자랐다. 타고난 일복이 있는지 내 나이 스물한 살에 시집도 종갓집으로 왔다.
장성에 사는 울산 김씨 장손과 혼인한 후 가을이 되었는데, 시어머니께서 ‘집장’을 만들자 하셨다. 집장은 친정에서도 만들어 먹던 음식이다. 예전에는 사철 장을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 늦가을부터 초겨울까지는 집장을, 이듬해 정월에 장을 담근 후 그 장이 익기 전인 이른 봄까지는 싱건장(김치 국물과 조선간장으로 간을 해서 담그는장)을 담가 먹었다. 집장은 무와 무청, 도라지, 고춧잎 등을 소금에 절이고 찹쌀밥을 찌거나 찹쌀풀을 쒀 메줏가루와 고춧가루, 절인 채소를 섞어 발효시켜 먹는 장으로 한 국자 뚝 떠서 뚝배기에 담고 바글바글 한소끔 끓이면 그 맛이 제법 좋다. 지금이야 집장 재료를 섞은 후 전기밥솥에 넣고 보온 기능에 두면 여섯 시간 만에 발효되지만, 전기도 들어오지 않던 옛날에는 어디 그런 게 있었나. 전기 없이 집장을 발효시키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는데, 지금 생각하면 꽤 운치 있고 재미있다. 농사짓는 집은 마당에 추수한 짚과 산에서 베어온 잡초를 쌓아 두엄(거름)을 만들었는데, 쌓아놓은 풀이 썩기 시작하면 김이 솔솔 나면서 온도가 따뜻하게 올라간다. 친정어머니는 집장을 반죽해서 항아리에 담고 거죽을 덮은 후 그 두엄 더미 중 가장 김이 많이 나는 곳으로 자리를 이리저리 옮겨가며 한 일주일 정도 숙성시켰다. 조금 빨리 숙성시키고 싶을 때에는 가마솥에 넣고 장작 대신 왕겨(벼의 겉겨)로 불을 지폈다. 풀무(불을 지필 때 바람을 일으키는 기구)로 바람을 불어 넣어가며 뭉게뭉게 타오르는 왕겨를 조금씩 집어넣으면 은근한 불에 가마솥이 달아오르며 집장이 숙성되는 것이다.

참게장은 친정어머니에게 배운 음식이다. 친정은 1백 마지기 이상 농사를 짓는 대농이었는데, 추수를 마친 일꾼들은 소일거리 삼아 논의 물꼬마다 통발을 두어 참게를 잡아왔고, 친정어머니는 이 게로 참게장을 담그셨다. 참게는 9월부터 1월까지가 제철로 알도 품고 살도 실하고 껍질도 단단해 게장을 담가 먹기에 좋다. 친정어머니가 만든 참게장의 특징은 다져서 볶은 쇠고기를 게딱지에 채워 넣은 다음 달인 양념장을 부어 익혀 먹는 것이다. 두 해 전 돌아가신 어머니는 정육점에 고기 다지는 기계가 들어온 후에도 다진 쇠고기를 구입하지 않고 반드시 손수 쇠고기를 다져서 넣으셨다. 쇠고기를 넣어 만드는 참게장은 만들기가 번거롭기는 하지만 익을수록 간장 맛이 더욱 진해지고, 게살 외에 쇠고기도 맛볼 수 있어 더욱 입맛을 당긴다.
어머니야 식구들 먹일 요량으로 음식을 만드셨지만, 요즘은 전통 음식을 만들 줄 아는 것이 꽤 의미 있는 직업으로 인정받는다. 나 역시 이 일을 하며 보람을 크게 느껴 남도의례음식장이 되고 나서 제자는 물론 자식에게도 내 지식과 솜씨를 물려주고 싶었다. 하지만 어려서부터 늘 일이 많은 엄마를 보고 자란 아이들은 도통 내 뒤를 이으려 하지 않았다. 다행히 최근에 막내딸 광진이가 전수자를 자청하고 나서 이젠 딸을 곁에 두고 하나하나 가르쳐가며 음식을 만드니 이 일을 하는 재미가 두 배로 늘었다. 청출어람이라고, 나보다 더 나은 음식장이 되기를 기원하는 엄마의 마음을 광진이가 알아주었으면 싶다.

(위) 남도의례음식장 이애섭 씨와 그의 솜씨를 전수하고 있는 막내딸 김광진 씨가 나란히 섰습니다. <행복>에 소개한 이 집안의 별미, 참게장과 집장은 2005년 낙안읍성에서 개최한 남도음식문화 큰잔치의 ‘남도요리 명장 경연’에 출품해 대상을 차지한 음식이기도 합니다. 겨울철 입맛을 돋워주는 두 가지 반찬으로 색다른 밥상을 차려보세요.

이 칼럼은 궁중음식연구원 한복려 원장의 추천과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는 평소 우리나라 각 지역의 다양하고 특색 있는 토속 음식이 잊혀가는 현실이 안타까웠다고 말합니다. 매달 궁중음식연구원 지미재 회원과 함께 전국 각 지역의 어머니와 고향의 맛을 추억하고 소개할 예정입니다.

집장과 참게장 만들기

집장
재료
무 1.5kg, 고춧잎・도라지 1kg, 찹쌀가루 4컵, 조청 700g, 고춧가루・메줏가루 500g씩, 다진 마늘・집간장・소금 적당량

만들기
1
무는 깨끗이 씻어 가로 3cm, 세로 4cm, 두께 1.5cm 크기로 썰어 소금 간하고 무청도 깨끗이 씻어 8~10cm 길이로 썰어 삼삼하게 간한다.
2 고춧잎과 도라지는 잘 다듬어 씻은 다음 소금으로 밑간한다.
3 찹쌀가루는 물에 개어 풀을 쑨다(되도록 되직한 상태가 좋다).
4 냄비에 조청을 담고 물을 3큰술 넣어 한소끔 끓여 식힌다. ①와 ②의 절인 채소는 헹궈 바구니에 건져 물기를 뺀다.
5 큰 그릇에 ③의 찹쌀풀을 담고 분량의 고춧가루와 메줏가루를 넣어 섞는다.
6 ⑤에 물기 뺀 채소, ④의 조청, 다진 마늘을 넣어 섞는다. 중간에 집간장과 소금으로 간한다.
7 ⑥을 전기밥솥에 넣고 보온 기능에서 6시간 정도 숙성시킨 후 냉장고에 보관한다.
8 한 번 먹을 분량만큼만 꺼내 한소끔 끓여 먹는다.


참게장
재료 참게 1kg, 쇠고기 200~300g, 다진 마늘・생강즙・참기름 적당량 양념장 재료 간장 4컵, 양파 1개, 다시마・매운 고추・통마늘 적당량

만들기
1
살아 있는 참게를 구입해 이틀 정도 실온에 두었다가(굶으면서 스스로 해감을 빼도록) 솔로 깨끗이 씻는다.
2 냄비에 분량의 양념장 재료를 모두 넣고 끓인 다음 식혀 ①의 참게를 담근다(참게를 기절시키기 위한 용도로 약 30분 정도 담가두면 된다).
3 쇠고기는 곱게 다진 다음 다진 마늘, 생강즙, 참기름을 넣고 살짝 볶는다.
4 ②의 양념장에서 참게를 꺼내 바구니에 건지고 양념장은 다시 한번 끓여서 식힌다.
5 ④의 참게 딱지를 떼어 ③의 볶은 쇠고기를 채워 넣고 면실로 묶어서 그릇에 담는다.
6 ④의 양념장을 ⑤에 부은 뒤 5일 간격으로 두 번 더 끓여 식혀 붓는다.
7 냉장고에서 20~30일 정도 숙성시킨 후 먹는다.